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사에게 듣는 산이야기] 임권택 영화감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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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쌓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인 56년 신생영화사 영화제작부에서 이론으로도 무장했다. 드디어 그이 나이 26세 때인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70년대 말까지 매년 두서너 작품씩 71편의 영화를 쏟아냈다. 17년간 한 해 평균 4편 이상씩 영화를 촬영한 셈이니 작품을 만들었다기보다 단순히 찍었다는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다.
그도 스스로 “감독 데뷔 초기 10여 년 정도의 50편은 흥행 위주로 찍은 남작(濫作)의 시절이었고, 우리의 삶과는 무관한 영화였다”며 “당시의 영화를 보면 누가 저런 저급한 영화를 촬영했나 싶을 정도로 구정물 같은 싸구려 영화, 불태워 버리고 싶은 필름으로 자막에 내 이름이 나오면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고 회고했다.
40줄 넘어서면서 그는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만든 영화가 ‘잡초’(73년)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만족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럴까’라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돌아보니 “10여 년 동안 흥행 위주의 ‘남작의 때’가 체질화돼 쉽게 빠져나올수 없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체질개선 하는 시간도 꼬박 10년이 걸리더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그의 70년대 영화를 “한국 사람의 문화적 개성도 없고, 삶도 담겨져 있지 않고, 재미도 없고, 스토리도 뻔하면서, 관객도 없이, 주제만 뚜렷한 영화”라고 규정했다. ‘남작의 때’를 빼는 10여 년 세월이 지난 80년대 그는 드디어 완성도 높은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81년 구도자의 고뇌하는 모습과 한국의 산수를 적나라하게 담아낸 ‘만다라’를 발표했다. 이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그는 국제영화제 문을 본격 두드리기 시작했다. 86년 개봉한 영화 ‘씨받이’에 출연한 강수연은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물론 감독은 임권택이었다. 그의 작품성과 예술성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한때 ‘우리는 왜 할리우드 영화같이 못 만드나’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의 결론은 한 마디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로 내렸다. 왜냐하면 할리우드 영화의 엄청난 제작비, 우수한 배우와 인력, 최첨단 기재와 기술 등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른 방향으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한국사람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한국적인 삶, 산수, 역사 등을 담아낸 문화적 개성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겠다”고. 여기에 10여 년간 ‘남작의 때’를 빼는 기간과 맞물려 그의 작품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89년), ‘장군의 아들’(90년), ‘서편제’(93년), ‘태백산맥’(94년), ‘춘향뎐’(99년), ‘취화선’(2001년), ‘하류인생’(2004년) 등 명작들이 속속 발표됐다. 특히 취화선은 그에게 칸영화제 감독상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제공했다. 93년 제작된 ‘서편제’는 서울에서만 105만 명의 관객동원이라는 당시 한국영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적인 삶·산수·역사에 주로 관심 그의 영화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자연미, 즉 한국의 산수를 담아내는 빼어난 영상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자연이 확실히 친숙하다. 스위스와 같이 산이 아름다운 곳에 며칠씩 있어 봐도 금방 싫증이 나더라. 역시 우리나라 산하가 몸에 살포시 와닿아 뭔가 느낌이 다르다. 한국의 산수를 광선으로 찍는 게(영화 촬영한다는 영화계 은어) 부담도 없고 담기도 쉽다. 그러나 설악산의 장엄한 경관은 장대한 느낌 그대로 담기 쉽지 않아 아직 못하고 있다. 좀 더 친숙해지면 가능해질 것이다.” 인간이 자연과 완전 동화가 되어야만 자연의 진정한 모습을 느끼고 담을 수 있다는 의미 같았다. 사실 영화 외 그의 인생은 등산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산과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등산도 설악산, 오대산, 지리산 등 웬만큼 이름난 산은 다 가봤을 정도다. 그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훈수했다. “사람들이 영화에 나온 멋진 곳이 실제와 다르다고 실망하는 건 영화의 극적현상과 자연이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영향이 크다. 사람들은 자연과 산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고, 그렇지 못할 땐 마음으로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는 결국 “관심을 가지면 친숙해지고, 친숙해지면 사랑하는 마음도 생긴다”는 현자(賢者)적인 말도 덧붙였다. 올 4월 개봉하는 천년학에 대해서도 “한라산 오름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가득 담겨 있다”며 “개봉을 앞두고 느낌이 좋다”며 촬영 마지막 작업을 했다. 그에게 자연과 산에 대한 사랑을 한 마디로 개념화하면 무슨 말이 있겠느냐고 묻자, 한참 고민하다 “인간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고, 자연을 벗어나 살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마무리했다. 글 박정원 차장 jungwon@chosun.com 사진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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