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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 기행 [43회] 앙리 마티스 (2)

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 기행 [43회] 앙리 마티스 (2)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5.06.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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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는 1908년 가을 살롱전에 ‘푸른 조화’란 제목의 그림을 출품했다.
러시아 귀족이며 미술품 수집가 세르게이 슈추킨이 이 그림을 샀다.
그런데 슈추킨이 1909년에 그림을 받아보니 놀랍게도 그림은 ‘붉은 조화’로 탈바꿈해 있었다.
마티스가 새로 그렸던 것이다.

마티스, 붉은 조화, 캔버스에 유화, 180* 200cm, 1908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 미술관

마티스는 실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인과 정물 그리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봄의 정경을 그렸는데, 푸른색 실내 테이블은 창문 밖 초록색 풍경과 대비가 너무 약해, 마티스는 실내를 온통 붉은색으로 칠한 것이다.

1908년부터 마티스의 명성은 높아졌고 경제 사정도 좋아졌다.
1909년에 그는 이시레물리노에 집을 사서 1층에 화실을 꾸몄는데 이곳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그렸다. 마티스는 부모를 초대하여 집, 정원, 연못, 꽃밭 등 그의 새로운 안식처를 보여주었다.

1909년에 슈추킨은 마티스에게 커다란 벽화 두 점을 주문했다. 그림 제목은 ‘춤’과 ‘음악’이었다. 이 그림들은 마티스가 1906년에 앵데팡당전에 출품한 ‘삶의 기쁨’ 그림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이다.

‘춤’은 초록색과 푸른색 바탕 위에 발가벗은 5명의 무희(舞姬)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 춤은 불규칙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아예 엎어져 있는 앞쪽의 무희는 다른 무희가 내민 손을 잡아 원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고, 한 무희는 고개를 숙이고 쪼그린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어떤 무희는 발뒤꿈치를 들고 있다.

역동적인 ‘춤’의 리듬 때문에 몸은 뒤틀릴 지경이지만 그럴수록 그림은 표현력이 강렬하다.
‘춤’에서 마티스는 장식적인 2차원성으로부터 비 사실주의적 정신성의 극한을 끌어내려고 시도하였다. ‘춤’은 20세기 회화의 중요한 운동인 표현주의와 추상주의의 씨앗을 뿌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마티스, 춤(Dance), 캔버스에 유화, 260*391 cm, 1909-1910,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 미술관

한편 ‘춤’에는 ‘행복의 종교’가 구현되어 있다. 그림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음악’ 그림에는 초록색 언덕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5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음표처럼 한줄로 배열되어 있는데 맨 왼쪽에 서있는 남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고 그옆엔 남자가 앉아서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은 각자 노래를 부르는 표정인데, 5명의 남자 모두 고요하게 각자 삶의 희열을 만끽하고 있다.

‘음악’을 그리면서 마티스는 이렇게 말했다.

“세 가지 색이면 충분하다. 하늘을 칠할 파란색, 인물을 칠할 붉은색, 언덕을 칠할 초록색이면 충분하다. 사상과 섬세한 감수성을 단순화시킴으로 우리는 고요를 추구할 수 있다.”

 마티스, 음악 , 캔버스에 유화, 260* 398cm, 19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 미술관

2007년 가을에 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 미술관에서 르누아르, 고흐, 고갱 그림과 함께 마티스의 ‘춤’ 그림을 보았는데 매우 역동적이었다.
그런데 마티스의 ‘붉은 조화’와 ‘음악’ 그림은 보았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이제 슈테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마티스 그림을 감상하여 보자. 마티스는 1911년에 ‘꽃과 도자기 접시’ 그림을 그렸다.

마티스, 꽃과 도자기 접시, 캔버스에 유화, 93.5 * 82.5 cm, 1911,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

그리 크지 않은 그림에는 화분과 도자기가 그려져 있다. 바탕색은 푸른색이고, 도자기 접시는 초록색, 푸른색 화분에는 초록색과 노랑, 붉은 색 꽃이 담겨져 있다.

둥근 도자기와 화분 사이에는 말려 있는 종이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대조를 이루게 하는 표시이다. 또한 검은 그림자는 푸른색 바탕과 상반되게 그려져 있다.

마티스는 1910년에서 1991년 겨울을 스페인 세비야에서, 1911년과 1912년 겨울을 모로코에서 보냈다. 이 그림은 스페인에서 그린 것인지, 모로코에서 그린 것인지 필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한편 슈테델 미술관에 키르히너등과 같이 마티스 그림이 있는 점은 의미가 있다. 1908년에 마티스는 독일화가 한스 푸르만과 함께 첫 독일 여행을 하였고, 키르히너와 헤켈등 독일 표현주의 화가의 작품을 알게 된 것이다.

(참고문헌)
o 폴크마 에서스 지음 · 김병화 옮김, 앙리 마티스, 마로니에북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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