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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천 박광전

제34회 죽천 박광전, 주자서절요 문목을 만들다.

제34회 죽천, <주자서 절요> 문목을 만들다
작 성 자 김세곤 등록일 2012/03/21 조 회 10
첨부파일 주자절요전권.jpg (1230 kb)



제34회 죽천, <주자서 절요> 문목을 만들다


죽천 박광전은 <주자서절요>를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곳이 있으면 별도로 문목 問目을 만들어 퇴계에게 질의하였다. 퇴계는 죽천의 질문에 대하여 답서를 보냈다. 이러한 죽천의 질의와 퇴계의 답장을 정리한 책이 바로 <주자서절요 문목>이다.


주자서 절요의 질문과 대답( 원 제목은 ‘퇴계 선생께 올린 질문 조목 上退溪先生問目 - <주자서절요>에서 의심난 뜻을 물음’이다)은 <죽천집>의 1/10 이상을 차지하는 분량이다. 죽천집은 총 415 페이지인데 주자서절요 문목은 45페이지이고, 질의 · 답변이 85개나 된다. 이들 문목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첫 유형은 의미를 잘 모르겠으니 해석을 구하는 질문이다. 문목의 대부분은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란 질문이다. 글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은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잘 알기 어렵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사유와 철학적 언어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한 문목중 하나를 읽어보자.

질문: 태극도설의 “오직 인간만이 그 빼어난 기운을 얻어서 태어나 가장 신령하다”는 장의 소주 小注에 “동정 · 음양이 마음이다”라고 하였는데, 음양이 마음이 된다는 뜻을 모르겠습니다.


대답: 천지의 태극이 사람에게 있으면 곧 본성이 되고, 천지의 동정 ․ 음양이 사람에게 있으면 곧 마음이 되며, 천지의 금목수화토가 사람에게 있으면 곧 인의예지신이 되고, 천지의 만물을 변화 생성함이 사람에게 있으면 곧 만사 萬事가 되네. 대개 음과 양이 교대로 움직이면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곧 천지의 마음이므로, 사람은 이를 얻어서 생겨나고 또한 이것을 마음으로 삼는 것이네.


이 문답에 대하여 조선말의 유학자 간재 艮齋 전우(田愚 : 1841∼1922. 그는 1918년에 죽천 박광전의 신도비를 지은바 있다.)가 말하기를 “태극도설의 소주는 <어류 語類>의 하손의 기록에 실려 있는데, 천지의 태극이 사람에게 있으면 곧 본성(性)이 되고, 천지의 동정 · 음양이 사람에게 있으면 곧 마음(心)이 된다고 말했으니, 이는 넘어뜨리고 두들겨도 깨지지 않는 말이다. 퇴계 선생이 귀암 이정(1512-1571)과 죽천 박광전의 질문에 답하면서 재차 이를 들어서 말하였으니, 선생의 정견임을 알 수 있겠다.”하였다.


또 한 가지 문목을 읽어 보자.


질문 : 진동보에게 답한 편지에서 “삼가 염려하건데 이것이 바로 병의 근원이니 평소의 논의와 함께 긴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관려 關棙의 뜻을 모르겠습니다.


대답 : 조사경(퇴계의 제자 월천 조목을 말함)이 말하기를 “여棙는 대장장이가 굴대에 풍판(골풀무)을 걸쳐 놓을 때 쓰는 나무로 ‘훈몽자회’에 나온다.” 하였네. 그렇다면 관려 關棙는 아마도 요긴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네.



두 번째 유형은 <주자서>에는 이런데 <주자서 절요>는 이렇게 되어 있어 어느 것이 맞는지요? 라는 질문이다. 죽천의 책 읽기는 정말 정밀하다. 정독을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주자서>와 <주자서 절요> 책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책을 읽는 모습이 문목 여러 군데에 나온다. 글자와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대조하고 있다.

그런 문목들을 살펴보자.


질문 : “동정(動靜 : 태극의 움직임과 고요함)외에 따로 동과 짝하는 정이 있습니다.” 하였는데, 이곳에 있는 당초 필사본에는 ‘여 與’자 위에 ‘불 不’자가 있으니, 이는 필시 인쇄할 때에 누락된 듯합니다.


답변 : 본성性이 본성이 됨은 천하에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어서 이니, 이는 천하의 만물이 (본성에) 갖추어 지지 않음이 없다는 말과 같네. 빠지거나 잘못된 곳이 없네.


질문: <주자대전>에서는 웅몽조 熊夢兆에게 답한 편지라고 하였는데 <절요>에는 ‘조 兆’자가 없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답변: 절요의 다른 판본에는 이미 조 兆자가 있네. 그 글자가 없는 것은 개정하지 못한 판본이네.


질문 : ‘체계통에게 답한 편지’에서는 시효 鳲鴞라 했는데 절요에서는 치효 鴟鴞 라 했습니다.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대답: 시효(鳲鴞 : 뻐꾸기와 올빼미) 두 글자는 옛적에 서로 짝하여 말한 경우가 없었고, 또 이것으로 봉황과 상대시키는 것은 말의 뜻이 더욱 조리가 없으니, 치효(鴟鴞 : 솔개와 올빼미)의 잘못임을 알 수 있네. 따라서 그렇게 고쳤을 뿐이네.



보성군 문덕면 사곡리에 있는 죽천의 재실 화산재에서 주자서절요 책을 보았다. 책 표지는 <주서절요>라 되어 있고 본문은 <회암서 절요>라고 표시되어 있다. 책은 모두 8책이다.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책을 복사하여 사본으로 발간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심층연구를 하고자 하는 학자들에게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학자들이 연구를 하면 할수록 죽천의 이름도 널리 알려 질 것이니 일거양득이다.


김세곤 (역사인물기행작가, 한국폴리텍 대학 강릉캠퍼스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