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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을 찾아서

담양 서하당 2

 

 

 

 

 

 

 하당은 내 친구라 (2)

 

         서하당에서 

 

                                김세곤 (노동부 법무행정팀장)

 

 

전편에서 계속됩니다.

 

 

 

 

 

 

    

아래 한시도 송강과 서하당의 돈독한 우정을 알게 하는 시이다.



  멀리 서하당 주인에게 부치다(김성원공)   


  골육 간에도 서로 길을 달리하고,

  친한 벗도 혹은 앙숙이 되는데

  사귀여 늙도록 정을 지키기는

  세상 천지에 오직 그대  뿐이네.

   遙寄霞堂主人 金公成遠    


   骨肉爲行路    親朋惑越秦    

   交情保白首    海內獨斯人

     

이 시에서 보듯 송강은  서하당을 이 세상에 오직 ‘그대뿐인 친구’라고 표현하고 있다. 형제간, 친한  친구 간에도 흔히 사이가 벌어지기 마련인데 서하당 당신은 늙도록 정을 지키는 유일한 나의 친구라고 시에서 적고 있다.


다음은  삼십년 전에 서하당이 보낸 송강의 편지에 관한 시이다.



하옹이 옛 편지를 내어 보이다.


삼십 년 전의 편지를 보니

종이 위에 쓰인 말이 정녕 간절해라.

먹자취는 어제처럼 새로운데

사귄 의는 늙어서 더욱 돈독하네.

먼지나 좀벌레에게 줄게 아니라

마땅히 자손에게 보여야 하네.

친한 벗이 천지에 가득하건만

손을 뒤집어 구름도 되고 비도 된다네.



霞翁以舊書出示  


三十年前札    丁寧紙上言    

墨痕新似昨    文義老彌敦    

未可輸塵蠹    端宜示子孫    

親朋滿天地    雲雨手能飜    



송강이 30년 전의 편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사귄 우정이 이렇게 돈독함을 새삼 느낀다. 이런 편지는 고이 간직하여 마땅히 후손들에게 보여야 한다. 지란지교는 영원히 기록될 가치가 있으니까.

 송강이 아닌 보통 사람이라도 몇 십 년 전에 받은 편지를 다시 꺼내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그것이 연애편지이건 친구와의 안부편지이건 간에. 한편 그런 편지를 오랫동안 서하당이 간직한 것 또한 지극 정성이다.


마지막의 ‘손을 뒤집어 구름도 되고 비도 된다’ 글은  당나라 시인 시성 詩聖 두보(712-770)의 빈교행(貧交行: 가난할 때의 사귐)에서 나온 말이다.



손을  뒤집어 구름을 만들었다가  손을 엎어 비도 만드니

어지럽게 경박한 사람을 어찌 말해 무엇 하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관중과 포숙이 가난하였을 때 사귀던 모습을

요즘 사람들은  이 도를 마치 흙처럼 저버리네.


飜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

君不見管飽貧時交     此是今人棄如土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인심은  권세에는 아부하고 가난해지면 멸시하는 염량세태이다. 잘 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몰락을 하면 그 많던 주위의 사람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늘상 보는 일이다. 그럴 때 일수록 한 두 친구의  관포지교는 더욱 빛난다.



한편 송강은 창평에 낙향할 때 마다 서하당과 같이 술도  마시고 거문고도  타고 때로는 서하당에서  잠도 같이 잤나 보다. 아래 시들은 송강과 서하당이 같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그린 시이다.


   

  하옹의 운에 차하다


  속세를 피해 숨어 사는 이(幽人)가 문득 일어나 봄 흥을 찾나니   

  석양이 냇물 위의 짧은 다리를 지나네.   

  온갖 나무와 화초들이 저녁 아지랑이 속에 있으니

  시골의 갓 익은 술을 두세 잔 마시네.



次霞翁韻   


幽人忽起尋春興   川上夕陽經短橋      

萬壽芳菲烟景暮   野村新酒兩三瓢   


 이 시는 송강과 하당이 봄나들이를 가서 술 한 잔 마시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골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오는 시이다.


두 사람이 같이 나들이 다니는 시는 또 있다.


   

하당정과 더불어 방초주를 거닐다가 서하당으로 돌아와 술을 들다



풀 덥힌 물가(방주芳洲)를 거닐다가 지쳐 돌아와

 꽃 그림자 속에서 다시 술잔을 건네네.

 해마다 남쪽 북쪽에서 서로 그리던 꿈이

 몇 번이나 송대(松臺)에 한밤중 찾아왔던가.


 與霞堂丈步屧芳草洲還于霞堂小酌 


散策芳洲倦却廻     殘花影裏更傳杯 

年年南北相思夢     機度松臺夜半來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서 회포를 푸는 모습이다. 송강은 북쪽 한양에, 서하당은 남쪽 창평에 있으면서 서로 그리면서 꿈에서나 만났는데 다시 술잔을 건네니 참으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