49 달빛 아래 찔레꽃
-망월동에서
김재균
찔레꽃은
언덕 너머 하늘가에 꽃상여 타고 가던
어머니 속눈썹에 맺혀있는 꿈
해마다 오월 그날이 오면
하늘로 올라간 별들은 땅으로 내려와
점점이 흰꽃되어 살아납니다.
목마른 햇살 아래 길고 긴 황톳길
쫓기듯 터벅이며 찾아가던 망월묘지
이승과 저승사이 번져가는 진혼가에
젖어있던 고갯길 따라
일렁이는 눈물로 피어납니다.
쓰레기차에 실려 묻힌 흙무덤 길에
밤새 뜬눈으로 지켜주었던 꽃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오랜 세월을
슬퍼하며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어둠속의 반딧불처럼
하얀 꽃송이를 한웅큼씩 던져줍니다.
달빛 아래
몰래 버려진 주검들
가시덤불 쑥굴헝에 환생하는 꽃
잠못이루는 오늘밤에도,
꽃상여에 실려가는
어머니의 속눈썹에 파르르 떨며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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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의 광주. 그때 나는 전남도청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광주사태가 일어났을 때 나의 일은 사망자 처리이었습니다.
나는 도청 앞 상무관에 안치된 희생자들을 잊지 못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죽은 꽃다운 여고생, 임산부의 시신.
고교 동창 친구의 이 시를 다시 읽으면서 그 시절이 다시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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