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역사인물 답사를 다니고 있다. 주로 가는 곳은 서원, 사당, 정자 등이다. 그런데 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애로는 유적지를 찾기 힘든 경우이다. 며칠 전에 임진왜란 때의 용장 황진 장군의 흔적을 찾으러 남원시 주생면에 있는 정충사를 갔다. 그런데 정충마을 입구에서 20여 분을 헤매었다. 찾아가는 길 안내 표시가 전혀 안 되어 있어 남의 집까지 들어가 마을 사람에게 물은 후에야 사당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안내판이 없는 경우이다. 김굉필, 조광조, 이황, 기대승, 김성일 등의 신위를 모신 나주 경현서원을 찾아 갔을 때이다. 현장에 가니 안내판이 없었다.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서원의 강당 이름을 본 뒤에야 확인이 됐다. 이처럼 문중에서 관리하는 서원, 사당, 정자는 안내판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 번째는 서원이나 사당 문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온 경우다. 행주대첩의 숨은 공신이요, 화차를 발명한 변이중을 모신 장성 봉암서원을 갔을 때이다. 서원 앞에 있는 안내판에는 국어와 영어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다행히 문틈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다음에는 미리 연락하고 방문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등림사도 마찬가지이다. 문무를 겸한 호방한 선비 임형수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개가 하도 짖어대는 바람에 밖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야 했다. 호남 사림의 종조 박상과 명재상 박순의 영당을 모신 송호영당은 캡스 보안 장치가 설치되어 들어갈 수가 없다. 이렇게 남도에 있는 상당수의 서원, 사당은 닫혀 있는 공간이다. 물론 월봉서원처럼 출입이 자유로운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적지는 문중에서 도난 방지 등을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남도의 문화유적이 닫힌 공간인데 비해 안동의 문화유적은 열린 공간이다. 작년 겨울에 퇴계 이황 묘소와 도산서원, 퇴계 종택, 그리고 퇴계 후손의 고택을 찾았다. 한나절의 짧은 답사였지만 이 답사에는 두 가지 큰 울림이 있었다. 개방화와 세계화이다.
퇴계 종택과 퇴계 후손의 고택은 관광객에게 통째로 개방돼 있다. 살림 공간은 가급적 출입을 삼가 하여 달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는 정도이고 출입이 너무나 자유롭다.
다른 하나는 세계화이다. 퇴계 종택과 퇴계 후손의 고택에는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표시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도산서원에도 4개 국어로 된 안내판이 유적 곳곳에 세워져 있어 외국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너무나 돋보인다.
남도에서 주로 한글로 된 안내판 또는 한글과 영어로 된 안내판을 보아온 필자로서는 4개 국어로 된 안내판을 보면서 과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답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주에 모처럼 서울 문화답사를 했다. 송강 정철이 태어난 청운초등학교 근처를 갔는데 한국관광공사에서 세운 표시석 하나 있던 3년 전에 비하여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4개 국어로 적힌 정철 소개 비석이 세워져 있고, 사미인곡, 성산별곡, 관동별곡 등 송강 가사비가 줄줄이 설치돼 있다. 역사인물 탄생 흔적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관광 상품으로 홍보하는 서울시의 문화정책이 몹시 부러웠다.
우리는 어떠한가. 1592년 5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고경명이 유팽로, 안영, 앙대박 등과 함께 회맹한 장소인 담양 추성관, 지금의 담양 동초등학교에는 호남의병의 의로운 뜻을 기리는 표시가 단 한 줄도 없다.
세계화의 흔적은 서울 문화유산 곳곳에 있다. 창경궁 관광안내 팜플렛은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가지 종류로 만들어져 있고, 국립민속박물관에도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오디오 안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제 남도문화유산도 고객 친화적인 세계화와 개방화를 추진해야 한다. 문중이 관리하는 서원이나 사당도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각 문화유산마다 최소한 국어와 영어로 된 안내판이 설치돼야 한다. 그래야 광주가 명실상부하게 아시아 문화중심도시가 되고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성공할 것이다.
〈김세곤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두 번째는 안내판이 없는 경우이다. 김굉필, 조광조, 이황, 기대승, 김성일 등의 신위를 모신 나주 경현서원을 찾아 갔을 때이다. 현장에 가니 안내판이 없었다.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서원의 강당 이름을 본 뒤에야 확인이 됐다. 이처럼 문중에서 관리하는 서원, 사당, 정자는 안내판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 번째는 서원이나 사당 문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온 경우다. 행주대첩의 숨은 공신이요, 화차를 발명한 변이중을 모신 장성 봉암서원을 갔을 때이다. 서원 앞에 있는 안내판에는 국어와 영어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다행히 문틈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다음에는 미리 연락하고 방문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등림사도 마찬가지이다. 문무를 겸한 호방한 선비 임형수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개가 하도 짖어대는 바람에 밖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야 했다. 호남 사림의 종조 박상과 명재상 박순의 영당을 모신 송호영당은 캡스 보안 장치가 설치되어 들어갈 수가 없다. 이렇게 남도에 있는 상당수의 서원, 사당은 닫혀 있는 공간이다. 물론 월봉서원처럼 출입이 자유로운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적지는 문중에서 도난 방지 등을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남도의 문화유적이 닫힌 공간인데 비해 안동의 문화유적은 열린 공간이다. 작년 겨울에 퇴계 이황 묘소와 도산서원, 퇴계 종택, 그리고 퇴계 후손의 고택을 찾았다. 한나절의 짧은 답사였지만 이 답사에는 두 가지 큰 울림이 있었다. 개방화와 세계화이다.
퇴계 종택과 퇴계 후손의 고택은 관광객에게 통째로 개방돼 있다. 살림 공간은 가급적 출입을 삼가 하여 달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는 정도이고 출입이 너무나 자유롭다.
다른 하나는 세계화이다. 퇴계 종택과 퇴계 후손의 고택에는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표시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도산서원에도 4개 국어로 된 안내판이 유적 곳곳에 세워져 있어 외국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너무나 돋보인다.
남도에서 주로 한글로 된 안내판 또는 한글과 영어로 된 안내판을 보아온 필자로서는 4개 국어로 된 안내판을 보면서 과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답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주에 모처럼 서울 문화답사를 했다. 송강 정철이 태어난 청운초등학교 근처를 갔는데 한국관광공사에서 세운 표시석 하나 있던 3년 전에 비하여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4개 국어로 적힌 정철 소개 비석이 세워져 있고, 사미인곡, 성산별곡, 관동별곡 등 송강 가사비가 줄줄이 설치돼 있다. 역사인물 탄생 흔적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관광 상품으로 홍보하는 서울시의 문화정책이 몹시 부러웠다.
우리는 어떠한가. 1592년 5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고경명이 유팽로, 안영, 앙대박 등과 함께 회맹한 장소인 담양 추성관, 지금의 담양 동초등학교에는 호남의병의 의로운 뜻을 기리는 표시가 단 한 줄도 없다.
세계화의 흔적은 서울 문화유산 곳곳에 있다. 창경궁 관광안내 팜플렛은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가지 종류로 만들어져 있고, 국립민속박물관에도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오디오 안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제 남도문화유산도 고객 친화적인 세계화와 개방화를 추진해야 한다. 문중이 관리하는 서원이나 사당도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각 문화유산마다 최소한 국어와 영어로 된 안내판이 설치돼야 한다. 그래야 광주가 명실상부하게 아시아 문화중심도시가 되고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성공할 것이다.
〈김세곤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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