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철학자의 길(고봉 산책로)을 걷다.
철학자의 길을 걷다
월봉서원에서 백우산 자락을 잇는 철학자의 길이 만들어졌다. 귀전암에서 백우산 가는 길, 백우산에서 고봉 생가 가는 길, 그리고 백우산에서 낙암 가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이 길을 철학자의 길(고봉 산책로)라 이름 붙이었다. 얼마 전에 광주 MBC 라디오 아침방송 ‘길 위에 길을 걷다’ 캠페인 프로에서 고봉 철학의 길이 소개되는 것을 들었다. 참 반가웠다.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화창한 가을날에 철학자의 길을 처음으로 걷는다. 일행은 강기욱 실장등 다섯명이다. 출발지는 월봉서원이다. 먼저 기효증 부부 묘소를 간 뒤에 고봉 묘소 가는 길을 걷는다. 고봉 묘소 가는 길은 지난 6월에 광산구청 홈페이지에 고봉 기대승 기행 연재를 시작한 때와는 사뭇 다르다. 산책로가 잘 정돈되어 있고 시비 詩碑도 하나 있다. 비에는 고봉 선생이 유일하게 쓰신 시조 한 수가 적혀 있다.
호화코 부귀키야 신릉군 信陵君만 할 까 마는
백년이 못하여서 무덤위에 밭을 가니
하물며 여남은 장부야 일러 무엇 하리오.
고봉 선생 묘소 주변에는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다. 묘소 앞에는 정자가 하나 있고 고봉 묘소라는 안내판도 있다. 이곳을 지나서 귀전암으로 간다. 귀전암 가는 길도 정돈이 잘 되어 있다. 길에 통나무를 박아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다.
드디어 귀전암에 이르렀다. 귀전암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앞부분을 훤하게 정리하여 터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다. 귀전암 유허비 앞에 안내판도 있고 귀전암에서 백우산 올라가는 계단도 만들어져 있다. 강기욱 실장은 108계단이라고 말해준다. 계단을 오르기는 무척 힘이 들었다. 경사가 상당히 심하여 숨이 막히었다.
드디어 백우산에 오르니 휴게 의자가 두개 놓여 있다. 그곳에서 조금 쉬고서 다시 오른쪽 길로 정상에 오른다. 백우산 정상은 314M이란다. 정상에는 태양열 집진 장치가 하나 설치되어 있고 세 갈래 길 이정표가 있다. 낙암 3km, 귀전암 0.7km, 큰 봉 0.8km라고 적혀 있다.
고봉 생가 가는 길은 낙암 가는 길로 가면 된다. 길을 따라서 조금 더 가니 세 갈래 안내 표시가 다시 나온다. 이정표에는 하림, 광곡, 큰 봉이라고 가는 길 표시가 있다. 강기욱 실장은 하림 길로 가면 고봉 생가 가는 길이고, 광곡이라는 표시 길로 가면 바로 월봉서원이 나온다고 설명하여 준다.
하림으로 가는 길로 한참을 가니 이정표가 또 나온다. 판사 등산, 하림, 신촌이라고 적힌 세 갈래 길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음식이라서 맛이 매우 좋다. 모두가 고봉 선생 덕분이라고 덕담을 하면서 조촐하게 밥을 나누어 먹었다.
다시 신촌 가는 길로 얼마쯤 가니 또 다시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이번에는 하림, 판사등산, 가정이라고 적힌 길이다. 가정이라고 써 있는 길을 택하였다. 조금 더 가니 빨간 꽃이 예쁘게 피어 있고 경치가 너무 좋다. 길을 닦아 놓았는데 시누대 숲길이 너무 좋다. 길을 통나무를 사용하여 계단식으로 잘 만들어 놓았다. 조금 더 가니 묘소가 여러 개 있고 왼편에 낙암이 보인다. 이곳부터는 내리막길이라서 별로 힘도 안 든다.
이윽고 신작로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양림사 가는 길이다. 양림사는 백룡사라고도 한다. 신작로에는 고봉생가 0.6km, 월봉서원 2.5km 백우산 정상 1.9km라는 이정표가 있다. 우리 일행은 양림사를 구경하였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양림사에서 차로 이동을 하여 용동 마을 오남재로 갔다. 그곳에서 고봉 부모 묘소와 오남재, 부친 물재공 유허비를 구경하고 걸어오는 강기욱 실장 일행을 기다렸다. 이윽고 도착한 강 실장은 양림사 가는 신작로에서 곧바로 걸으면 고봉이 살았던 두동마을이 나오고 다시 걸으면 용동마을 고봉 생가터라고 이야기해준다. 이 길을 마지막까지 목 걸은 것이 아쉽다. 다시 서원으로 갔다. 빙월당 안에서 황차를 한 잔 마시면서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다시 걷는 고봉 산책로
10월17일 오후 3시 다시 월봉서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혼자서 길을 걷는다. 이번 코스는 월봉서원에서 귀전암 그리고 백우산 정상을 가서 월봉서원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을 한번 재어 보기로 하였다. 월봉서원에서 고봉 묘소까지는 5-6분 걸리었다. 고봉 묘소에 가서 묵념을 드렸다. 그리고 곧 고봉 답사 기행 책이 발간됨을 알리었다.
묘소에서 귀전암 터 까지는 10분 정도 걸리었다. 길이 잘 정돈되어 있어 가기가 편하다. 중간에 시누대 숲도 있어서 운치가 있다. 가는 길 오른쪽은 계곡인데 물이 거의 없다. 귀전암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있는 데 월봉서원까지는 650M, 백우산 까지는 700M로 표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서 108계단을 올랐다. 경사가 심하여 오르기가 힘들지만 이번에는 지팡이를 준비하였기 때문에 수월하였다.
백우산에 오르니 힘들었다. 혼자서 걷는 바람에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오른편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황룡강 들녘을 감상하면서 얼마를 걸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백우산에서 정상까지 시간이 25분이나 걸렸다.
다시 길을 걸었다. 7-8 분정도 가니 이정표가 다시 나온다. 광곡 1.01km 하림 1.75km 큰 봉 0.82km 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서 광곡 가는 길이 바로 월봉서원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후 3시에 출발하여 이곳까지 도착한 시간은 16시 3분. 이제 길을 따라서 월봉서원으로 내려간다. 내리막길이라 내려가기는 편하다. 조금 가니 묘소가 한 봉 있는 곳이 나오고 다시 또 내려가니 묘소가 여러 개 있는 곳이 나왔다. 가는 도중에 황룡강 들판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었다.
조금 있다가 평평한 길이 나왔다. 그리고 백우정이 보였다. 도착 시간은 4시45분. 1시간 45분을 걸은 것이다.
고봉 선생 추향제
10월 19일 오전 11시에 월봉서원 숭덕사에서 고봉 선생에 대한 추향제가 있었다. 150여명의 추모객이 모인 자리에서 제사를 지내었다. 이번 추향제에는 특별히 퇴계 종택의 차종손 이근필 선생이 초헌관으로 참석하였다. 퇴계 선생과 고봉선생간의 유대관계는 460년이 지난 지금도 끈끈하다.
사진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고봉 선생의 위패를 보았다. 위패는 <문헌공 고봉 기선생>이라고 한문으로 적혀 있다. 제사 음식도 조촐하다. 무우, 채소, 밤, 돼지머리, 생선등 몇 가지 안 된다.
제사는 11시 50분 정도에 끝났다. 고봉 종손이신 기성근 선생과 진성이씨 보종회 이인환 섭외유사와 임준성 조선대 한문학과 강사와 함께 제사음식을 먹었다. 그러면서 퇴계와 고봉의 인연에 대하여 다시 한번 이야기 하였다.
추향제를 마치고 다시 고봉 묘소를 찾았다. 묘소에서 선생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선생의 흔적 답사가 오늘로 일단 마무리됨을 고하였다. 그러면서 아직 여러 가지 일들을 제대로 못하였음을 고백하였다. 담양 식영정, 면앙정, 소쇄원, 장성 요월정, 광주 풍영정, 나주 칠두정등 선생께서 계산풍류를 즐기던 곳도 제대로 못 둘러보고, 무등산, 월출산, 지리산등 선생이 유람한 산도 제대로 못 찾아보았으며, 송순, 김인후, 이항, 양응정, 이후백, 정유일, 박순, 김계, 김계휘, 정철, 양사기, 유희춘, 노수신, 우성전등 선생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제대로 못하였음을 아뢰었다. 그렇지만 여건이 허락된다면 선생의 흔적을 찾아서 다시 길을 떠날 것임을 다짐하였다.
호남의 역사, 호남 인물을 아는 일은 그 자체가 호남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다. 고봉 기대승 선생. 그는 호남 정신의 자존심이다. 고봉 선생을 아는 일 또한 호남의 자존심을 찾는 일이리라.
'고봉 기대승'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봉, 퇴계를 그리워하다 ... 책 출간 예고 (0) | 2009.11.06 |
---|---|
고봉 기대승 답사기행 책 발간 (0) | 2009.10.26 |
고봉 기대승 선생 추향제 - 제사를 드리다. (0) | 2009.10.19 |
퇴계 이황 묘갈명 - 고봉 기대승이 짓고 글씨를 쓰다. (0) | 2009.09.29 |
퇴계와 고봉이 주고 받은 매화시 8수 그리고 정... (0) | 2009.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