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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감상

도연명의 귀거래사

 

 

 

 

 

   

도연명(陶淵明 365-427). 중국남북조 시대의 은일시인인 그는 이름이 잠이고 자는 연명이다. 그는 중국 강서성 구강시일대의 심양 시상이라는 마을에서 출생하였다. 시상은 양자강의 중류에 잇으며 북으로는 여산을 등에 업고 남으로는 파양호를 바라보고 있는 명승지이다. 그는  29세부터 관리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얼마 후 스스로 그만두었고, 그 후 몇 번의 벼슬을 하였으나 그만 두다가,  41세에 평택 현령을 사직한 뒤에는 두 번 다시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이때 그가 쓴 <귀거래혜사 (보통 귀거래사라고 한다.)>는  그의 대표작으로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는 63세로 세상을 마칠 때까지 23년간을  고향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은일시인(隱逸詩人),’ 혹은 ‘전원시인(田園詩人)’이라는 평에 걸맞게 많은 시문을 남기었다.  



그가 살았던 시절인  동진 말에서 송나라 초는 농민 봉기와 반란, 그리고 사회혼란으로 백성들이 너무 힘든 시절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리고 출사(出仕)와 퇴은(退隱)의 문제를 고민하는 도연명 문학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나는 먼저  제월당 방에 걸린 <귀거래혜사>를 읽는다.


귀거래사는 그가 41세 때, 최후의 관직인 평택 현령 자리를 80일 만에 버리고 고향인 강서성 심양 시상 柴桑에  돌아오는 심경을 읊은 시로서, 세속과의 결별을 진술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4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1장은 관리생활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정신 해방으로 간주하여 읊었고, 제2장은 그리운 고향집에 도착하여 자녀들의 영접을 받는 기쁨을 그렸으며, 제3장은 세속과의 결별선언을 포함,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담았으며, 제4장은 전원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도연명은 이 작품을 쓰는 동기를 스스로 그 서문에서 밝혔는데, 거기에는 누이동생의 죽음을 슬퍼하여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나, 사실은 양(梁)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의 《도연명전(陶淵明傳)》에는 감독관의 순시를 정중하게 영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오두미(五斗米:5말의 쌀, 즉 적은 봉급)를 위해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여 사직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면   이 기회에 중국문학의 진수를 알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귀거래사> 전문을  한번 음미하여 보자.



귀거래혜사



자,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미 내가 잘못하여 스스로 벼슬살이를 하였고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괴롭혔거늘 어찌 혼자 한탄하고 슬퍼만 하겠는가?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았노라.

사실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도 깊이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배는 출렁출렁 가볍게 흔들리고

표표히 부는 바람은  옷자락을 불어 날리고 있다.


어서 집으로 가고 싶은 심정으로 길가는 행인에게 앞으로 고향이 여기서 얼마나 남았는지 묻기도 하고, 또 새벽 일찍 길을 나서며 아직도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 한다.

마침내 저 멀리 나의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나는 기쁜 마음에 뛰었다. 머슴아이가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어린 자식들은 문에서  나를 맞는다.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온통 잡초가 무성하지만,

아직도 소나무와 국화는 시들지 않고  그대로 있다.

(三徑就荒 松菊猶存)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들어가니,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하다. 

술 단지를  끌어당겨 혼자 자작하여 술을  마시며,

뜰의 나뭇가지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남쪽들을 내다보며 의기 양양해하니,

참으로 무릎 하나 들어갈 정도의 좁은 내 집이지만 안빈낙도할 수 있음을 실감한다.


전원을 매일 거닐며 손질을 자 제법 운치있게 되었다.

또 대문이 있기는 하나 찾아오는 이가  없어 노상 닫혀 있다.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때로는 고개를  먼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무심한  구름은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기에 지친 새들은 저녁에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저녁 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거리고 있노라.


돌아왔노라. (歸去來兮)  

이제부터는 세속적인 교제는 그만두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리!


속세와  나는 서로 어긋나고 맞지 않거늘, 

내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찾아다닐까 보냐.

일가친척들과 정담을 나누고  즐거워하며,

혼자 있을 때는  거문고나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으니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농사를 지어야 할 것이라고 일러준다.  

혹은 장식한 수레를 몰게 하고,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 있게 자라고,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른다.

만물이 때를 얻음을 부러워하며,

나의 생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아, 이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부귀는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오.

또 죽은 후에 천제가 사는 천국에서 살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때가 좋다 생각되면 혼자 나가서 거닐고,

때로는 지팡이를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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