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러한 요청을 들을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문화산업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책이 무엇이 있을까.
항상 대답은 어떤 책이든 문화산업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으니 마음놓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제눈의 안경’이라는 말이 있다.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소재로 보인다는 뜻이다.
몇 해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케네스 브랜차드)의 경우만 해도 모두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라고들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책은 미국의 씨월드가 가진 시스템과 대중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면에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이병욱)의 경우는 ‘제눈의 안경’에 딱 걸맞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 사회를 넘어 문화의 시대, 꿈의 사회라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떻게 꿈의 시대에 앞서 갈 수 있는지, 창의력과 상상력을 문화에 어떻게 접목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문화산업 종사자에게 있어 지침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폐원 위기의 시골 동물원인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일상적인 것들에 창조적인 문화가 결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배워볼 수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은 일견하기에 매우 가벼워 보임과 동시에 추상적으로 느끼기 십상이다.
어느 지역에서나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문화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창조적 디자인 경영’은 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게 있어 필독서라 할만하다.
이 책은 문화산업이 단순히 하나의 독립된 산업이 아닌 관광, 교육, 산업디자인, 경영 등 모든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허브 산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 산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개별적인 산업 간의 연결을 도와주는 윤활유이자 접착제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이 하나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성공은 대도시의 동물원처럼 대규모의 시설 투자나 자본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지역만의 특색과 동물원에서 관광객이 동물을 구경하는 것이 아닌 동물이 관광객을 구경하는 입장의 도치를 통해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 가치는 수동적인 관람객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며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역문화산업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처럼 대규모 시설이나 투자를 통해 문화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뱁새는 뱁새일뿐 황새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
지역문화산업의 경쟁력은 지역 고유의 색과 상상력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만났을 때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기훈 (재)전남문화산업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