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1.01 01:03 / 수정 : 2007.01.0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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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해는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가 이효석이 태어난 지 100년, 조선후기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이 태어난 지 400년,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가 타계한 지 100년 되는 해다. 탄생과 타계를 기릴만한 문화계 대가들과 기념비적인 문화계 사건들을 미리 체크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 타계 20주년과 근대한국화의 대표주자인 남농 허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획전시도 달력에 미리 표시해두고 말이다. 조선후기 가장 강력한 지배이념을 세운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의 탄생 400주년은 새해 학계의 중요한 이슈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이효석의 고향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은 벌써부터 기념사업 준비에 바쁘다. 개신교에서는 교세가 폭발적으로 신장된 계기가 되었던 평양 기독교 대부흥 사건의 100주년을 맞아 푸짐한 기념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가 타계 100주년,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타계 50주년을 맞았다. 멕시코의 국민화가 프리다 칼로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인 멕시코는 들떠 있다. 미국 워싱턴 D.C는 1월부터 6개월 동안 셰익스피어 축제를 펼친다. 새해에 되짚어봐야 할 문화역사 속의 중요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정리했다.
1월
▶셰익스피어 축제(1~6월)
올해 상반기에 미국 워싱턴 D.C.에 가면 도시 전체에서 벌어지는 ‘셰익스피어 축제’를 즐길 수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케네디센터 주최로 폴거 셰익스피어 도서관, 내셔널 갤러리, 내셔널 빌딩 뮤지엄, 미국역사박물관, 미국회도서관 등 이 도시의 주요 문화시설에서 춤, 연극, 음악, 영화를 모두 아우르는 행사가 벌어진다.
▶1907 평양대부흥 100주년
1907년 1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는 한국 개신교 역사의 큰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한국인 최초의 장로교 목사 안수를 앞두고 있던 길선주 장로 등 교회의 지도자들이 나서서 자신의 죄를 고백한 것.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교인들이 앞다퉈 울면서 “축첩했다” “장사에서 폭리를 취했다” 며 자신의 죄를 털어놓고 신앙을 고백했다. 저녁에 시작된 예배는 새벽을 넘겨 이어졌고, 그 이전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물결이 일어났다. 새벽기도회, 금요철야기도회 등 한국 개신교의 특징들도 이 당시에 태동했다. 그 파장은 3·1운동으로 이어졌고, 개신교 교세가 폭발적으로 신장되는 계기가 됐다. 개신교계에서는 당시 사건을 ‘평양대부흥’ ‘평양대각성운동’ 등으로 부르며 기리고 있고 올해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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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농 허건 탄생 100주년
근대 한국 화가의 대표 주자인 남농(南農) 허건(許楗·1907~1987)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덕수궁미술관에서 5월에 기념 전시를 열 예정이다. 남농은 소치(小癡) 허련의 손자이자 미산(米山) 허형(許瀅)의 아들로 소나무와 화조도 등 문인화를 즐겨 그려 남도 남종화의 화맥을 이었다. 목포에서 향토적 정경을 그리는 산수풍경화를 연작해 호남을 대표하는 대가로도 자리 매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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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이효석 탄생 100주년
올해 소설가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효석문학관, 대산문화재단, 강원도 등이 기념사업과 학술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 명의 작가가 고향 후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를 실증하는 케이스다. 이효석이 고향을 배경으로 쓴 소설 ‘메밀꽃 필 무렵’(1936년)은 ‘한국 단편 문학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마다 메밀꽃이 피는 9월이 되면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는 달빛 아래 메밀밭을 거닐고 싶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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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 송시열 탄생 400주년
학계에서 올해 가장 기념할 만한 것은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의 탄생 400주년이다. 한 역사평론가가 우암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할 때 주위에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400년 전에 태어난 그가 아직도 이 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율곡의 학통을 계승해 기호학파의 주류를 이룬 성리학자였던 그는 또한 노론의 영수로서 ‘조선왕조실록’에 3000번 이상 언급될 정도로 당쟁의 한복판에 있던 정치가이기도 했다. 신분질서가 요동치던 17세기, 그는 오히려 주자학의 의리론을 조선으로 가져오는 소중화(小中華) 사상을 내세워 기존의 사회질서를 유지하려 했다. 남인·노론과 벌였던 숱한 정쟁은 그 자신조차 팔순의 나이에 임금이 내린 사약을 마시고 죽게 했다. 하지만 노론이 다시 집권하면서 그는 전국 23개 서원에 제향되는 성인(聖人)의 자리에 올랐고, 그의 사상은 조선 후기 가장 강력한 지배이념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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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월남 이상재 80주기
1920년대 조선을 찾은 서양인들은 ‘영어도 한 마디 못 하는 한 노인’의 집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다고 한다. 그 노인이란 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정치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1850~1927) 선생. 개화파의 일원으로 독립협회와 자유민권운동에 나섰던 그는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뒤 조선교육협회 회장과 조선일보사 사장을 지내며 민족 계몽에 투신했고, 좌우합작운동인 신간회의 초대 회장에 추대된 지 한 달 만인 1927년 3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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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20주기
전 세계적으로 현대미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화가 앤디 워홀(1928~1987)의 20주기를 맞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3~5월 그의 회고전을 연다. 1960년대 미국에서 부상한 팝아트의 대표 주자 앤디 워홀은 상업성을 적극적으로 껴안아 미술의 개념을 바꿔버렸다. 값싸고 흔한 코카콜라병과 캠벨수프 깡통, 대중문화의 영웅 마릴린 먼로 등을 단골 소재로 쓰고, 작가가 직접 모든 작품에 손을 댈 필요가 없다는 것도 보여줬다. 이런 발상은 현대 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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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사정 탄생 300주년
올해는 탄생을 기념할 만한 국내외 화가가 많은데 그 중 한 사람이 탄생 300주년을 맞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 심사정(1707~1769)이다.
- 심사정은 조선 후기 나타난 새로운 화풍인 진경산수, 남종화, 풍속화 중 남종화를 정착시켰지만 당대를 대표하는 다른 화가인 김홍도 등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았다. 그는 당시 중국의 회화를 습득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화풍을 만들었으며 초충도, 영모도, 산수화 등에 두루 뛰어났다. 올해 탄생 300주년을 맞아 그를 다시 조명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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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프리다 칼로 탄생 100주년
멕시코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 의 탄생 100주년이기에 올해는 멕시코 문화계에 있어 매우 뜻 깊다. 칼로는 격정적이고 솔직한 그림으로 20세기 후반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멕시코의 전통문화 영향을 받아 밝은 원색과 선이 굵은 묘사를 즐겼다. 공산주의를 옹호하고 페미니스트였다는 점, 과격한 성격, 멕시코의 유명한 벽화작가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의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에 그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고통스러운 삶조차 작품의 에너지가 되었던 멋진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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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엘비스 프레슬리 30주기
1953년 미국 남부 멤피스. 고교를 갓 졸업한 19세 트럭 운전사가 어깨에 기타를 메고 지역 음반사인 선(Sun) 레코드사의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의 생일에 자신의 노래를 선물하기 위해 단돈 4달러를 들고 음반사의 문을 두드린 이 청년의 이름은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 ‘하운드 도그’와 ‘러브 미 텐더’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당대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록앤롤의 제왕이 올해로 타계 30주기를 맞았다. 흑인의 블루스에 백인의 컨트리 음악을 결합한 ‘이종 교배’ 끝에 탄생한 그의 록 음악은 당시 청춘들의 감수성을 건드렸다. 지금도 그의 음악을 엮어서 만든 뮤지컬이 무대에 올라가고, 미국에서 최고 인기 우표는 그의 인물 우표가 차지할 정도로 엘비스의 영향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9월
▶그리그 100주기 & 시벨리우스 50주기
작년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의 해’였다면, 2007년에는 북구의 서늘한 바람이 클래식 음악계에 불어온다.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1843~1907)의 타계 100주기,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1865~1957)의 타계 50주기가 겹쳤다.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과 ‘페르귄트 모음곡’은 콘서트뿐 아니라 드라마와 광고 음악, 만화 영화에도 자주 삽입되는 명곡들이다. 시벨리우스는 교향시 ‘핀란디아’를 통해 당시 러시아의 지배에 시달리던 조국의 고난과 의지를 담아내 저항 운동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그리그 100주기를 맞아 노르웨이에서는 ‘페르귄트 페스티벌’ 등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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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칼라스 30주기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20세기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는 푸치니의 아리아처럼 살기를 꿈꿨지만, 정작 사랑이었던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는 일찍 그를 떠났다. 칼라스가 타계한 지도 내년이면 30년.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의 말처럼, 오페라의 역사에서 ‘기원전(BC)이란 바로 ‘칼라스 이전(Before Callas)’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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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출간 50주년
러시아혁명을 조롱하고 예술과 대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담은 이 불후의 명작이 나온 지 50년 됐다. 이 작품은 한 위대한 작가의 목숨을 먹고 탄생했다. 1957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되고 1년 뒤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그러나 소련의 방해로 시상식장에 서지도 못했으며, 국내에서는 작가동맹에서 제명당하는 등의 고초를 겪는다. 파스테르나크는 결국 소설 발간 3년 만에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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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찰리 채플린 30주기
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1889~1977) 이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됐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광대 연기와 섬세한 마임(무언극)으로 유명하며, 20세기 초반 무성영화시대의 스타였다. 대본도 쓰고 영화감독을 맡기도 했으며 1977년 12월 25일 사망할 때까지 엔터테이너로서 왕성히 활동했다. 몸에 꼭 끼는 코트에 헐렁한 바지와 큰 구두, 머리엔 중산모(中山帽)를 쓴 부랑자 캐릭터를 창조했다. 아카데미상을 두 번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