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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난,국, 죽, 4군자와 송, 연, 모란꽃

쇠잔한 국화를 탄식하다 -고봉 기대승

 

 

 

 

쇠잔한 국화를 탄식하다[殘菊歎]  고봉 기대승 ( 1527-1572)


늦가을 온갖 꽃이 말라 죽으니 / 窮秋百卉死
이 서리 속의 국화를 감탄하네 / 感此霜中菊
곱고 고와 자태를 머금고자 하니 / 鮮鮮欲含姿
아름답게 유독을 간직하고 있네 / 婉戀保幽獨
추위의 위엄도 어찌할 수 없네 / 寒威無奈何
타고난 명이 스스로 청숙하기에 / 受命自淸淑
소조하게 점점 시들어가니 / 蕭蕭漸向衰
애석해라 조화가 빠르기도 하네 / 惜哉大化速
쇠잔한 꽃송이 가지에 달려 있으나 / 殘花謾著枝
옛 향기를 가지지 못함이 슬프네 / 舊香悲難畜
피고 지는 것이 철과 함께 하니 / 榮枯與時俱
너를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흘리네 / 撫爾淚盈目
외로운 뿌리는 실로 상하지 않아 / 孤根苟不傷
한 기운이 응당 와서 회복하리 / 一氣應來復
명년에 봄비가 흡족하면 / 明年春雨足
포기로 나서 내 집을 두르리 / 叢生繞我屋


 

 

 

     

  • 국화는 다른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을 참으며 서리 내리는 늦가을에 그 인내와 지조를 꽃피운다.
  • 만물이 시들고 퇴락해 가는 시절에 홀로 피어나는 이러한 국화의 모습은 현세를 외면하며 사는 품위있는 자의 모습이나 傲霜孤節한 군자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옛부터 국화는 晩餉, 傲霜花, 鮮鮮霜中菊, 佳友, 節華, 金華 등으로 불리면서 정절과 은일의 꽃으로 알려져 왔다.
  • 국화는 단독으로 그려지는 경우보다 다른 초화나 괴석과 함께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국화 전체 모습의 운치는 꽃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으면서 번잡하지 말아야 하며, 잎은 상하, 좌우, 전후의 것이 서로 덮고 가리면서도 난잡하지 말아야 한다.
  • 국화의 꽃과 꽃술은 덜 핀 것과 활짝 핀 것을 갖추어서 가지 끝이 눕든지 일어나 있든지 하여야 한다. 활짝 핀 것은 가지가 무거우므로 누워있는 것이 어울리고 덜 핀 것은 가지가 가벼울 수밖에 없으므로 끝이 올라가는 것이 제격이다.
  • 국화는 늦가을에 피는, 서리에도 오연한 꽃이다. 그러므로 섬세하고 화사한 봄철 는 특성이 다르다. 그림이 종이 위에 이루어졌을 때 晩節을 굳게 지켜 그윽한 향기를 풍기 는 국화를 대하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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