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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을 찾아서

담양 자미탄 그리고 자미화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 송강마을의 강아묘.

 

 

  

자미탄 유지비 앞에서



식영정을 구경하고 계단으로 길로 내려와서 나는 길 건너편에 있는 <자미탄 유지비>를 찾았다.  광주의 작가  여균수가 쓴  <무등산 둘러보기> 책에서 이 비에 대한 글을 보긴 하였지만 지난번에 왔을 때는 쉽게 찾지를 못했는데  오늘은 그 유지비를 찾은 것이다. 자미탄. 백일홍 피는 여울. 자미화는 원래는 담양군 남면 학선리에서 성산에 이르는 증암천과 오솔길 주변에  숲을 이루고  해마다 7월부터 9월까지 100일 동안 진홍색 꽃이 만발해 증암천 여울에 비춰졌단다. 그리고  임억령등 식영정 사선(四仙)이 식영정과 환벽당을 오가며 자미탄을 찬미하는 시가(詩歌)를 읊었던 곳으로 전해져 증암천이 자미탄이라 불러져 왔다. 그러나  1974년에  광주호 댐 공사로 그 아름다운 절경이 모두 물속에 잠겨 버렸다. 정말 아쉽다. 그래서 자미탄 절경 감상대신에 식영정 사선(息影亭 四仙)의 자미탄 시 감상을 하면서 자미탄을 음미하여 보아야겠다.



먼저 석천 임억령의 시이다.

  

    백일홍 꽃핀 여울                 


누가 있어 붓으로 그림 그려 놓았듯이 

여기 산골 물가에 백일홍 심어 놓았나. 

선녀 같은 고운 단장 물아래 비쳤으니 

물고기와 날 새들 놀라 시샘을 하네.    

  


다음은 김성원의 시이다.


여울 물소리 계속 들리는데               

이름난 백일홍 누가 또 심어 놓았나.   

산 집에서 새롭게 빨아놓은 비단이라   

장사치 길손아 시샘을 하지를 마오.     



제봉 고경명의 시도 좋다.


생긴 자태 본디 부귀가 으뜸인데          

어찌 또 때맞추어 여울 가에 심었는고.     

골짜기 언덕엔 붉은 노을 가득하니        

고기잡이들, 시새워볼까 두렵네.            


             

마지막으로 송강의 시이다.


아름다운 꽃 백일이나 필 수 있기에         

그래서 물가에 심은 거라네                 

봄이 지난 뒤에도 이처럼 피어 있으려니  

봄이여! 이에 시샘을 하지를 마오.         


 이 네 시를 감상하여 보니 네 시 모두 무엇인가가 여울물가에 심어진 백일홍 꽃을 보고 시샘을 하고 있다. 석천의 시에는 물고기와 새들이 시샘을 하고, 서하당은 장사치와 길손이 시샘을 하며, 제봉은 고기잡이 어부들이, 송강의 시에는 봄이 시샘을 한다. 




한편  나는 이 자미탄 비를 보면서,  몇 주 전에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  송강마을 뒷산에서 본 자미화 시 한수가 적힌 비석을 생각하였다. 그 비가 바로 ‘의기 강아’의 묘비인데, 이 묘비 뒷면에는 송강의 자미화 한시가  적혀져 있다



강아 (江娥)


송강 정철은 전라도 관찰사로 재임시 남원의 동기(童妓)인 자미를 사랑하자 세상 사람들이 송강의 강자를 따서 강아라 불렀다. 송강은 1582년 9월 도승지로 임명되어 강아에게 석별의 시를 지어주고 한양을 떠났다. 

  

자미화    詠紫薇花


봄빛 가득한  동산에 자미화 곱게 펴                   

그 예쁜 얼굴은  옥비녀보다 곱구나.  

망루에 올라 장안을 바라보지 말라.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 모두 다 네 모습 사랑하리라.

  一園春色紫薇花       경看佳人勝玉釵

  莫向長安樓上望       滿街爭是戀芳華



그후 강아는 송강에 대한 연모의 정이 깊어 평안도 강계에 귀양가 위리안치중인 송강을 찾았으나 임진왜란이 나자  (후략)


송강이 전라도 관찰사가 된 것은 1581년 12월이다. 송강은  1581년 6월부터 6개월간의 창평에서의 세 번째 낙향이후 전라도 관찰사로  근무하는 데 이때 송강은 동기(童妓) 강아를 만난다. 그리고 강아는  1591년에 광해군의 세자 책봉을 주청하였다가 선조의 미움을 사서 평안도 강계에서 유배중인 송강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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