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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다시 이야기 한다.

산별노조 탈퇴 길 열리다. - 대법원 판결 발레오 전장은 ?

'산별노조 탈퇴 길' 연 발레오전장은 어떤 회사인가

2010년 노조 파업에 사측 99일간 직장 폐쇄..극한 대립 자동차 시동모터 등 전문 생산..금속노조 "사측이 노조파괴 공작" 연합뉴스 | 입력 2016.02.20. 19:42 | 수정 2016.02.20. 19:47

2010년 노조 파업에 사측 99일간 직장 폐쇄…극한 대립

자동차 시동모터 등 전문 생산…금속노조 "사측이 노조파괴 공작"

(경주=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산업별 노조 산하 지부·지회도 스스로 조직형태를 변경해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린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는 어떤 곳일까?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이 업체는 자동차부품 분야에 높은 기술력을 지닌 프랑스 발레오(Valeo)사가 1999년 만도기계㈜ 경주사업본부를 인수해 설립한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다. 현재 근로자 78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발레오전장 본사 전경     (경주=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산별 노조 산하 지부·지회도 스스로 조직형태를 변경해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 사진은 본사 전경.   2016.2.20. <<발레오전장 제공>>     duck@yna.co.kr
발레오전장 본사 전경 (경주=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산별 노조 산하 지부·지회도 스스로 조직형태를 변경해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 사진은 본사 전경. 2016.2.20. <<발레오전장 제공>> duck@yna.co.kr

원래는 국내 굴지의 기업 중 하나이던 한라그룹 계열이었으나 외환위기 영향으로 1998년 그룹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새 주인을 찾았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는 물론이고 일본 닛산자동차, 도요타, 미국 GM 등과 거래를 하고 있다.

자체 시동이 불가능한 가솔린 또는 디젤 엔진과 같은 내연기관에 회전력을 공급해 시동을 하게 해주는 시동모터(Starter Motor), 자동차 안개등, 열선, 헤드라이트 등 부위에 전원을 공급하는 교류 발전기(Alternator)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에 첨예한 노사 갈등이 촉발된 것은 2009년 부터다.

회사측이 2008년 19억원, 2009년 35억원의 적자가 나자 경영 위기 타개책으로 경비직 등에 외주화를 추진했다. 경비직 14명은 이에 반발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어 회사측은 이듬해 경비직 5명을 생산직으로 배치하는 대신 빈 자리를 용역업체에서 채우도록 하는 등 아웃소싱에 나섰다.

금속노조 경주지부 소속 발레오만도지회는 용역 경비 철수, 경비 정규직 채용 등을 요구하며 2010년 2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총원 대비 82.6% 찬성률로 쟁의행위 돌입을 결정했다.

회사측은 설 연휴 직후 직장폐쇄를 전격 단행하며 노조측에 맞섰다.

이에 노조는 공장 진입을 수차례 시도했고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까지 벌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였다.

노사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자 경주 10개 업체 대표가 금속노조 지도부를 고소해 일부 간부가 사법처리됐다.

이어 조합원들 사이에서 극한 투쟁에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고 같은해 5월에는 일부 조합원이 자체적으로 임시총회를 열어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당시 결의에는 재적조합원 606명 가운데 543명이 참가했고 51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회사측도 99일만인 2010년 5월 25일 직장폐쇄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노조측은 이어 6월 7일 (노동조합)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어 압도적 찬성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단위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를 출범시켰다. 노조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같은해 7월 20일에는 항구적 무쟁의도 선언했다.

금속노조측은 그러나 노조측의 산별노조 탈퇴 과정에 회사측이 노조파괴 공작으로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부당노동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금속노조 산하 지회장 등은 금속노조 규약상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금지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경주 금속노조에는 발레오전장이 이탈하기 전에는 22개 지회에 3천200여명이 노조원으로 가입해 있었다.

1·2심은 "발레오만도지회 규칙상 금속노조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고 임금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도 금속노조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독립된 노조가 아니다"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독자적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해 근로자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duck@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