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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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드가(1834∽1917)는 1874년부터 1886년까지 개최된 8번의 인상주의 전시회에 7번 참가할 정도로 인상주의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글래스고 미술관협회
하지만 그는 인상주의 화가보다는 사실주의 화가로 불리길 더 좋아했다.
그는 앵그르의 영향을 받았으며 선과 데생에 역점을 두었다. 그는 시력이 나빠서 야외에 나가 자연을 그리기보다는, 실내에서 파리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악의 꽃(1857년)’의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샤를 보들레르(1821∽1867)는 1863년 11월 말과 12월 초에 3회에 걸쳐 ‘르 피가로’ 신문에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를 연재했다.
그는 신문 삽화가인 콩스탕탱 기스(1802∽1892)를 소개하고 비평을 하면서, 고대 역사나 신화를 주제로 하는 그림보다는 순간순간 지나가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재현하는 근대 미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네는 1861년부터 보들레르와 절친이었다.
1862년에 마네는 보들레르의 정부(情婦) 잔 뒤발의 초상화를 그렸다. 드가는 마네와 자주 어울렸다. 그리고 보들레르의 미술비평에 공감했다.
드가가 “사람들의 풍속과 전형적인 태도, 무엇보다도 그들의 행동과 어울리는 표정을 담은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듯이 드가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란 뜻) 파리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발레리나, 경마장 기수, 카페의 여가수, 서커스 단원, 다림질하는 여인들, 모자 상점에서의 여인, 도시풍 옷을 입은 여인, 압생트 마시는 사람, 매춘부 등을 그린 것이다.
드가의 친구인 소설가 에드몽 뒤랑티(1833∽1880)은 1876년에 <새로운 회화, 듸랑 뒤엘 화랑에서 전시회(제2회 인상주의 전시회- 필자 주)를 개최한 일련의 화가들에 대하여>라는 글을 발표했는데, 그는 자신이 발표한 글의 의도와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 드가의 그림을 선호했다.
“나는 한 사회, 그 속에서 일어나는 행동들과 사건들, 직업과 다양한 부분들을 보았다. 나는 행동과 얼굴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이 바로 그림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 (시모나 바르톨레나 지음·강성인 옮김,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2009, p 131-133)
한편 드가는 1879년에 뒤랑티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러면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다림질 하는 여인들’을 감상하여 보자.

드가는 1869년부터 세탁소에서 ‘다림질하는 여인’을 그리기 시작하여 모두 14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오르세 미술관의 그림이 가장 유명하다.
드가는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화폭에 담았다.
물그릇이 놓인 세탁대에 두 여자가 있다. 왼편 여자는 일하다가 하품을 하고 있는데 한손은 머리 뒤로 올리고 다른 한손은 병의 목을 잡고 있다. 오른편 여자는 허리를 굽혀 온 힘을 다해 다림질하고 있다.
한편 드가는 발레리나 그림을 수백 장 그렸다. 에드몽 콩쿠르는 발레리나와 다림질하는 여인들 그림에 대하여 비평을 남겼다.
“나는 좋고 나쁜 선택에 대하여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드가가 그림의 소재로 한 현대여성의 모습이 가장 회화적으로 드러나는 이 두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칭찬하고 싶다.” (시모나 바르톨레나 지음· 강성인 옮김,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2009, p 133)
한편 피카소(1881∽1973)는 22세인 1903년에 드가의 그림을 본떠서 <다림질하는 여인> 그림을 그렸다.

(베른트 그로베 지음 · 엄미정 옮김, 에드가 드가, 2005, p 67-70)
또한 드가는 모자 상점의 여인을 20점 이상 그렸다. 파리는 패션의 도시였다. 드가는 40년간 우정을 쌓은 미국 여성화가 메리 커셋이 모자 가게나 의상실에 갈 때 기꺼히 동행했다.
1882년에 그린 <모자 상점에서>는 새 모자를 쓰고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는 손님을 보여준다.

1882-1886년에 그린 <모자가게>에서는 모자를 화면 앞쪽에 배치하고 옆모습이 보이는 젊은 여인을 모자 진열대 뒤에 그렸다.

여기에서 드가의 글을 읽어보자.
“이 세상 어떤 그림도 내 그림보다는 즉흥적일 것이다. 영감, 충동, 흥분은 내겐 낯선 개념이다. 화가는 같은 대상을 열 번, 심지어 백번이라도 반복해서 그려야 한다. 미술에서는 동작 하나라도 우연인 것은 없다.”
1878년에 드가는 <카페 콩세르의 여가수>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1879년 제4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되었는데, 카페 콩세르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던 유흥주점들을 지칭한다. 이곳은 향락적이고 저속하고 음탕한 노래로 서민들의 박수와 웃음을 자아내는 곳이기도 하였다.
앙바사되르 카페 콩세르에 자주 간 드가는 여가수의 모습을 매우 가까운 시점에서 포착했고, 가수 얼굴 위에 드리운 조명과 조명이 만드는 그림자 효과를 강조했다.

52.8 * 41.4cm, 포그미술관(영국 케임브리지)
한마디로 매일 되풀이 되는 파리의 일상 모습을 그린 드가는 파리의 플라뇌르(Flâneur)였다.(플라뇌르는 ‘한가롭게 이리저리 거니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참고문헌)
o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하지은 옮김,인상주의, 마로니에북스, 2009
o 마틸데 바티스티니 지음 · 박나래 옮김, 피카소, 마로니에북스, 2009
o 베른트 그로베 지음·엄미정 옮김, 에드가 드가, 마로니에 북스, 2005
o 샤를 보들레르 지음·정혜용 옮김,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은행 나무, 2014
o 시모나 바르톨레나 지음 · 강성인 옮김,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마로니에 북스, 2009
o 제임스 H 루빈 지음 · 김석희 옮김, 인상주의, 한길아트, 2001
o 피에르 카반느 지음 · 김화영 옮김, DEGAS, 열화당,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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