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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18) 슈테델 미술관-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18) 슈테델 미술관-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  입력 2024.10.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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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는 1484-1485년에 <비너스 (그리스어로 아프로디테,  이탈리아어로 베누스)의 탄생>을 그렸다. 이 그림은 보티첼리가 완벽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 그린 르네상스의 진정한 아이콘으로서, 미술사적  으로 볼 때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파격적인 누드이다

<비너스의 탄생>은 조르조 바사리의 주장에 의거하여 로렌초 디 피에로 프란체스코가 의뢰한 <봄>과 함께 카스텔로 별장 안에 소장되어 있다고 여겨졌고, 1761년까지 이곳에 소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봄>과 쌍을 이룬 것은 <아테나와 겐타우로스>였고, <비너스의 탄생>은 다른 장소에 걸려 있었다. 1815년부터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된  <비너스의 탄생>은 캔버스에 템페라로 그린 172.5×278.5㎝의 초대형 그림으로 우피치 미술관의 대표작이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그림이듯이 

그런데 이 그림의 의뢰자가 누구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마르실리오 피치노가 ‘위대한 자 로렌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간적인 비너스’의 미덕을 삶의 모범으로 삼으라고 권고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그림은 보티첼리가 로렌초에게 헌정한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19세기에 이르러 <비너스의 탄생>이라고 제목이 붙었는데,  실제로 바다의 파도 속에서 갓 태어난 비너스를 그린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조개 껍질 배를 타고 온 비너스가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에 당도한 순간을 그렸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의하면,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 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낫을 휘둘러 아버지 우라노스(하늘의 신)의 성기를 거세했을 때, 잘려진 우라노스의 성기가 바다에 들어가 거품을 일으키면서 비너스가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비너스의 그리스어 ‘아프로디테’는 ‘거품에서 나온 여인’이란 뜻이다. 

 
비너스의 탄생. 사진=김세곤 제공

그러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림 중앙에 비너스가 물에 뜬 조개 위에 서 있다.  비너스는 길게 늘어진 목과 지나치게 긴 한 팔이어서 몸의 비율이 약간 어색하다.  비너스의 한 손은 가슴을 가리고 다른 한 손은 길게 늘어뜨린 금발을 잡고 음부를 가리고 있다. 그녀는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다른 한쪽 다리는 살짝 구부린 자세이다. 이 자세를 라틴어로 ‘비너스 푸디카(venus pudika)’라고 하는 데 ‘정숙한 비너스’란 뜻이다. 또한 조개는 순결 즉 처녀성의 상징이다. 이러한 비너스의 자세는 당시 피렌체에서 매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리스 로마 조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아울러 보티첼리는 검은 선으로 비너스의 윤곽을 덧그려 그림 표면이 뚜렷하게 두드러지게 하여 명료함과 냉정함을 강조했다. 

그림 왼편에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님프 클로리스와 함께 공중을 날면서 입으로 바람을 불어 비너스가 해변을 향하도록 조각배를 밀고 있다.  

제피로스와 클로리스. 사진=김세곤 제공

그림 오른편에는 봄의 여신이 봄꽃으로 장식된 빨강 망토를 들고 비너스의 벗은 몸을 덮어줄 채비를 하고 있다. 봄의 여신의 허리는 장미 띠로, 목둘레는 매화 화환으로 장식되어 있다. 봄의 여신 발밑에서 피어나는 아네모네는 바람이 불 때에만 핀다.  

봄의 여신. 사진=김세곤 제공

한편 그림의 배경은 조용한 바다가 펼쳐지고 있고 저 멀리 이른 새벽의 여명 아래 잠들어 있는 아스라한 곶이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 점은 보티첼리가 흠모했지만 내색도 못했던, 9년 전에 죽은 시모네타 베스푸치(1453∽1476)를 모델로 하여 비너스를 그렸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성제환 지음,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문학동네, 2013
o 실비아 말라구치 지음 · 문경자 옮김,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7
o 엘레나 지난네스키 지음 임동현 옮김, 우피치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2007 
o 유경희 지음, 나쁜 그림, 매경출판, 2017
o 키아라 바스타외 지음 · 김숙 옮김, 보티첼리, 예경,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