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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poet 한 편

김동명 -내마음은 --- 호수요.

 

 

 

[김동명 편]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이 시는 원산지를 떠나와 이국(異國) 땅에서 자라나는 파초를 통해 망국(亡國)의 한을 노래 한 작품이다. 파초는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나는 관상용 다년생 식물로 이 시에서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물로 쓰이고 있다. 시인은 따스한 남국을 떠나와 추운 이 곳에서 가련하 게 살아가는 파초의 운명을, 자유를 잃고 조국을 떠나 살면서 항상 조국을 그리워하는 화자 의 처지와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다.
먼저 1연에서는 조국을 떠난 파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따스한 남국을 떠나와 살아야 하 는 파초의 '가련한' 처지에서 화자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파초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2연에서는 이국 땅에서 남국을 향해 향수를 불태우는 파초를 '너'라고 의인화시켜 그 의 외로움을 표출하고 있으며,
3연에서는 파초의 모습을 '소나기를 그리는 정열의 여인'에 비유하고 있다. 화자는 그런 파초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샘물을 길어 그의 발등에 붓는다.
그리고 4연에서는 밤이 깊어 날씨가 차가워질 것을 걱정한 화자가 파초를 자신의 방 에 들여놓겠다고 한다. 마지막 5연에서는 화자가 즐거이 파초의 '종'이 되어 그를 헌신적으 로 돌보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은 파초와 화자의 처지가 동일하다는 일체감에서 기인한 것이 다.
한편, 4연의 '밤'과 5연의 '겨울'은 모두 화자와 파초가 겪는 시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련을 함께 나누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일체감이 된 그들은 결국 '너'와 '나'의 개별적 존재가 아 닌, '우리'라는 공동 운명체임을 확인하게 됨으로써, '치맛자락'으로 서로를 '가리워' 주고, 암 담한 현실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다시 말해, 파초에게서 느꼈던 동정심이 상호 교감(相互交感)의 과정을 거쳐 애정으로 심화됨으로써 그들은 마침내 일체화 된 것이다. 여기서 '치맛자락'이란 파초의 넓은 잎사귀를 뜻할 뿐 아니라, 성숙한 여인의 애 정을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일제의 모진 탄압을 상징하는 우리의 '겨울' 을 막아 주는 보호막이자 도피처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조국 광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나 방법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감상1]
1연
1행~2행: 파초의 입장이 시인 자신의 입장과 같아 동병상련을 느낌. 떠나온 조국을 그리워함.
2연
1행~2행:'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말만 들어도 뭔가 강렬함이 느껴진다.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수녀처럼 경건하면서 간절하다.
3연
1행~2행: 파초를 정열의 여인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여성으로 의인화. 소낙비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파초에게 샘물을 길어 부어주는 시인. 파초의 갈증을 해소해 준다.
4연
1행~2행: 여기서 밤은 어둡고 불안한 현실을 나타낸 것 같다. 파초를 자기 머리맡에 두고 정성껏 보살핌
5연
1행~2행:'겨울'도 '밤'처럼 암울한 현실을 나타낸 것 같다.이 '겨울'을 치맛자락으로 가리워 꿋꿋하게 헤쳐나가자 파는 희망찬 모습이 보인다.
**전체 감상**
파초를 시인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본 것 같다.조국을 떠나 조국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3~5연에선 파초를 자기 분신으로 생각하고 정성껏 보살펴 준다. 자신의 모습처럼 안타까워서 더 관심을 쏟은 것 같다.

[감상2]
1연: 한 남자가 파초를 바라보고 있다. 그 파초의 모습은 안쓰럽고 가련해 보인다. 아마 조국을 떠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2연: 파초는 따뜻한 조국, 남국이 그립다. 이런 파초의 모습이 수녀원의 수녀들보다 더욱 외로워 보인다. 수녀보다도 외롭다는 것은 수녀가 절대자에 대한 기원보다도 더 고독하다. 오로지 하나만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파초는 남국만을 그리며 살고 있다.
3연: 차가운 계절이 왔다. 따뜻한 남국에 살던 파초가 추워 보인다. 그래서 그 남자는 자기 가까이에 두려한다. 파초는 정열의 여인이라는 이미지를 동반하기 때문에 사람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음.
4연: 그 남자는 파초를 의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시련이나 힘든 상황의 겨울을 파초의 잎사귀로 가리워서 헤쳐나갈 것이다.

[감상3]
1연 : 조국을 상실한 아픔이 느껴진다. 여기서 파초는 지은이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으로 보인다.
2연 : 파초는 다른 땅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땅을 그리워하고 있다. 다른 땅에서 외롭게 자라는 파초의 모습이 가련하다.
3연 : 화자는 파초를 가련하게 보고 있고, 그래서 샘물을 길어 발등에 부어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파초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자 한다. 여기서 파초는 소낙비를 그리는 정열의 여인으로 비유된다.
4연 : 밤이 되었다. 화자는 파초를 자기 곁에 두어서 외로움을 잊게 하고자 한다. 또한 밤은 차기 때문에 머리맡에 두어서 따뜻하게 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5연 : 화자는 파초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겨울, 즉 현실의 고통(일제 식민지)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보인다.
≪전체 감상≫ 파초는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그런데 파초는 암담한 현실적 상황 때문에 이국 땅에서 자라게 된 것이다. 그래서 파초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고, 자기의 생활환경과 다른 이국 땅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여기서 파초는 지은이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이다. 화자는 파초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행위(샘물을 붓는다.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를 통해 우리의 겨울, 즉 현실의 암담한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조광}, 1937.6)

가곡으로 작곡되어 널리 애창되고 있는 이 시는 4행이 한 연을 이루는 전 4연 구성 속에 사 랑의 기쁨과 정열, 그리움과 애달픔이라는 사랑의 실상을 매우 아름답게 담고 있다. '호수'·'촛불'·'나그네'·'낙엽' 등으로 은유된 '내 마음'을 주지(主旨, tenor)로 한 다음, 거 기에 대응되는 '배'·'옷자락'·'피리'·'뜰' 등으로 표현된 '그대'를 각각의 매체(媒體, vehicle)로 하여, 앞의 두 연은 동적(動的)이고 직접적인 방법에 의해 사랑을 즐거운 것과 타오르는 것으로, 뒤의 두 연은 정적(靜的)이고 간접적인 방법에 의해 사랑을 외롭고 슬픈 것으로 구상화하여 참신한 이미지 창출에 성공하고 있다.
1연에서는 임을 위해 부서짐으로써, 2연에서는 타 버림으로써 임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1연에서는 호수를 통한 넓이의 사랑으로, 2연에서는 촛불이라는 소멸의 의지를 통한 깊이로 임에 대한 사랑을 형상화하고 있다. 촛불은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라고 노래하는 것은 임에 대한 절 대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 된다.
그러나 임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부서지며'·'태우며'로 노래한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서는 '나그네'·'낙엽'으로 전이된 화자가 만남의 약속도 없이 쓸쓸히 임의 뜰을 떠 나가겠다고 하면서 사랑의 감정에서 빚어지는 외로움을 심상화하고 있다. 이렇게 이 시는 사랑의 상반된 두 감정의 교묘한 배합을 통해 기쁨과 아픔이라는 사랑의 실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각 연의 매 2행은 경어체인 '오오'·'주오'·'하오'로, 매 4행은 '지리다'·'오리다'로 끝 맺음으로써 임에 대한 사랑을 더욱 절실하고 호소력 있게 하였으며, 아울러 이 시를 섬세한 어감과 분위기의 작품으로 이끌고 있다

 

  수선화

 


그대는 차디찬 의지(意志)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孤獨)의 위를 날으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부칠 곳 없는 정열(情熱)을
가슴 깊이 감추이고
찬 바람에 빙그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神)의 창작집(創作集)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不滅)의 소곡(小曲).

또한 나의 적은 애인(愛人)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水仙花)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 감상 >

⇒1연 : 바람에 의해 떨어진 꽃잎이 끝없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 다시 자신이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그럴 수 없어 슬퍼하는 꽃잎
⇒2연 : 피고 지고 또 피는 수선화 모습. 항상 반복된 삶을 사는 수선화의 가여운 모습.
⇒3연 : 하고 싶은 말(?)을 겉으로 들어내지 않고 혼자서 마음속에 담아둠. 그리고 들판에서 찬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수선화.
⇒4연 → 1행+2행 : 이 세상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수선화.
→ 3행 :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수선화.
→ 4행 : 영원한 나의 벗
→ 5행+6행 : 수선화를 닮고 싶은 화자

♡도움말: 화자는 그대를 고독한 상황에도 굳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대는 수선화이지만 수선화에다 마음의 주체인 인간의 영상을 오버랩 시키면 수선화는 어떤 사람을 지칭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는 죽음을 불사하는 넋을 지니고 있으며 고난 속에서도(찬바람에도) 얼굴에 웃음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보입니다. 마지막에 화자는 그대를 수선화라고 하고 있으며 자신도 그러한 눈길(고난의 길)을 수선화처럼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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