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정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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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 겉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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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다산초당 |
<소리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책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좋은 문장이기에 소리내어 읽고 싶을 정도인지 꼭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기회가 왔다.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듯, 좋은 문장들이 모여 좋은 글이 태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문장을 낳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참 좋은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있는데, 1부에서는 아름다운 우리 문장의 본보기를, 2부에서는 어떻게 쓰면 좋을 지에 대한 문장론을, 3부에서는 좋은 문장을 알아내는 감식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모든 글은 다른 이의 글을 인용한 후에 저자가 부연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꼭 강의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본문을 읽고 나서, 다시 요약정리를 하는 기분이랄까 그 비슷한 느낌이었다. 특히 2부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론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주 오래된 것이었지만 그 해결책은 언제나 '오리무중'이었기에 이 책은 참 반가웠다.
감상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나야남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감상적인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필은 본질적으로 감상이 끼어드는 문학이다. 주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 수필이며, 흘러간 것은 모두가 감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 수필이야말로 감상의 억제가 요구되는 글이다.
'한의 미학'이라는 이름 아래, 감상의 바다를 헤엄치며 혼자서 도취하고 있는 듯한 글은 읽기에 민망하다.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감동하는 것을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감동하고 있는 자기'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또 한 명의 자기가 존재해야만 한다. - 본문 중에서위의 글을 읽었을 때, 나는 낯이 붉어졌다. 감상적인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임선희의 글은 내게 가장 큰 깨달음을 주었다. 글을 쓰다 보면 감정 과잉 상태가 자주 일어난다. 감정을 걸러내어 부담스럽지 않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에도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글쓰기 초보자가 겪는 시행착오 중 하나가 바로 감상적인 글쓰기인 것 같다. '나른한 감상'만 늘어놓은 글을 두고 좋은 글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으므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특히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잘라버림으로써 문장은 성립된다.' 임선희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위해 버릴 것을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릴 것을 권한다. 간결한 문장은 뜻이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게 하며 속도감을 부여한다. 가위질은 형용사에서부터 시작하라고 하는데, 문장이 죽어갈 때는 형용사의 무성한 가지가 먼저 시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러 번 고침질을 통해 비로소 좋은 글이 탄생한문의 명문장가인 소동파가 <적벽부>를 썼을 때, 그 습작 원고가 한 광주리를 넘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도 습작 시대에 쓴 미발표 원고가 자기 키 만큼 쌓였다고 한다. 모든 위대한 것은 훈련의 산물이다. 문장 수업은 하나의 고행도다. - 본문 중 안병욱의 글에서저자에 따르면, 좋은 글은 많은 '퇴고', 즉 '고침질' 후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2년에 걸쳐 쓴 <개미>를 120번 고쳐 썼고,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400번 손질했으며,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을 완성하는 데 36년의 세월이, 괴테는 <파우스트>를 완성하는 데 60년! 최명희는 <혼불>에만 매달려 17년을 씨름했다 한다. 이처럼 '문장', 그것은 퇴고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엉겅퀴꽃'이 아닐까 하고 저자는 덧붙였다.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많은 법칙이 필요했다.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도 안 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 또 여러 번 수십 번 수백 번 고침에 고침을 더하여 비로소 탄생한 글, 그것을 두고 독자들은 좋은 문장이라 이야기할 것이다.
퇴고는 하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며칠 시간을 두고 해야 더 효과적이라 한다. 자기가 쓴 글에 콩깍지가 씌어 티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남에게 보여 잘못된 것이 있는지 쓴 조언을 보약으로 참고 마셔야 한다는 권현옥의 이야기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예전에 어느 선생님에게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선생님은 '고칠 수 있는 데까지 고쳐 쓰는 것이 좋다'고 하셨는데,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진리를 말씀하신 것 같다. 이처럼 진리는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문장,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책 <소리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은 아름다운 우리말의 참모습과 좋은 문장쓰기에 목마른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