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가 다 그렇고 그런 것 |
세상일이란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가 봅니다. 항상 행복할 수만도 없고, 항상 불행할 수만도 없습니다. 행복하다가도 불행해지고, 불행하다가도 또 행복해지는 수도 있으니 세상일이란 모르는 것입니다. 높은 지위에 오르며 부와 권력이 자신의 한 몸에 모아질 때야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지만, 높은 지위와 권력 때문에 책임도 무거운 것이어서, 조금의 잘못과 실수 때문에 큰 질책을 받고 세상에 없는 불행에 빠질 때는 얼마나 참담하며 기가 막히겠습니까. 화와 복은 뒤바뀌기 마련이고 행과 불행도 순식간에 바뀌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오래 전부터 ‘새옹지마’라는 속담도 있고, ‘전화위복’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요즘 잘나가던 고위공직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물러나 백수의 지위에 놓이며 한탄에 빠지기도 하지만, 집권 프레임에 의하여 갑자기 고관대작에 오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변화무쌍한 세상의 원리에 초연하고 달관해야만 합니다. 한 때의 재난과 불행으로 낙망하여 완전히 넘어지고 마는 그런 액운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에 다산의 시 한수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독소(獨笑)」라는 제목의 고시(古詩)입니다.
먹을 사람 적은 집에는 곡식만 많고 有粟無人食 자식 많은 집안은 꼭 주릴 근심 있다네 多男必患飢 높은 벼슬하려면 어수룩해야 하건만 達官必 愚 진짜 재주꾼은 써먹을 데 없다네 才者無所施 모든 복을 두루 갖춘 집안은 적고 家室少完福 극도의 높은 도리는 언제나 쇠퇴하지 至道常陵遲 아비가 인색하면 자식은 방탕하기 마련 翁嗇子每蕩 아내가 지혜로우면 사내는 꼭 어리석지 婦慧郞必癡 만월 때 되면 구름이 자주 끼고 月滿頻値雲 꽃이 피면 바람이 휘저어놓네 花開風誤之 세상만사가 다 그렇고 그런 것 物物盡如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웃노라 獨笑無人知
1804년 무렵 강진읍내서 귀양살이하던 초기의 시로 여겨집니다. 행과 불행, 화와 복은 영원할 수 없이 수시로 바뀌고, 세상일이란 으레껏 어긋나기 마련이라는 체념의 뜻도 보이지만, 그런 어긋나는 현실을 참고 기다리는 지혜를 지녀야 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고 그런 세상, 언제까지 참고 견디어야 할 것인지, 요즘 세상 꼴사구니는 그냥 보고만 있기에는 힘들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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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나면
웃지요.
홀로 웃는 것 자체가 달관의 경지이다.
인생 길에서 쓴맛을 본 사람은 이렇게 스스로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