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인생을 푸르게]② 귀촌 성공사례 2題 세계일보 사회 | 2006.09.28 (목) 오전 8:06 그림같은 바다 풍광에도심 스트레스 ''훌훌'' 장흥 바닷가에 터 잡은 작가 한승원 작가 한승원(68)씨는 도시의 허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남도의 끝자락, 전남 장흥 바닷가에 터를 잡았다. 서울에서 고속도로와 국도를 아무리 빨리 달려도 5시간을 넘어서야 겨우 닿을...[제2 인생을 푸르게]② 귀촌 성공사례 2題
장흥 바닷가에 터 잡은 작가 한승원 그림같은 바다 풍광에도심 스트레스 '훌훌' 장흥 바닷가에 터 잡은 작가 한승원 ◇작가 한승원씨(오른쪽)가 농가주택을 헐고 자신이 직접 지은 단아한 한옥 ‘해산토굴’ 앞 평상에 앉아 농촌공사 정세영 과장과 담소하고 있다.
작가 한승원(68)씨는 도시의 허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남도의 끝자락, 전남 장흥 바닷가에 터를 잡았다. 서울에서 고속도로와 국도를 아무리 빨리 달려도 5시간을 넘어서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다.
27일 장흥 읍내에서 종려나무 가로수가 이색적인 ‘아름다운거리(국도 18호선)’를 따라 보성군 회천 방향으로 20여분을 달리니 오른쪽에 안량면 율산마을 표지가 나왔다.
곧이어 ‘해산(海山)토굴’이라 쓰인 작은 안내석이 이방인을 맞는다. 한씨의 호인 ‘해산’에 집을 낮추는 의미의 토굴을 붙인 것이다.
안내석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 언덕바지를 오르자 빨간 지붕의 단아한 한옥(해산토굴)이 보이고, 3㎞쯤 앞으로는 그림 같은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건강 안 좋아 귀촌 결심
기척을 내자 정갈한 차림의 주인이 토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표정이 차분해보이고 칠순을 앞둔 노인이라 하기엔 얼굴색이 무척이나 곱다.
한씨는 책이 빼곡히 들어찬 5평 남짓한 방에 객을 앉힌 뒤 부시럭거리며 뭔가를 꺼내왔다. 부인이 직접 재배해 볶아낸 맛좋은 우리 전통 야생차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집뒤 비탈에 100여평의 차밭을 가꾸며 연중 그윽한 차 맛을 음미할 수 있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고 했다. 쉼 없이 뭔가를 설명하려는 그의 눈빛은 부드럽지만 자연의 정기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자에 나오는 말인데 최선으로 잘사는 것, ‘상선’ 즉 가장 뛰어난 선은 자연에 순응함을 말하는 거요.”
그는 어느덧 도시에서 묻었던 때와 스트레스를 벗어버리고 자연과 동화돼 있었다. 그가 귀촌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건강문제와 더불어 도시의 각박함이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의 황혼기를 어떻게 값지게 보낼까 고민하다 틈나는 대로 귀촌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부정맥증에 폐활량이 매우 적은 데다 체중 저하까지 겹치는 등 건강이 매우 나빠져 있었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공기가 좋지 않은 탓에 폐활량까지 적어서인지, 숨이 가쁘고 걷기가 힘들어 무진 고생을 했다. 더 늦기 전에 건강부터 챙기자는 생각으로 부인과 상의 끝에 전국을 돌며 귀촌지를 물색했다. 바닷가를 좋아해 남·서해안은 물론 강화·안면도 등 안 돌아다닌 섬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점지한 곳이 고향(장흥군 대덕면 회진리) 가까운 이곳 율산마을이다. 그의 생각대로 바닷가 가까운 남향 언덕배기에서 고향 사람들과 노년을 함께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곳에 둥지를 튼 지 7년, 얼굴빛이 좋아졌고 소설 ‘초의’를 내는 등 창작력도 왕성해졌다. 황혼기 부부간 정도 깊어졌다.
집뒤 비탈엔 차밭 가꿔
“59㎏이나 가던 몸무게가 64㎏까지 늘고, 만사가 여유로우니 도시의 잔인한 스트레스도 없어 좋은데, 아내가 고생이지 뭐. 내가 좋아한다며 매일 갯가에 나가서 자연산 석화(굴)를 따와요. 고생 되니 하지 말라고 말려도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며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질 못해요”.
그가 귀촌한 이후 조선대학교에 문예창작과가 생겨 매주 금요일 초빙교수로 출강하기도 한다. “촌에 살려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이 필요해요.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이겨나갔어요. 그리고 시간 나면 농로나 바닷가를 거닐며 사색하지요.”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조르자 그는 “마음을 비우면 된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장흥=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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