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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 업무

심문회의에서 화해를 유도하다.

 

 

 

제목 : 심문회의에서  화해를 유도하다.


    월간노동법률 2009 12월호 원고                                    


  

    “ 돌아가신 피해자 가족과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도 선처를 바라고 있고, 다른 업체들의 경우는 사망사고가 났어도 근무를 하는데 저희 회사만 해고를 한다는 것은 부당합니다.”


   “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안 지키고 운행을 하여 동료 근로자를 사망케 하였습니다. 다른 업체의 경우 사망사고를 낸 근로자는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아서 선처가 된 것이고 신청인의 경우는 실형이 확정되었기에 단체협약에 의거하여 해고를 하였습니다.”


  심문회의에서 양 당사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이 사건은 음식물쓰레기 차 운전 중에 뒤에 탄 수거원을 사망하게 한 운전원이 법원에서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가 확정되어 해고된 사건이다.


   공익위원 두 분과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의 질문이 모두 끝났다. 이제 내가 심문할 차례이다. 조사관으로부터 사업주가 금전 보상 하겠다는 의사를 파악하였기에 먼저 회사 측에 화해의사를 물었다. 사업주는 화해의사를 표명하였다. 이어서 신청인 측에 물었다. 신청인은 원직 복직을 이야기 하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잠시 말미를 달라는 것이다. 정회를 하였다. 정회 중에 근로자위원이 나섰다. 화해를 주선한 것이다. 20분 후 쯤에 근로자 위원이 심문회의실에 화해가 이루어질 것 같다고 전하였다. 원직복직은 안하는 대신 금전보상을 받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조금 있다가 보상 합의가 이루어졌다. 신청인은 1,400만원을 요구하고 회사 측은 700만원을 제시하였는데 1,100만원으로 합의되었다.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여 심문회의에서 화해가 이루어진 것이다. 



   화해는 화를 통한 해결이다. 화 和란 한자는 禾와 口가 합해진 글자로서 쌀밥을 한 식구가 같이 먹는 것. 벼농사를 한 식구가 같이 짓는 다는 의미이다. 화해는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발자국씩 양보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화해를 하면 세 가지 큰 이점이 있다. 첫째  판정은 승자와 패자가 확연한데 비하여 화해는 승자가 패자도 없이 엇비슷한 만족을 한다는 점이다. 판정은 100 vs 0 인데 화해는 45 vs 55 또는 40 vs 60이다. 둘째  화해는 소송을 조기에 종료시킨다.



   논어를 보면 공자께서는 “송사를 듣고 판단하는 것은 나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송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었다.


   이를 심판사건에 비추어 보면 “판정은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화해를 성립시켜 소송을 종결시키는 일이다.”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화해를 함으로서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흔히 송사를 하면 몸 망치고 마음 상하고 재산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화해를 하면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소송은 소송비용을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하는 데 화해는 확실하게 보상을 챙길 수 있다. 


   그런데 화해가 유용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화해가 어렵다. 전국 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된 심판사건의 25%정도가 화해가 된다. 이는 우리나라 민사 분쟁의 4% 정도만이 화해로 해결되는 것보다는 높으나 미국의 90%, 일본의 49%가 화해로 마무리 되는 것 보다는 낮다. (중앙일보 11.6일자)



   저희 위원회의 경우도 금년도 114건의 심문회의에서 35건에 대하여 화해를 유도하였는데 그중에 10건이 화해 성립되었다. (전체 심문회의 사건 대비 화해 성립율 8.7%)


   왜 이렇게 심문회의에서 화해를 성사시키기가 어려운 것일 까. 그것은 몇 가지 조건이 잘 들어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화해 가능성있는 사건을 화해유도 하여야 한다. 모든 사건에 대하여 화해를 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사전에 조사관을 통하여 양당사자의 화해 의사가 있는 파악하여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화해를 시키겠다는 의욕이 앞서서 웬만한 사건은 화해를 유도하였다. 그런데 화해도 성립 안 되고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었다. 둘째는 양 당사자가 엇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사건에 대하여 화해를 유도하여야 한다. 서로 판정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사건을 화해 유도 시켜야 한다. 어느 한쪽의 잘못이 명백한 사건은 화해를 유도 안하는 것이 좋다. 셋째 화해는 심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한다. 가급적 위원장이 화해의사를 묻고 화해 의사가 확인이 되면 잠시 정회를 하고 구체적으로 화해를 유도한다.  넷째 화해를 주선하는 위원들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나서야 한다. 공익위원은 가급적 안 나서는 것이 좋다. 공익위원이 나서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화해가 성립 안 되어 판정을 하게 될 경우는 입장이 난처하였다. 다섯째  화해를 유도하는 경우에도 절대로 판정을 예상하는 발언들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



   아무튼 화해는 유용한 제도이기는 하나 화해가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화해 기법이 개발되고 신뢰받는 화해전문가가 양성되어야 한다. 



                          (2009.11.10 월간법률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