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망
두보
나라가 망하니 산과 강물만 있고,
성 안의 봄에는 풀과 나무만 깊어 있구나.
시절을 애상히 여기니 꽃까지 눈물을 흘리게 하고
(처자와) 이별하였음을 슬퍼하니 새조차 마음을 놀라게 한다.
전쟁이 석 달을 이었으니
집의 소식은 만금보다도 값지도다.
흰머리를 긁으니 또 짧아져
다해도 비녀를 이기지 못할 것 같구나.
國破山河在 국파산하재
城春草木深 성춘초목심
恨別鳥驚心 한별조경심
烽火連三月 봉화연삼월
家書抵萬金 가서저만금
白頭搔更短 백두소갱단
渾欲不勝簪 혼욕불승잠
*수도가 적에게 함락되어 남은 것은 산하와 같은 자연뿐이다.
*주: 꽃과 새는 항상 평화로운 때 즐기거늘, 이제 꽃을 보니 눈물이 흐르며, 새소리를 들이니 마음을 놀라게 되는지라, 세상이 얼마나 난세인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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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 두보가 46세(757년) 때
·감상
두보가 46세때 안록산의 난으로 함락된 장안에 잡혀 있었다. 다행히 벼슬이 별로 높지 않아서
장안을 떠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장안에서의 생활은 자유로웠다.
어느 날 그는 폐허가 된 성에서 장안을 보면서 나라가 망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떨어져 있는
처자를 그리며, 늙어가는 자신을 비통한 심정으로 노래했다.
제1, 2구의 대구적 구성은 전쟁 뒤의 어지러운 세상을 꿰는 듯이 그렸고, 제 3, 4구의 '꽃과 새마저도 도리어 슬픔을 돋운다'는 표현은 우수의 깊이를 보여 준다. 마지막 구절은 전란과 우국, 가족에의 그리움 등으로 자꾸만 쇠약해지는 자신의 몸을 한탄하여, 동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