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송강정 2
김세곤 (노동부 법무행정팀장)
그 다음에 나는 4수의 시중에서 맨 첫머리에 있는 ‘숙송강정사 宿松江亭舍 ’라는 시를 감상한다.
송강정에서 머물러 자면서 宿松江亭舍
삼십년을 이름만 빌려줬으니
주인도 아니고 손님도 역시 아닐세.
띠 풀을 베어 지붕이나 겨우 덮고는
또 다시 북쪽으로 가는 사람일뿐.
借名三十載 非主亦非賓
茅茨纔盖屋 復作北歸人
삼십년을 이름만 빌려준 사람이니 주인도 아니고 객도 아니다.
죽록정을 다시 고치고 잠깐 있다가 다시 북으로 가는 다시 말하면 한양으로 가는 사람일 뿐이다. 이 시에서도 송강은 창평에 아예 머물려는 생각이 없다는 점을 은연중에 비추고 있다.
주인과 나그네가 함께 여기 올 적엔
저물녘에 갈매기가 놀래더니만
그 갈매기가 주인 나그네를 보내주자고
도리어 물 가상으로 내려오네.
主人客共到 暮角驚沙鷗
沙鷗送主客 還下水中洲
주인이자 객인 송강이 여기에 올 때는 갈매기가 놀래더니만 이제는 오히려 그 갈매기가 주인 나그네를 보내주자고 물 가로 내려온다. 갈매기도 주인 나그네가 너무 오래 머물고 있음이 측은하여서 일까. 송강은 괜스레 갈매기를 핑계 삼아 창평 생활을 마감하고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밝은 달은 빈 뜰에 남아 있는데
주인은 어디 곳으로 갔을까.
낙엽은 우수수 사립문을 가리고
바람과 소나무가 밤 깊도록 이야기하네.
明月在空庭 主人何處去
落葉掩柴門 風松夜深語
혼자 있는 자신의 모습. 밝은 달밤에 빈 뜰. 낙엽이 사립문을 가리고 있다는 말은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으니 인적이 거의 없으니 사립문에 낙엽만 우수수 쌓여 있다는 의미이리라. 바람과 소나무하고만 이야기 하는 송강의 외로운 처지는 정말 처량하다. 명색히 대사헌 벼슬도 한 몸인데 벼슬에서 물러나니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니 세상인심이란 그런 것인가.
이 시 바로 옆에는 ‘송강을 바라보며 望松江’란 시가 있다.
타고 가던 말 멈춰놓고 솔뿌리에 앉았으니
맑은 송강은 바로 눈 아래에 있네.
살아갈 은자의 계책 이미 정했으니
연말 안에는 내 떠나가리.
歇馬坐松根 松江在眼底
幽樓計己定 歲晩吾將去
나라를 위하여 한참 일하다가 이제 멈추어 잠시 은자로서 살게 되었다. 고향의 송강 물은 눈 아래 있다. 이미 숨어사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조금만 조용히 살자. 연말에는 내 다시 조정으로 다시 들어가리.
이 시 또한 낙향 초기에 지은 시로 생각된다. 송강의 자신만만함이 시에서 보인다.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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