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송강정 3
항시 원하기를 강물에 노는 물고기 되어
깊은 물에서 자맥질하고자 하네.
가을에는 못 사이서 꿈을 꾸고
어릿어릿하다가 천천히 생기 찾아가리.
常願化爲魚 潛於深水底
秋來夢澤間 圉圉洋洋去
이 시 또한 의기양양한 자신감을 보이는 시이다. 자신의 심정을 물고기에 비유하여 처음에는 어릿어릿하나 차츰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비록 창평에 내려와 있으나 예전에도 그러하였듯이 조금만 있으면 다시 선조 임금께서 부르실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마지막 결구의 ‘어어’와‘양양’이다. 어어는 물고기가 몸이 괴로워서 어릿어릿 하는 모양을 말하고, 어릿어릿하다는 뜻은 생기 없이 움직인다는 말이다. 양양은 물고기가 천천히 생기를 띠고 꼬리를 흔드는 모양을 가리키는 시어이다.
이 ‘어어양양’은 맹자가 그의 제자 만장에게 한 말에서 나온 것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정나라 재상에게 살아 있는 물고기를 선물하였다.
그 재상은 연못지기로 하여금 그 물고기를 연못에 넣어 기르도록 하였다. 하지만 연못지기는 그 물고기를 삶아 먹고 나서 재상에게 복명하기를 ‘ 처음에 물고기를 놓아주니 어릿어릿하더니 조금 있다가 생기를 찾아 꼬리를 치면서 물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재상은 ‘ 그가 갈 곳을 갔구나. 제대로 갔어.’ 라고 하였다 한다.
송강은 이 ‘어어양양거’ 구절을 쓰면서 맹자의 이야기에 나오는 연못지기와 정나라 재상을 생각하였으리라. 그리고 삶아 먹힌 물고기의 처지를 자신으로 생각하였을 수도 있다.
이어서 나는 송강정 마루 위 편액에 적힌 사암 박순과 율곡 이이에 대한 송강의 시와 경기도 고양의 신원에서 습재 권벽에게 쓴 송강의 시를 자세히 읽다가 이 시들이 송강이 1585년 8월에 창평으로 낙향 올 즈음에 쓴 시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먼저 송강이 이이를 그리는 시 詩인 ‘서호병중억율곡 西湖病中憶栗谷 ’ 부터 감상한다.
서호의 병중에 율곡을 그리다
병이 들어 열흘이나 강가에 누었더니
하늘에 찬 서릿발에 나무숲도 처량하구나.
가을 달은 유난히 강물에 밝게 비치고
저녁 구름 높이 떠 옥봉 조차 쓸쓸하구나.
하염없는 옛 감회에 눈물 자주 씻으며
그대를 그리는 마음 홀로 난간에 기대었네.
날아드는 저 갈매기는 고금의 일 모르건만
요즘은 쓰라린 이 심사를 아는 듯도 하구나.
西湖病中憶栗谷
經旬一疾臥江干 天宇淸霜萬木殘
秋月逈添江水白 暮雲高幷玉峯寒
自然感舊頻揮涕 爲是懷人獨倚闌
霞鶩未應今古異 此來贏得客心酸
송강은 병이 나서 한강변에서 열흘이나 앓아누웠다. 눕고 보니 작년(1584년)에 죽은 율곡이 너무나 생각난다. 율곡이 지금 살아 있다면 나는 지금 덜 쓸쓸하지 않을 것인데. 조정에서 곤경에 덜 처하였을 것인데. 요즘의 쓰라린 내 신세를 생각하니 옛날 추억에 눈물이 절로 난다.
율곡 이이(1536-1584). 조선조 최고의 학자요 정치가. 우리나라 5천원 권 화폐에 나오는 인물로서 왜란을 대비하여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사람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고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도 그에 못지않게 유명하다. 율곡과 송강의 만남은 21세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강의 친구 이회참의 소개로 서울에서 둘은 만났다 한다. 최근 발간된 최인호의 소설 유림 5권을 보면, 율곡은 23세 때 도산으로 퇴계 이황을 만나러 갔고 그해 겨울에 과거 시험에서 <천도책>을 지어 장원급제를 하였는데 이 때 송강 정철이 율곡의 장원급제를 축하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최인호는 이 책에서 ‘송강은 율곡과는 당대 제일의 문장가를 다루던 호적수였으나 뛰어난 정치적 영향을 펼쳐보았던 율곡과는 달리 평생을 가사문학에만 매어 달렸던 풍류시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율곡은 송강이 조정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항상 감싸주고 도와준다. 그런 율곡이 1584년 1월에 49세의 나이로 죽자 송강의 슬픔은 너무 컸다. 송강은 제문을 짓고 만시를 쓴다.
계속 됩니다.
송강정에 있는 송강시 4수 현판에 네개의 시가 같이 있다. 숙송강정사, 망송강,
증도문사. 차사암운 (박순에 대한 시)
송강정에
있는 율곡 관련 송강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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