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심판 사건에 대한 단상
김세곤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에 대한 심판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금년도 상반기 심판 사건을 분석하여 보니 다음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첫째 구제 신청 사건이 줄었고. 둘째 화해와 취하율이 늘었으며. 셋째 심문이 보다 신중하여 졌다는 점입니다.
첫째 부당해고등 구제 신청 사건이 줄었습니다.
2009년도 상반기에 접수된 부당해고등 구제신청사건은 304건으로서 2008년도 상반기 363건과 비교하여 16.3%가 감소하였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을 것입니다만, 아무튼 노사간에 다투는 일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논어> 안연 편에는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송사를 듣고 판단하는 것은 나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송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전쟁의 대가인 손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했듯이 가능하면 송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입니다.
물론 송사가 안 일어나려면 사업주가 노무관리를 잘 하여야 합니다만.
둘째 화해 ․ 취하율이 늘었습니다.
2009년도 상반기에 처리한 235건의 심판사건 중 177건이 화해 ․ 취하로 처리되었습니다. 화해 ․ 취하율이 75.3% (화해율 23%, 취하율 52.3%)로 작년 동기의 64.2% 보다 11.1% 증가하였습니다.
화해 和解란 한자는 풀이하여 보면 화를 통한 해결입니다. 화 和는 서로 응한다는 의미인데, 양 당사자가 서로 해결하려고 한 발자국씩 양보하는 것,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화해입니다.
화해가 이루어지려면 화해를 시키는 사람이 양쪽의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양측이 서로 받아들일 만한 안이 나와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너무 크게 손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화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요즘은 심문회의 중인 사건에도 화해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화해는 어렵습니다. 2009년에 제가 참여한 심문회의 사건 중 22건을 화해 유도하였는데 실제 성사된 것은 6건(화해율 27.3%)이었습니다.
흔히 재판을 하면 몸 상하고 마음 상하고 재산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화해를 하면 소송을 종료시키고 물적 ․ 시간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취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취하란 신청인이 구제신청을 스스로 철회하는 것입니다만, 상당수 사건은 신청인의 요구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기 때문에 취하를 하는 것입니다.
셋째 심문 審問이 보다 신중하여 졌습니다.
심문 審問이란 자세히 묻는다는 것인데, 상세한 문답을 하다 보면 옳고 그름, 거짓과 진실이 가려집니다. 보통 저희 노동위원회의 사건은 1회 1시간 30분 정도의 심문으로 판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년 상반기에는 2회 이상 심문을 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증인 심문 등을 통하여 사실관계를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고 진위를 가리기 위하여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심판위원들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고, 전문가적 자세와 공정성을 유지하여 판정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용>에 나오는 말처럼 “넓게 배우고 상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여 (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판정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근무한 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노동관계는 인간관계임을 새삼 느낍니다. 믿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노사간에는 분쟁에 처하여도 파국으로 가지 않고 대화와 양보로 해결을 잘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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