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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한 시

진달래꽃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될 때 그것을 붙잡고자 함은 누구나 가지는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간곡하게 붙잡음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면 그런 때는 어찌할 것인가? 그런 일을 스스로 겪어 보지 않고는 아무도 자신 있는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달래꽃」은 하나의 시적 해답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의 인물은 님이 떠나실 때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노라고 한다. 제2, 3연에서는 영변의 약산에 핀 진달래꽃을 한아름 따다 길에 뿌려 놓을 터이니 그것들을 걸음마다 밟고 가시라고 한다. 그리고는 한번 더 강조하여, 님이 떠나실 때에는 `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겠노라고 한다. 어차피 떠날 수밖에 없는 님이라면, 그리고 떠나는 것이 진실로 님이 바라는 일이라면 굳이 붙잡지 않겠노라는 비장한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의미가 전부라면 「진달래꽃」은 별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 되지 못 할 것이다. 이 작품의 중요한 문제는 위의 내용이 작중 인물의 진심과는 다른 반어적 표현 내지는 역설이라는 데 있다. 비록 말의 표현에서는 떠나는 님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다고 하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말이 아니다. 진심은 그 반대이다. 그는 님이 떠날 때 도저히 그렇게 보낼 수 없을 만큼 절실한 사랑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위의 구절들은 그 깊은 의미에서는 오히려 표면의 문맥과는 반대로 읽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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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가  노래를 불러서 더욱 유명하여진 소월의 진달래꽃.

 

이 시를 읊으면 우리네 한이라는 것이 저절로 느껴집니다. 

 

이별하면서도,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그 역설...

 

그런 마음이 나를  처연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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