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피는 데
조희룡
메밀꽃 활짝 피어 있고
저녁노을은 화사한데
끊어진 다리, 시든 버들에
매미가 홀로 우네.
허수아비 마주보며
나무장승처럼 서 있으니
너른 들판에서 곡식이 아주 많이 나오길
가호 訶護하는 마음이네.
蕎麥花開夕照明 교맥화개석조명
斷橋衰柳獨蟬鳴 단교쇠류독선명
艸人相對堠人立 초인상대후인립
訶護平田萬斛情 가호평전만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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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에 미친 화가 조희룡(1789-1866). 1851년에 그는 추사 김정희의 심복으로 지목되어 신안 임자도로 귀양을 간다. 이 귀양지에서 무릇 눈으로 보는 바와 마음에 기억되는 바를 모두 시와 글로 쓴다. 그 모음집이 우해악암고 又海岳庵稿이다.
이 시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이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메밀꽃이 피어 있는 저녁노을
끊어진 다리, 시든 버들에서 우는 매미
들판에 서서 참새 쫓는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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