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08 12:38
- “적립카드 있으세요?” “뭐요? 카..드? 지금 나한테 욕한거요?”
작년 9월 전주에 정착한 새터민 김민정(가명.30.여)씨는 장을 보려고 근처 대형 할인마트에 갔다가 정착 신고식(?)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속으로 ’채소가 비싸네’라고 생각하며 계산을 하려는 순간, 계산원이 “적립카드가 있느냐”고 물어본 것. 적립카드가 뭔지 몰랐던 김씨는 당황한 나머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며 마트를 성급히 빠져 나왔다.
하지만 김씨는 곧 ’저 직원이 방금 날 욕한건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결국 다시 마트를 찾아가 “아까 날 욕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씨의 태도에 도리어 당황한 계산원은 “마트에서 사용하는 적립카드가 있느냐고 물어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항의하던 김씨는 지배인까지 와서 적립카드에 대한 설명을 해준 뒤에야 머쓱해져서 마트를 나왔고 다음날 마트에 다시 가서 적립 카드를 신청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도우미와 함께 휴대 전화를 산 뒤에는 이런 저런 기능에다 인터넷까지 잘 되는 게 신기해서 한동안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살다가 이용료가 10만원이 넘게 나오는 바람에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아가 직원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하루는 신발을 사러 갔는데 2만5천원을 달라고 하기에 북한이나 중국에 있을 때 가격을 흥정하는 생각이 나서 싸게 달라고 했다가 “여긴 가격 흥정해서 파는 곳이 아니다”라는 주인의 말에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김씨는 “평상시처럼 말을 했을 뿐인데 내 말투가 듣는 사람에게는 반박하는 것처럼 들리는 어조여서 그런 것 같다. 다행히 마무리는 잘 됐다”고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아직도 누가 어디서 왔는 지 물으면 북한이라고 답하는 대신 강릉이나 대구, 안성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지명을 대고 그 상황을 얼렁뚱땅 넘기기 일쑤다.
매번 다른 ’고향’을 대는 바람에 가끔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북한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분명 ’나무껍질도 없어 먹지 못하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은 땅에서 왔구나. 처량하고 불쌍하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게 그 이유.
김씨는 “(새터민은) 겉보기엔 멀쩡해도 한국에 오기까지 수많은 일을 겪어 마음은 상처 투성”이라며 “새터민을 도와주고 싶으면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마쳤다.
전주YWCA는 이날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YWCA회관에서 새터민의 정착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전주시 새터민 현황과 지원 정책, 새터민 지원을 위한 민간 단체 활동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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