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미술관 하면 문화적 소양이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나 찾는 곳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 2004년 문화관광부가 광주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중 9명은 3개월 동안 미술관이나 문예회관 등 순수 문화 시설을 단 한번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을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사람은 1천명 가운데 약 937명이나 됐다. 이쯤되면 약 1%에 해당하는 ‘미술마니아’들이 미술관의 관람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기본적으로 문화향유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이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척박한 문화환경의 원인을 시민들의 낮은 문화감각으로만 탓하기에는 어딘지 미흡하다. 한 사회의 문화수준과 소통의 부재를 소비자(관람객)의 문제로 단순화 시키기에는 제반 환경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찾지 않는 다면 왜 그런지 미술관의 내부를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광주를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외국의 유명 미술관들에 비해 전시, 교육, 홍보, 운영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물론 나라마다 경제수준과 문화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외형적인 잣대로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미술관=교육기관’이란 인식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문화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의 시민들이 미술관을 평생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매개로 문화보급과 대중소통을 추구하는 ‘미술관 교육’이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다른 나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미술관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은 우선 수적으로도 우위에 있다. 지난해 국립 현대미술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미술관은 1천290여개에 이른다. 한국 66개, 일본 330개에 비하면 말 그대로 ‘미술관 천국’이다. 미국의 미술관들은 질적인 면에서도 다른 나라의 미술관과는 차별화된 운영전략을 채택해 지역민들과 밀착돼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60년대에 지역사회의 문화유산과 자연생태환경, 문화인프라 등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이웃박물관 운동’이 시작됐다. 또한 2000년대부터 ‘생활속의 박물관’을 근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박물관’에 접속할 수 있는 21세기 디지털 미술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미국 미술관들이 지닌 강점 중 하나는 무엇보다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4대미술관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해 구겐하임, 뉴욕 현대미술관 등 ‘수퍼 미술관’ 뿐 아니라 시라큐스, 샌디에고, 오스틴 등 20만∼30만명 인구의 소도시의 ‘마이너 미술관’들도 수준높은 소장품을 자랑한다. 이들 미술관들은 양질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상설전, 기획전 등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미적 안목을 높이는 미학교육과 미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미국 미술관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점으로 다양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철저한 관람객 조사를 토대로 연령별, 계층별에 따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일선 학교와 연계한 워크숍, 교사교육, 교육자료실 등을 통해 초·중·고 정규교육에서 미술관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커리큘럼화 되어 있다. 이와함께 다양한 교육콘텐츠로 꾸며진 미술관들의 홈페이지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일방적인 안내와 홍보에만 머물지 않고 접속자가 가정에서 미술품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쌍방향 기능을 강화해 언제 어디서나 미술관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미술관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미술관은 더이상 미술품을 전시·소장하는 박제화된 공간이 아니다. 교육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의 장(場 )이자 막대한 관광수입으로 국가의 부를 창출시킬 수 있는 문화자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같은 공공성을 가진 공간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한 광주가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위해서는 미술관의 사회적, 문화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함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서둘러야 할 때다. 이 시리즈는 선진 미술관들의 운영사례를 통해 광주지역 문화인프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술 투자... (0) | 2007.01.22 |
---|---|
반 고호에서 피카소까지 (0) | 2007.01.12 |
산정 서세옥 (0) | 2006.12.27 |
오지호 -화순, 그리고 광주 지산동 (0) | 2006.12.27 |
천경자 - 환상의 슬픈 노래 (0) | 2006.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