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41) 슈테델 미술관-에드가 드가
-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 입력 2025.04.22 04:10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1841∽1919) 그림을 감상한 후에 에드가 드가(1834∽1917)의 발레 그림을 보았다. ‘수련’하면 모네이듯이, 드가를 유명하게 만든 대중적 이미지는 발레 그림이다.

그림 제목은 <관현악단의 연주자들>이다. 그는 29-30세인 1870-1871년에 그린 그림을 1874-1876년에 다시 손질하였다.

그림의 구도는 대중 잡지의 삽화를 흉내내어 분할되어 있다. 하단부는 세 명 연주자(바이올린, 오보에, 첼로)의 커다란 머리가 시야를 가로막아 전체 연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상단의 무대에는 발레리나가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고, 발레리나 6명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맨 왼쪽 발레리나는 반쯤 잘려져 있다.
이보다 앞서 드가는 1869-1870년에 <오페라좌의 관현악단>을 그렸다.
그런데 화면 구성이 특이하다. 앞부분에는 연주자들이 있고 뒷부분은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 있는데 발레리나의 얼굴은 아예 잘렸다.
원래 드가의 친구 비순 연주자 데지레 디오(그림 가운데)는 드가에게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는데, 드가는 단체 초상화를 그린 것이다.

1871년부터 드가는 발레리나 그림을 많이 그렸다. 발레리나 그림은 잘 팔렸다. 부유층이 좋아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1874년에 은행가인 부친이 나폴리에서 별세했다. 그런데 부친의 부채가 더 많은 것을 안 드가는 돈을 벌기 위해 발레리나 그림을 더 많이 그렸다.
그러면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된 발레 그림 두 점을 감상해보자.
첫번째 1871-1874년에 그린 유화 <발레 수업>이다.

그림 중앙에는 당시에 유명한 발레 선생인 쥘 펠로가 지팡이를 집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무용수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가장 왼쪽의 발레리나는 지루한 듯 머리를 뒤로 젖히고 등을 긁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짜증스런 모습으로 머리의 장밋빛 리본을 고쳐 매고 있다. 오른 쪽의 푸른 옷 튀튀를 입은 무용수는 팔을 살펴보고 있다. 그 뒤에는 무용수 어머니들이 관람하고 있다.
왼쪽 앞의 붉은 장식을 하고 머리를 땋은 발레리나 발 앞에는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보인다.
두 번째 그림은 가장 잘 알려진 <스타 무용수>이다. 죠르주 리비에레는 이 그림에 대해 “이 파스텔화를 본 후에 당신들은 오페라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요”라고 평하며, 무대 위의 사실적인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해내는 드가의 예리한 관찰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구조로, 무대에서 혼자 도는 동작을 취하는 프리마돈나를 보여준다. 다른 발레리나들은 뒤에 기다리며 서 있고 부분만 보인다. 스타 무용수는 발끝으로 서서 아라베스크 동작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무대 뒤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있다. 그는 후원자로 보이는데 그녀를 데리고 가기 위하여 대기중인 것 같다. (당시에 발레리나 들은 주로 하층 계급 소녀들이어서 후원자가 필요했다.)
한마디로 드가는 화려한 무용수의 사실 묘사와 함께 어두운 그늘의 인상도 그렸다.

한편 드가는 시인이었다. 그는 발레리나 시를 다수 지었다. 그의 시 두 편을 읽어보자.
「어린 무용수
낮이나 밤이나 연습에 몰두하는 그녀
그녀의 가치를 알아본 즐거움이 밀려오네
아직 빈민가의 흔적을 떼 버리지 못한 그녀
(조원재 지음, 방구석 미술관, p 70)
발레리나
웨버의 슬픈 호흡이 연주하는
풀르트 리드 주변에서 그녀는 춤춘다.
그녀의 발에는 리본이 묶여있다.
새 같은 몸짓으로 그녀의 몸은 아래로 늘어진다.
바이올린이 휘파람을 분다.
파란 물에서 숲은 신선함을 발하고
그녀의 팔과 다리는 기이하게 쭉 펴진다.
새로운 삶과 순수한 사람의 기쁨이
그녀의 눈, 가슴, 모든 새로운 존재에 감돈다.
그녀의 공단 슈즈에는
기쁘의 무늬가 수놓였다.
의기양양하게 걷는 소녀는
쫓으려고 애쓰는 불쌍한 나의 눈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신호 한번에 아름다운 신비는 끝났다.
그녀는 다리를 너무 멀리 들어올렸다.
그것은 키테라의 연못에 있는 개구리의 도약이다.」
(카린 H 그림 지음 · 하지은 옮김, 인상주의, p 42)
(참고문헌)
o 윤운중 지음,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모요사, 2013
o 이택광 지음,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아트북스, 2011
o 조원재 지음, 방구석 미술관, 블랙피쉬, 2018
o 시모나 바르탈레나 지음 · 임동현 옮김, 오르세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2007
o 제임스 H 루빈 지음 · 김석희 옮김, 인상주의, 한길아트, 2001
o 베른트 그로베 지음 엄미정 옮김, 에드가 드가, 마로니에 북스, 2005
o 피에르 카반느 지음 김화영 옮김, DEGAS, 열화당, 1994
o 카린 H 그림 지음 · 하지은 옮김, 인상주의, 마로니에 북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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