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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정재정]21세기형 역사관을 가르치자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 원인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이 가한 충격을 들 수 있지만, 세계화가 심화되는 와중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2009년부터 중등학교에서 역사과목을 사회과에서 분리시키고, 고교 1학년의 수업 시수를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며, ‘동아시아사’(가칭)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타당한 방향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교육을 강화하자는 원론에는 대개 찬성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반드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역사교육의 강화가 국사를 국책과목으로 설정하고 ‘국정사관’을 주입했던 유신시대 교육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제도적 틀이 일단 정해졌으면 지금부터는 역사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개선해 차세대가 21세기에 합당한 역사의식을 기르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역사교육의 개선을 모색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줄기차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온 강인한 역사성에 대한 긍지와 책임을 느끼도록 배려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역사교육의 1차적 목표는 국민으로서의 자각(自覺)과 자부(自負)를 체득하게 하는 데 있다. 강대국과 각축하면서 우리만 한 역사와 문화를 창조하고 보전한 예는 세계사에서 보아도 흔치 않다.

둘째, 주변 나라와 공생을 추구한 평화애호의 전통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외국의 침략을 많이 받았지만 외국을 침략한 적은 많지 않다. 이 점을 퇴영적 역사일 뿐이라고 비아냥거릴 수 있지만 평화공영을 지향하는 21세기의 국제사회에서 부각시킬 만한 특징이다.

셋째, 국제무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류와 협력을 성취한 사례를 중시해야 한다. 우리역사에서는 외국과 활발히 교류하고 외국문물을 풍부히 섭취해 소화한 시대에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화의 추세가 거세지는 21세기에 진취적 역사관을 가르쳐야 한다.

넷째, 다른 나라와 다른 민족의 역사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여유와 아량을 가진 역사관을 길러야 한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소중하듯이 다른 나라와 민족의 역사와 문화도 소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 것들이 한데 모여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이룬다는 점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선 방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몸에 지니되 다른 나라 사람과 어깨동무하며 세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태도를 기르는 역사교육이 돼야 한다.

차세대가 그런 역사의식을 갖는다면 민족의 통합도 국제사회의 축복 속에서 좀 더 세련되게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국사편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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