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본 아내에게
정약용
하룻밤 사이에 지는 꽃이 천 조각인데
산비둘기와 어미제비가 지붕을 맴도네.
외로운 나그네 돌아간다 말 못하니
언제나 침실에서 아름다운 인연 맺을까나.
그리워 말자 그리워 말자.
슬프고 서글픈 표정의 꿈속에서 본 아내 얼굴을
如夢令-寄內 여몽령-기내
一夜飛花千片 일야비화천편
繞屋鳴鳩乳燕 요옥명구유연
孤客未言歸 고객미언귀
幾時翠閨芳宴 기시취규방연
休戀休戀 휴연휴연
惆悵夢中顔面 추창몽중안면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 18년간을 귀양살이 하였습니다. 40대에 시작한 귀양살이였으니 정말 힘들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특히 금슬이 좋은 부인 홍씨도 보고 싶고, 한 방에서 잠도 자고 싶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낮에 어느 것에 골똘히 생각을 하면 꿈에 다시 그 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산도 그랬나 봅니다. 그리운 아내가 꿈속에 보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이 슬프고 서글픕니다. 다산과 이별을 하고 있으니 그랬겠지요. 다산은 꿈에 본 아내를 생각하며 이 시를 썼습니다. 시가 정말 다정다감합니다.
제가 엮은 시집: 꽃, 그리움( 2007.2 열림기획 (주) ) 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