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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칼럼 모음

원칙

 

 2006년 ‘원칙을 지킨 사람들’이 아름다웠다


원칙을 지키려는 국민과 원칙을 파괴하는 세력이 곳곳에서 부딪쳐 파열음이 그치지 않았던 한 해가 저문다. 소용돌이 현장에서 ‘떼법(法)’이나 ‘정서법(情緖法)’을 앞세운 세력이 워낙 거세게 밀어붙여 원칙이 맥을 못 추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원칙이 통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원칙이 힘겨운 승리를 거둔 사례가 한없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하고 무리한 요구를 했지만 포스코는 굴복하지 않고 전문건설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단전(斷電) 조치를 취했다. 공권력이 미적거리자 포항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기업과 힘을 합쳐 불법 폭력을 누르고 원칙을 바로 세웠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를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사무실 퇴거 및 노조 전임자 복귀 명령을 내렸다. 법으로 신분 보장을 받고 특혜적 연금 혜택까지 누리면서 노동 3권을 요구하는 것은 철밥통으로도 모자라 파업권이라는 칼자루까지 쥐고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태도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불법 단체인 전공노와 타협해 ‘인정(認定) 서약’을 체결하는 현실에서 불법 단체와 당당히 맞선 김 지사의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한국외국어대 박철 총장도 215일간이나 파업을 벌인 직원노조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 마침내 화합과 발전의 잔치 마당을 이끌어 냈다.

인천지법 민사 12부(재판장 최정열 부장판사)는 동료 교사의 파면에 항의해 수업을 거부하고 확성기 시위를 벌인 전교조 교사들에게 학생과 학부모의 수학권(修學權)을 침해한 데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교조 파업에 대해 단호한 원칙을 세운 판결이다. 전교조는 툭하면 수업에 차질을 빚기 십상인 집단 연가(年暇) 투쟁을 벌인다. 교육부는 전교조의 사실상 불법 파업을 흐지부지 눈감고 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연가 투쟁을 타성화한 책임이 있다.

경찰은 올 한 해를 ‘평화시위문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별렀지만 말에 그쳤다. 집회장에선 여전히 죽봉과 돌멩이가 난무했다. 불법 폭력 집회와 관련해 구속된 사람도 늘어났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정상이고 원칙을 안 지키는 것이 예외여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그 반대다.

원칙이 실종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불법과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올 한 해 폭력과 떼법에 맞서 원칙을 지킨 사람들이 아름다웠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더 늘어 우리 사회의 주류(主流)가 되고 기둥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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