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고향 여수

박목월의 하관

 

 

 오늘 아침에 돌아가신 임을 위하여 이 시를 바친다.

 

 

   하 관

 

                                     박 목 월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먼저 가신 임이여, 이런 좋은 곳에서 지내시라고 이 사진을 올린다. 

 

'내고향 여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소개 책자 발간  (0) 2007.01.10
아트전  (0) 2007.01.04
임을 보내면서  (0) 2006.12.31
잘 가시오.  (0) 2006.12.31
문화가 경쟁력  (0) 2006.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