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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사진 - 그 마력에 반하다

[출판] ‘사람의 향기’ ‘사물과 대화’를 한 컷 한 컷에
디카 시대 맞아 사진에 대한 관심 높아져… 서점 실용서 코너에 사진 관련 책 풍성

약간은 새삼스러울 것도 같지만 사진에 관한 책이 예술 서적과 실용서 코너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새삼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는, 사진 장르가 한때 비디오를 비롯한 동적 매체에 의해 침체기를 겪으면서 퇴보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네 사진 책은 외국 유명 사진가의 삶과 작품 중심으로 출간됐고, 그나마 소량 판매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 국민이 휴대폰을 지닌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진의 흐름이 ‘디카(디지털 카메라)’ 쪽으로 옮겨갔고, 자연스럽게 사진에 대한 관심이 대중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카메라를 손에 쥔 순간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피사체의 본질에 골몰하다 보면 스스로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카메라는 다른 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한다.

모든 사진 책의 앞머리에는 프랑스 사진 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이름이 자리한다. 카메라의 눈부신 진화에도 불구하고 50밀리 표준 렌즈만을 고집하며 보도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그의 탁월한 업적 때문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그는 누구인가’(까치출판사)는 그의 사진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의 미덕은 사진가로서의 브레송만을 조명했던 이전 책들과 달리 ‘영화 제작자 브레송’의 면모까지 아울렀다는 데 있다. 예컨대 그가 자신의 사진 기법을 소개하면서 언급한 ‘결정적 순간’의 의미망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사진이 담아내는 인간의 고결한 삶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브레송의 숨결을 담은 완결판이라는 뜻이다. 그런 가치를 살리기 위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는 이 책을 세계 유수의 10여개 출판사와 공동출간하는 계획을 성사시켰다.

책의 품질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건너가 출판 작업을 마쳤다. 책 출간에 즈음해 프랑스 미테랑 국립도서관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시회도 마련했다. 내년 7월까지 예정된 이 전시회를 보려면 세 시간 이상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사진의 본질, 사진가의 영역을 곱씹게 하는 브레송의 책 너머에는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와 함께 제2의 도약기를 맞은 우리네 사진 문화를 담은 신간도 있다. 강홍구의 ‘디카를 들고 어슬렁’(마로니에북스), 천명철의 ‘어느날 사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미진사), 이병진의 ‘찰나의 외면’(삼호미디어) 등이 대표적이다. 그 동안 사진 책은 사진 전문가 혹은 사진학과 졸업생이 쓰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책들의 저자는 그런 범주에서 약간씩 비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강홍구는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이다. 그런 그가 사진 책을 내면서 붙인 부제는 ‘게으르게 사진 찍기’이다. 여기에서 ‘게으르게’는 사진을 찍기 위해 여장을 꾸리고, 1박2일이나 2박3일 일정으로 떠나지 않아도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책 속 사진에는 도심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고, 홍익대 앞 시장 골목이 있고, 한강 둔치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과 오토바이 타는 사람의 모습이 있다. 이런 사진을 향해 저자는 “내 사진은 걷기의 속도로 바라본 세상”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지 7년이 되었지만 사진 작업은 아날로그 정신을 유지하면서 했다는 뜻이다. 바로 이 점이 ‘디카’를 ‘똑딱이 카메라’로 여기는 요즘 사람들에게 유익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천명철은 사진학과를 중퇴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이번 책에서 그는 ‘마른 풀’들을 주요 피사체로 삼아 작업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마른 풀은 대체로 겨울에 볼 수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통해 생명의 존재를 발견한다. 마른 풀이라는 소재를 잡은 후 겨울 산하를 누비느라 몸이 아파 고생한 이야기, 사진을 ‘조기교육’시키는 방법, 사진 테크닉까지 곁들여져 있어 ‘보는 맛’에 ‘읽는 맛’까지 더했다. “사진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눈에 띄는 것을 무작위로 찍을 게 아니라 피사체의 대상을 국한시켜 오래 작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저자의 체험에 비추어 귀띔하고 있는 책이다.

이병진은 연극학과를 나온 후 방송계에 데뷔했고, 단 한 주도 방송을 쉰 적이 없는 개그맨이자 영화배우이다. 그런 그가 브레송의 별칭인 ‘찰나의 거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책 ‘찰나의 외면’을 냈다. 그는 책에서 “전방만 볼 줄 알았던 눈에 새로운 시야를 더해준 것이 사진이었다. 사진은 나에 대해, 우리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고 고백한다. ‘웃기는 사람 이병진’이 아닌, 삶을 관조할 줄 아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들 책은 사진이 초점이라는 점에서 동류(同類)이지만 저마다의 차별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사진의 세계를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독자에게 ‘사진을 전공하지 않아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한편 ‘사진 찍는 사람이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한 힌트를 제시한다. 감성의 산물인 사진과 인문학적 교양을 담은 글이 함께 실림으로써 사진과 글이 교류하는 세계를 열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바야흐로 ‘사진과 글의 행복한 동거’가 하나의 출판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시대가 열렸다. 미래의 사진가에게는 썩 반가운 일이다

임동헌 소설가ㆍ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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