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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를 위하여

넘버 3와 기술 샌드위치

  • [조선데스크] ‘넘버 3’와 ‘기술 샌드위치’
  • 이광회 산업부 차장대우 santafe@chosun.com
    입력 : 2007.05.03 22:24 / 수정 : 2007.05.03 23:04
    • 이광회 산업부 차장대우
    • 요즘 국내 제조업 관계자들 사이에 ‘No. 3’와 ‘4가지 샌드위치’ 얘기가 화제다. ‘No. 3’는 1~2등이 아닌 3등의 비애(悲哀)를 얘기하는 것이고, 4가지 샌드위치는 한국 제조업이 중국·일본 사이에 끼인 바람직하지 않은 처지 4가지를 뜻한다.

      한 대기업 A대표 얘기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제품 판매대수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 분위기가 들떠 있을 터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세계 정상을 노리기에는 아직 한참이에요. 지금 순위라도 오래 지탱할 수 있을지…. 세계 1, 2위에 오르려면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내 기술기반이 너무 약합니다.”

      제조업에서 3위는 무엇을 뜻할까? A대표는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돼 버린 상황에서 1, 2위에 못 오르면 3위는 언제라도 밀려날 수 있는 퇴출의 경계선(線)”이라고 말한다. 정말이다. 국내 제조업군(群) 중 글로벌 일류에 우뚝 선 것은 반도체·조선업 정도다. 나머지는 정상 근처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3위 이하로 주저앉아 버렸다.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철강은 지금 5위로 처져 있고, 그나마 기업 인수합병(M&A) 얘기에 노심초사 중이다. 자동차산업도 한창 기세를 올리다가, 지금은 일본과 유럽·미국업체들에 이어 가까스로 삼류 군(群)에 머물러 있다. 휴대폰은 세계 3위에 올라선 지 수년이 지났지만, 제자리를 맴도는가 싶더니 이제는 이익률 감소현상마저 뚜렷하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오노 히사시 서울지점장은 최근 4가지 샌드위치론(論)으로 우리를 자극했다. 이는 ‘기술장벽·언어장벽·시장지배·첨단사업 샌드위치’를 말한다. 이 중 우리 기업인 가슴을 콕 찌른 게 바로 ‘기술 샌드위치’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전자기술 대표주자가 삼성SDI다. 1970년 TV 브라운관 기술을 일본 NEC로부터 넘겨받아 이후 시장을 확대하며 큰돈을 벌었다. 2004년 당기순이익 7000억원 초과달성의 개가도 이뤘고, 수년 전부터는 벽걸이 PDP(플라스마) TV에 주력하며 미래를 장담했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영업적자 1100억원. 기술직 B임원 얘기를 들으면 가슴 아프다. “흔히 PDP TV가 LCD(액정) TV와의 싸움에서 진 탓이라고 분석합니다만, 그렇지 않아요. 지금도 주문은 많아요. 문제는 좋은 PDP TV를 값싸게 만들 기술력이 뒤떨어진다는 겁니다. 일본 마쓰시타가 높은 기술력으로 조(兆)단위 수익을 내는 것을 보면 그들의 PDP 기술이 부럽기 짝이 없어요.”

      한국 최고의 기술기업 삼성전자는 어떨까. 기술 샌드위치의 위기감은 매일반이다. 반도체 쪽을 빼고 모두들 기술의 한계에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한 예가 차세대 사업이라는 프린터 사업. 세계 1위 HP는 작년 상반기에만 40억달러(3조7000억원) 이익을 챙겼다. 2위 캐논도 순이익 30억달러(2조8000억원)를 넘겼다. 가야 할 알짜 사업임에는 분명한데 순항(順航)을 가로막는 게 바로 기술력이다. “프린터는 반도체·광학·IT 기술의 총집합체예요. 기술 싸움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기술자·연구개발자 구하기가 어려워요.” 삼성전자 C임원은 “프린터의 매출·이익은 기술자 숫자와 정비례한다. 우리는 인력·기술확보가 어려우니 쫓아가기가 두배, 세배 힘들다”라고 말했다. 제조업 대표와 기술 담당임원들의 하소연, 이게 바로 ‘No. 3’와 ‘기술 샌드위치’ 코리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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