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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살리기 -문사철, 시서화

인문학 위기 극복을 이렇게

 

 

  인문학의 실사구시. 그것은 벽을 허물고  현장에 다가가서 대중과 함께

 

 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다산 유적지 남양주에서 실사구시를 찾는다  

 

 

 

      [ Global HR Forum 2006] (3) 위기의 인문학 `實事求是`에 길을 묻다

   

 
 
"'국문과'가 아니고 '굶는과'다."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이 기업과 사회의 요구와 동떨어져 졸업 후 취업이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로 국문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우스갯소리다.

비단 국문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인문계열 학과의 커리큘럼은 오랜기간 기업이나 사회에서 필요로 한 실무지식과는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 있었다.

대학에서의 공부가 취업에 도움되지 못하다 보니 인문계열 졸업자들의 태반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고시 열풍'도 심화돼 왔다.

학생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대학의 학문도 제대로 전승될 리 없다.

지난 9월 전국 93개 대학의 인문대 학장들이 '인문학 위기 성명'을 발표한 것도 실은 대학교육이 현실사회와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인문계열 학과들은 '실사구시'형으로 커리큘럼을 대폭 수정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취업난'과 '인문학의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는 2007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최근 '모듈 교육과정'을 개발해 냈다.

졸업생 전부가 순수문학 작가나 학자가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감안해 좀 더 실용적이고 특성화된 '뉴 버전'의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강대 국문과의 교육 과정은 크게 세 가지 트랙으로 나뉠 예정이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을 가 학업을 계속할 이들을 위한 '학문형 경로',국문학의 기본 소양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로 취업을 모색할 '실용형 경로',경영학이나 신문방송학 등 타 전공을 복수로 취득할 수 있는 '다(多)전공형 경로'다.

입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가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춰 경로를 선택,전공기초·일반전공·전공심화·실용지식 과목들 중 희망하는 수업(모듈)들을 골라 졸업학점을 채우면 된다.

물론 국어학입문이나 고전문학사,언어학,한문(학) 등과 같은 전통 과목들이 배재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문학이 실제 사회 각 분야에 맞닿을 수 있는 광대영역으로까지 확대된 것만은 확실하다. '소설과 영화' '언론문장작법' '언어와 컴퓨터' '광고카피와 제작' '출판인턴십' '독서와 논술' '문학과 문화콘텐츠' '기사작성' '이야기 창작'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강좌 이름만 보면 전공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전공들은 철저하게 현장에 초점을 맞춘다.

'출판인턴십'에서 학생들은 실제 출판 현장으로 나가 기획·교정·제책·홍보·마케팅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전반적인 실무능력을 연습하게 되며 '독서와 논술'에서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지도를 할 수 있도록 교수법을 전수받는다.

우찬제 국문과 학장(43)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국문과 커리큘럼은 옛날 경성제국대학 시절 문리과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는 원래 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우 학장은 "그러나 급변하는 현실 속에선 수많은 직업이 빠르게 분화하고 다양한 수요가 창출되는 만큼 '화석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다양한 취업경로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EU문화정보학과는 아예 인문학과 경영학의 접목을 시도한 경우다.

이 전공은 일부 교수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해 독문과와 불문과를 없애는 대신 탄생했다.

올해 2학년생 전공자 16명을 선발한 EU문화정보학 전공은 '유럽의 유행패션' 'EU inter-cultural management' 등의 강좌를 포함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유럽 선진국 국가들의 럭셔리 상품 전략은 무엇인지,국제교역에서 해당 지역의 언어와 문화,사회철학은 어떻게 접목돼야 하는지 등을 고찰한다.

김동윤 EU문화정보학과 교수는 "월마트 까르푸 등이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문화적인 접근'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세계 각 지역의 언어와 문학,철학,역사,사회 시스템을 공부한 인문학도들이 '고상한 인문학'만을 추구하지 말고 영역의 벽을 파괴한 후 시선을 넓히면 1인당 국민소득 2만~3만달러 시대의 주역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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