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매 一剪梅
이청조
연꽃 향기 없어지자 고운 대자리에 가을이 오네.
살며시 비단 치마 풀고
홀로 목란 배에 오르네.
누가 저 구름 속에서 사랑의 편지 전해 줄까?
사람 인 人 자로 줄지은 기러기 돌아가니
서쪽 누각에는 달빛만 가득하네.
꽃은 절로 떨어지고 강물도 절로 흘러가니
한 가지 그리움으로
두 곳에서 뜻 모를 수심에 젖네.
그리운 이 마음 도저히 없앨 수 없으니
그리움이 가까스로 눈썹 아래로 내려갔나 했더니
또 다시 마음 위로 올라오네.
一剪梅 일전매
紅藕香殘玉簟秋 홍우향잔옥점추
輕解羅裳 경해나상
獨上蘭舟 독상난주
雲中誰寄錦書來 운중수기금서래
雁字回時 안자회시
月滿西樓 월만서루
花自飄零水自流 화자표영수자류
一種相思 일종상사
兩處閑愁 양처한수
此情無計可消除 차정무계가소제
才下眉頭 재하미두
却上心頭 각상심두
일전매 一剪梅는 ‘매화 한 가지를 자르다’는 뜻으로 중국 사람들은 멀리 있는 사람에게 매화를 꺾어 보내 그리움을 표시한다 합니다.
중국 송나라 최고의 여류시인 이청조(1084-1155)가 지은 이 시는 신혼시절에 이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송사 宋詞입니다.
중국 문학사에 한문漢文, 당시 唐詩, 송사 宋詞, 원곡 元曲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나라의 문장, 당나라의 시, 송나라의 사, 그리고 원나라의 희곡이 가장 별미라는 의미입니다. 사 詞란 곡자사 曲子詞의 줄임말로서 음악에 맞추어 부르던 노랫말입니다. 사 詞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감정의 본질을 다루기 때문에 아름다운 여성성을 지녔으며 섬세하고 부드럽고 그윽하고정이 넘칩니다.
이 ‘일전매’ 시의 불후의 절구 絶句는 재하미두 才下眉頭 각상심두 却上心頭 입니다. 재하는 '겨우 내려가다'는 뜻이고, 각상은 ‘오히려 올라가다’는 뜻이며, 미두는 눈썹, 심두는 마음이란 뜻입니다. 이 구절을 자세히 해석하여 보면 시름은 미간의 찡그림으로 나타납니다. 찡그렸던 미간을 이제 겨우 억지로 펴서 눈썹 아래로 내려 보내려 하였는데(재하미두), 다시금 미간이 올라가고 마음 한가운데에 시름이 생기는 군요(각상심두) 또한 才下 재하- 却上 각상, 眉頭 미두- 心頭 심두. 이 얼마나 절묘한 대구 對句입니까.
여류시인 이청조의 일생에 대하여 한마디 더 하렵니다.
그녀는 저명한 학자 집안의 딸로서 18세에 당시의 금석문 학자 조명성과 결혼하여 시문과 금석을 함께 즐기고 연구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였답니다. 그런데 송나라의 두 임금 휘종과 흠종이 금나라에 포로로 잡혀가고 전란의 화마에 휩싸여 남편마저 병에 걸려 급사하였다는 군요. 그래서 무의무탁한 신세가 되어 고독하고 처참한 말년을 살았답니다.
그녀의 사 詞는 전반기는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한 아름다운 곡조이고, 후반기는 전란으로 풍비박산 난 나라와 개인의 불행한 삶을 노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시는 제가 엮은 시집 " 꽃, 그리움"에 실려 있습니다.
(2월 중순 발간될 예정입니다.)
'시 poet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집 발간 _꽃 그리움 (0) | 2007.01.31 |
---|---|
꽃, 그리움 시집 엮음 (0) | 2007.01.25 |
꿈, 황진이 (0) | 2007.01.21 |
우리말의 아름다움... (0) | 2007.01.18 |
메밀꽃 피는 데 -조희룡 (0) | 2007.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