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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평전 ---

 

 

 

쏟아지는 평전… 곳곳에 ‘삶의 향기’ 가득
미테랑ㆍ카네기ㆍ세르주 평전 흥미로워…
혁명가 중심에서 기업가ㆍ정치인ㆍ역사학자로
대상 확대돼

새해 최대의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이다. 그리고 대개 그 관심은 그가 ‘누구’인가를 떠나 ‘어떤 유형의 인물’인가에 쏠려 있다. 대통령 유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좇다 보면 으레 그 끝 중 하나는 ‘대통령 박정희’를 향해 있으며, 그 지점을 관찰하노라면 특유의 저작을 남긴 정치학자 전인권의 ‘박정희 평전’이 떠오른다. 2005년 암으로 타계한 전인권은 유작 ‘박정희 평전’에서 박정희를 이해할 수 있는 특유의 발언들을 남겼다.

이를테면 “인간 박정희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심리적 고아(psychic orphan) 측면이 있었다”는 부분 같은 것이다. 현실의 아버지를 부정하면서 이상적 아버지를 찾으려 하고, 그 욕망이 지도자 중심주의와 정치적 권위주의로 전개됐다는 분석이다. ‘정치인 박정희’에 국한해 접근했던 다른 글들과 차별성을 갖는 이런 대목 덕분에 이 책은 평전(評傳)으로서의 아우라를 획득하고 있다. 이처럼 평전은 한 인물에 대한 객관화 작업이지만 집필자의 시선이 대상자를 어떻게 조명하느냐에 따라 인물의 총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출판계에 평전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미테랑 평전’(뷰스), ‘빅토르 세르주 평전’(실천문학사), ‘임종국 평전’(시대의창), ‘항일전사 정율성 평전’(지식산업사), ‘카네기 평전’(작은씨앗), ‘김산 평전’(실천문학사), ‘마르크스 평전’(예담) 등이 출간됐다. 근간의 ‘평전 러시’에는 특이한 점 두 가지가 발견된다. 하나는 특정 출판사가 다품종 소량판매의 일환으로 기획했던 평전이 여러 출판사의 출판 아이콘으로 등장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평전 대상자가 혁명가 위주에서 정치인 기업인 역사학자 등으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할 것도 없이, 각 분야의 신화적 인물을 폭넓게 이해하려는 독자가 그만큼 넓어진 때문이다. 뒤집어 이해하자면 독자들이 자전적 인물 읽기에 심드렁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최근 나온 평전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이다. 저자가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 받는 데다 1981년 프랑스의 사회당 집권 이후 1991년까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한 이력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독일과의 전쟁에서 포로가 됐던 일화, 포로에서 탈출 후 펼친 레지스탕스 운동, 글을 읽고 쓰는 등 왕성한 지적 활동, 좌파 출신이면서도 ‘여우’ 소리를 들을 만큼 탁월했던 정치적 수완, 퇴임 후 애견과 산책하는 모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저자의 말처럼 ‘이보다 더 프랑스적인 사람은 없을’ 프랑수아 미테랑의 일대기를 입체화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미테랑 평전’에 수록된 일례를 들여다보자. 미테랑은 의전상의 의무를 중요시한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198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했을 때 공식 만찬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축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만찬 시간에 프랑스와 독일 간 월드컵 준결승전이 열렸던 것이다. 미테랑은 만찬을 취소한 뒤 집시 식당에 긴급 설치한 텔레비전 앞에서 축구 중계를 보며 열광했다. 가장 프랑스적인 대통령 미테랑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카네기 평전’도 좀 특별하다. 카네기는 스코틀랜드에서 가난한 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전 생애를 걸쳐 정상적인 교육은 단 4년밖에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인 철강왕이 됐고 천문학적인 부를 쌓은 뒤 그것을 사회에 환원시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카네기 재단의 출발점이 13세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이의 삶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각인할 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재화의 양극화 현실을 곱씹게 된다.

‘빅토르 세르주 평전’ 역시 흥미로운 책이다. 빅토르 세르주는 종교전쟁의 와중, 즉 가톨릭과 개혁파의 사이에서 평화와 자유를 지키려 했던 유명한 인문주의자다. 그는 중립적 자세를 견지한 폭넓은 지식의 소유자이자 세계적인 유럽인으로 널리 평가 받았다. ‘빅토르 세르주 평전’의 출간은 평전의 대상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단서라는 점에서 반갑다.

다양한 인물에 대한 평전의 지속적 등장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다만 몇 가지 숙제가 남는다. 평전 전문 번역가가 많아져야 한다는 점, 우리네 인물의 삶을 조명할 평전 전문 작가 역시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한 가지, 우리 사회에 평전 대상이 돼야 할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평전의 주인공이 많은 사회는 분명 그럴 듯한 사회이고, 삶의 향기가 넘치는 사회이다. 2007년의 벽두, 우리는 지금 그 지점에 서 있다.

임동헌 소설가ㆍ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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