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2.06 13:16
- 세계인권의 날(10일)을 맞아 서울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린다. 이에 맞서 이 대회를 비난하는 쪽 움직임도 요란하다. 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북한인권국제대회를 비난하는 단체 중의 하나인 ‘인권운동사랑방’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두 가지의 인권 얘기가 눈길을 잡는다. 먼저 ‘국익 선동에 가려진 인권’이란 논평. 황우석 팀을 비판한 이 논평은 “과연 여성의 난자를 몸의 일부로 생각은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난자를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성의 고통을 간과하고 도구화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흥분했다.
황우석 팀은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는 만큼 최고 수준의 윤리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황우석 팀에는 그토록 철저한 인권관(觀)이 같은 사이트의 ‘북(北) 인권 왜곡을 넘어 희망의 원리로’란 글로 가면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인권운동사랑방을 포함한 몇몇 단체들이 최근 북한 인권을 주제로 연 워크숍 내용을 지상중계했다는 이 글을 따라가 보자.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집착은 과(過)한 것이며 그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당연하다” “‘차이’에 대한 존중까지는 못 가더라도 적어도 인정하고 관용하는 것이…” “북한에도 납득될 수 있는 접근을…”.
우선 황우석 팀과 김정일 정권에 들이대는 인권의 잣대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왜곡됐다고 한다. 북녘 동포들이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고 중국 땅에서 붙잡혀 강제소환돼 고문당하고도 또 탈출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의 처참한 실상과 공개처형 장면은 바로 그 현장에서 보고 겪은 동포들에 의해 말로, 글로, 비디오로 생생히 전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왜곡이란 말인가?
황우석 비난 논평에는 “어째서 경제적 이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람의 몸에 가해지는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넘어서 당당하게 외쳐질 수 있다는 말인가”란 비분강개와 “생명을 살리는 일이더라도 또 다른 생명의 희생을 묵인하며 이뤄져선 안 된다”는 근엄한 꾸짖음도 담겨 있다. 지금 북녘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 어떤 ‘경제적 이익’이 걸린 일이 아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희생을 묵인한다는 고상한 논쟁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인권의 거울을 비추는 것조차 낯부끄러운 어둠 속의 참극일 뿐이다.
그 참극을 눈앞에 두고 워크숍 참가자들은 “북한 인권 문제는 체제에서 불거진 문제도 있지만, 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더 많다고 할 때, 그 체제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 인권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북한의 기준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자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도 나왔다. 요컨대 북한 김정일체제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란 주장과 다름없다.
강철환은 북한 요덕수용소에서 먹을 게 없어 지렁이·쥐를 잡아먹으며 10년을 연명했다고 자신의 수기(‘수용소의 노래, 평양의 어항’)에서 밝혔다. 그만이 아니라 할머니·아버지·삼촌·동생이 함께 수용소에 잡혀가 그렇게 살았다. 재일동포 북송 때 제 발로 북한에 간 그의 할아버지의 일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할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른 채 온 가족이 생지옥에 갇혀 지냈다. 김정일 정권은 그 생지옥을 ‘혁명교화소’라 부른다. 그 혁명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체제와 수령독재체제 간의 ‘차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북한 인권에 대해 내재적 접근을 하는 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친북(親北) 좌파들은 북한 인권만 꺼내면 남북 관계를 파탄내려는 세력으로 몰아가지만, 진짜 도덕적 파탄의 수렁에 빠진 건 바로 그들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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