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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이야기

영화 황진이

 

 

 

양반님들 대신 머슴과 사랑에 빠지다

황진이가 누구냐, 라고 묻는 건 불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인호, 전경린, 김탁환 등의 작가들이 각각 써낸 황진이에 대한 소설 말고도 북한작가 홍석중의 <황진이>까지 있으니, 문제는 어떤 황진이인가 하는 점이다. 장윤현 감독의 신작 <황진이>는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홍석중의 <황진이>에서 황 진사의 서녀 출신 황진이는 머슴 놈이의 출생 폭로로 파혼당하고 기생이 되어 살아간다. 알려진 대로 황진이는 외모뿐 아니라 문장과 음율이 뛰어났고 권력이나 명예에 쉽사리 농간당하지 않는 자유롭고 당찬 여성이었다. 홍석중의 소설에서는 그러한 황진이가 서경덕에게 가르침을 받는 한편 머슴 놈이와의 사랑을 통해 또 다른 인격적 성숙을 이뤄가는 과정이 기운찬 문체로 그려지고 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장윤현 감독은 영화 <황진이>에 대해 “황진이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깨닫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과정은 사랑과 연결된다. 그녀가 안고 있는 정체성의 고민이 양반 김희열과 상민 놈이와 맺는 삼각관계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 사랑만을 보여주더라도 관객은 사회적 고민을 눈치챌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송혜교가 황진이 역에, 유지태가 놈이 역에 캐스팅된 영화 <황진이>는 지난 8월 말 촬영에 들어갔다. 파주와 양수리의 세트에서 시작해 한국민속촌, 철원, 서울 평창동을 거쳐 전체 분량의 40% 촬영을 마친 영화 <황진이>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황진이가 살았던 송도 지역을 담아내는 일이다. 당시 앞서간 문화를 누린 도시 송도에서 기생으로서 화려함의 중심에 있었던 황진이의 삶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 <황진이>의 송도 풍경은 그 자체로 중요한 캐릭터다. 조선시대 초 개성의 도시적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촬영을 시작한 장윤현 감독도 “현대물은 장소를 찾거나 만들기가 쉽지만 사극은 제한돼 있다는 점이 어렵다. 짓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많다”며 송도의 구현을 난제로 꼽았다. 송혜교가 보여주게 될 황진이에 대해서는 “황진이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는 막연하지만 송혜교란 배우를 통해 보여지는 건 매우 구체적이다. 본인도 원했던 역할이라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정도로만 설명했다.

씨즈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영화를 공동제작하는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황진이>에 대해 “한국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될 것”이라며 농담을 섞은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그 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당시 사회상을 포함한 이야기니까. 개인적 전기라기보다 그 시대에 있었던 여자의 이야기다.”(장윤현 감독) <황진이>의 제작진은 현재 전북 광한루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남원, 소쇄원 등을 거쳐 또다시 전국팔도를 밟으며 12월초까지 촬영을 계속할 예정이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정구호씨가 이번 영화에서도 미술을 총괄하고 있다. 붉은색을 쓰지 않은 색감으로 화려함을 구현한다는 것이 영화 <황진이>의 미술적 야심 가운데 하나다. 원작 속에는 궁서체 폰트로 한글 풀이된 황진이의 한시를 어떻게 스크린 안에 시청각적으로 녹여낼 것인가도 중요한 고민 가운데 하나라고 감독은 밝혔다. 전체 예산은 약 60억원. 시대에 구속되지 않은 여인 황진이의 당찬 치맛자락과 그 안에서 흐르는 사랑 그리고 우리네 교과서에도 실렸던 아름다운 시구는 목련이 피는 시기보다 이른 내년 2월에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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