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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좋은 글

남북 동서 소통시대

매경 포럼] 南北ㆍ東西 소통시대
한반도에 과연 새로운 소통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더니 반세기 넘게 끊긴 남북 열찻길이 마침내 오늘 다시 열린다.

참으로 반갑고 감격스런 날이다.

마지막까지 골치를 썩인 북한 군부의 반대를 극복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이뤄냈다.

그러나 오늘을 차분히 맞자. 흥분은 금물이다.

왜냐. 철마가 달리는 게 오늘 하루뿐이라는 일회성 행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경공업 원자재 8000만달러어치와 쌀 40만t 등 2400억원의 대가를 지불했다는 데서 오는 씁쓸함 때문도 아니다.

북한은 지금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어 있다.

북한 핵을 무력화하기 위한 6자회담 합의사항은 계속 터덕거리며 이행이 안 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눈치고 워싱턴의 전직 고위 인사들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를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미국ㆍ중국과 협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한 무시` 전략은 지금보다 더할 것이며 그들은 우리를 경제적으로만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남북열차 시험운행은 이처럼 남한이 북한 핵의 볼모가 되고 남북 간에 엇박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이번에 시험운행하는 열차를 `통일열차`로 이름붙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차제에 우리는 경의선과 동해선 열찻길을 통일의 관점이 아니라 남북과 세계로 통하는 소통의 대동맥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론은 고개를 숙였지만 이제는 북한을 개혁ㆍ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생각도 접어두고 남북 상생을 도모하면서 순수한 경제 교류에 치중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북한이 지금 경제적 도움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교류와 지원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튼튼히 하고 중국으로 향한 북한 경제루트를 남쪽으로 돌려야 한다.

이번에 뚫린 동해선은 장차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물자수송이 부산ㆍ광양항에서 나진을 거쳐 러시아로 이어지고 북한에는 통과수입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면 이젠 물리적인 통일보다도 남과 북이 함께 동북아 물류중심이 되고 유럽과 태평양을 향해 활짝 열린 네트워크식 통일을 꿈꾸어야 한다.

남북 간의 소통과 함께 한반도 동쪽과 서쪽 간에도 소통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대통령선거 때마다 표를 갈랐던 지역성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크게 바뀌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의외로 호남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왜 그럴까. 단순히 마음을 줄 여권 후보가 뚜렷하지 않아서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호남인은 김대중 씨의 집권을 통해 정치적인 한(恨)을 풀었고, 노무현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을 지켜보면서 호남인이 과연 옳은 선택을 했느냐에 대한 반성이 일었고 이는 특정 후보에 기대어 호남차별을 극복 또는 완화해 보려는 심리를 약화시켰다.

지난번 재ㆍ보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 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지만 광주ㆍ전남지역 지식인들 사이에 비판적 시각이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으로 정동영 씨 등 호남 출신 대권후보들이 영남지역에서 과연 의미있는 표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문제지만 영남인의 반(反)호남 의식도 과거보다 상당히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인터넷세대에게서 지역감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감정을 갖고 있거나 부추기는 사람들은 시대착오적인 정치인들이나 관료ㆍ법조ㆍ재계 등 사회지도층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의도적으로 지역대결을 유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올해 대선은 후보들이 마음먹기 따라서는 지역 대결을 뛰어넘어 동서 소통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영ㆍ호남 후보 간 표의 교집합이 일어났으면 한다.

우리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을 계기로 남북의 공간적 분단을 뛰어넘고, 올해 대선을 계기로 동서의 심리적 분단을 극복하면서 21세기 네트워크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을 세계의 주변부 국가에서 허브국가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한명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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