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의 미래를 위하여

앨빈 토플러, 고교생들과 대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학생 100명과 2시간 대화 [중앙일보]
`한국, 세계 이끌려면 교육시스템 바꿔야`
`빨리빨리 문화는 굉장한 경쟁력`
몇몇 학생은 통역없이 영어 질문
"변화의 속도가 빨라 장래에 대한 고민도 커집니다. 미래의 직업을 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김수빈.서울 중앙여고3).

"10년 뒤 그 직업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세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선 많은 독서를 해야 합니다. 나는 '읽는 기계'라고 할 만큼 독서를 사랑합니다."(토플러).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79)가 한국 청소년과 만났다. 그는 3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벤션홀에서 국가청소년위원회 초청으로 전국 각지에서 온 초.중.고생 대표 100여 명을 만나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KBS 신윤주(여) 아나운서와 김수빈.허영조(대원외고 2) 학생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청소년들의 발랄한 질문과 노학자의 재치있는 답변으로 금세 뜨거워졌다.

10대 청소년들은 세계적인 석학이 된 '비결'부터 물었다. '7세 때부터 작가의 꿈을 갖게 됐다'는 토플러는 뉴욕대 졸업 직후 자동차 조립공장의 근로자로 일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 주며 다양한 체험과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많은 것을 달성했는데, 내가 '제3의 물결'에서 쓴 것과 거의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청소년들은 한국 교육에 상처받고 희망을 잃고 있다(신윤주 아나운서).

"한국이 세계를 이끌려면 현재 교육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 교육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지식을 주는 곳이 아니다. 의무적이고, 같은 나이에 시작하고, 비슷한 단계를 거치고, 반복적으로 암기학습하는 공통적 속성이 있다. 공교육보다 다양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새로운 교육시스템에 대한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래의 변화 속도에 맞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김수정.영신여고 2).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쟁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을 요하는 직업을 택하고 있다. 의학이든 금융이든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정혜진.진명여고 3).

"외부인으로서 한국을 바라볼 때 '빨리빨리'라는 특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나 신기술에서나 신속한 변화를 위한 '빨리빨리'는 굉장히 유용한 경쟁력이 된다. 속도와 시간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이 되고 있다."

석학의 저서를 읽은 학생들은 저자를 향해 궁금점을 물었다. 토플러는 최근 발간한 '청소년을 위한 부의 미래'(창림)에서 만들어 낸 '프로슈밍(Prosuming, Producing+Consuming)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책에서)'보이지 않는 부(富)'를 언급했는데, 미래에도 돈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허영조.대원외고 2).

"부라는 것은 얼마나 현금을 쥐고 있느냐와는 다르다. 더 많은 장비와 기술이 생겨나면서 본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겨나고 있다. 사용자제작콘텐트(UCC)처럼 돈도 안 받으면서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게 우리 경제권 안에서 일어나는 혁명이다."

-미래 '제3의 직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신동해.부천 도당고 3).

"공식적인 직업이 제1의 직업, 집안일이 제2의 직업이라면 과거 다른 사람이 해 준 일을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제3의 직업이다. 제3의 직업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프로슈밍이 한가지 예다."

-돈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제3의 직업도 있나.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화폐와 유사한 '파워 커런시(Power currency)'다. 사이버상에서 아바타나 무기를 살 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유사 화폐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은 '평생의 반려자 하이디 여사와 데이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등 재기발랄한 질문도 던졌다. 몇몇 학생은 통역 없이 유창한 영어로 질문하기도 했다.

토플러는 젊은 학생들과의 만남이 유쾌한 듯 대화 내내 큰 몸짓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혼자 생각하고 추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는 충고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29일 내한한 토플러는 5일엔 중앙일보의 후원으로 '변화 속도를 뛰어넘는 기업'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한 뒤 6일 출국한다.


이에스더.이현구 기자

◆앨빈 토플러=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1928년 뉴욕 출생. 뉴욕대를 졸업한 뒤 공장 노동자를 경험하고 신문기자와 '포춘'지 편집장을 지냈다. 70년 펴낸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 세계 50개국에서 700만 부 이상 팔렸다. 이어 80년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정보화 혁명을, 90년 '권력이동(Powershift)'에서는 지식이 강력한 권력의 수단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96년 부인인 하이디 토플러(78)와 함께 '토플러 어소시에이츠(Toffler Associates)'를 창설해 미래학 관련 집필과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7.06.04 04:01 입력 / 2007.06.04 04:2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