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31) 슈테델 미술관-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7옥 ”폭력 지옥’
-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 입력 2025.02.11 04:05
- 수정 2025.02.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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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제7옥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깊은 골짜기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골짜기 아래에는 처참한 영혼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베르길리우스는 천천히 내려가자고 말했다.
단테 : “그러면 천천히 가는 동안에 뭔가 다른 일을 생각하시지요.”
베르길리우스: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저 거대한 바위 덩어리 안에는 세 개의 작은 고리들이 층층히 있단다. 그 고리 안에도 저주받은 영혼들이 가득하지. (...) 불의는 하늘의 증오를 사는 모든 악덕의 끝이고, 불의의 끝은 다른 사람을 폭력과 배반으로 해치는 것이다. 배반은 사람만이 지니는 악덕이기에 하느님이 더욱 싫어하신다. (...) 첫번째 고리에는 폭력배들이 갇혀있어. 폭력은 세 유형이야. 이웃과 자기 자신 그리고 하느님에게. (...) 마지막으로 배반은 특별한 믿음을 파괴하는 극약이야.”
이어서 베르길리우스는 하늘이 원하지 않는 세 가지 성품을 언급한다.
즉 ’악덕과 무절제와 수심(獸心)‘이다. 이 세 가지 성품은 아리스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온다. 여기에서 수심은 폭력이고, 악덕은 사기와 배신에 해당된다.
제7옥 ‘폭력지옥’은 3개의 구렁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 구렁은 폭력배, 제2구렁은 자살자, 제3 구렁은 신성모독자, 동성애자, 고리대금업자가 갇혀 있다.
단테 일행이 제 7옥으로 들어가자 구덩이 안에는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들이 떼를 지어 날뛰고 있었다. 켄타우로스들은 단테 일행을 막았지만 베르길리우스가 대장인 케이론을 설득하였고, 케이론의 도움으로 네소스의 안내를 받아 제 1구렁을 구경하였다.
단테가 핏물이 끓어오르는 강 속에서 잠겨있는 자들을 보자, 네소스가 말했다.
“저들이 바로 폭군들이요. 알렉산더 대왕과 시칠리아섬의 폭군 디오니시우스, 흉노족의 두목 아틸라와 그리스 왕 피로스 등이오.”
이윽고 네소스는 두 사람을 건너편 강에 내려주었다. 두 사람은 제2 구렁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오솔길도 없는 숲속으로 들어갔는데, 나무들은 독을 품은 가시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숲속에서는 통곡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단테는 어리둥절하여 멈추어 섰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나뭇가지 하나를 잘라보라고 말했다.
단테가 커다란 나무 실가지 하나를 자르자, 그 줄기가 이렇게 소리쳤다.
“왜 날 자르는 거요?”
줄기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면서 나무는 말했다.
“우리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숲이 되었소.”
그 나무는 1249년에 자살한 피에르 델라 비냐였다. 법학자, 시인인 그는 대주교에 의해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에게 천거된 이후 총애를 받았다. 그러자 궁정 사람들이 그를 시기하여 황제를 독살하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의심이 많은 프리드르히 2세는 그를 감옥에 보내고 두 눈을 뽑았다. 이러자 그는 자살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수 많은 자살자들을 보면서 마른 모래밭을 걸었다.
제3 구렁이 시작되는 곳에서 단테 일행은 하느님의 정의가 빚어낸 무서운 광경을 보았다. 모든 영혼이 벌거벗고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불 비가 끊임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혼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춤을 췄다. 불꽃들을 몸에서 떼어 내느라 황망했다.
그런데 덩치 큰 한 놈이 불꽃을 깔보고 있었다.
그 놈은 단테 일행을 알아보고 외쳤다.
“난 살았을 때와 같이 죽어서도 이렇다. 제우스가 엄청난 불길을 나에게 던지게 했지만. 자기 분풀이를 다하지 못했을 것이다.”
순간 베르길리우스가 고함을 쳤다.
“카파네우스, 이 놈! 너의 오만이 수그러들지 않는 한, 너는 더 큰 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단테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놈은 테베를 공략하던 일곱 왕중 하나였다.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하느님을 경멸하고 무시한다. 그러나 경멸은 그 놈 가슴에 잘 어울리는 장식이야”
(카파네우스는 테베를 공격하면서 제우스를 깔보고 모욕하다가 번개에 맞아 죽었다.)
이윽고 단테 일행은 숲에서 나와 강둑을 걸었다. 강둑에서 단테 일행은 한 무리의 망령들과 마주쳤다. 이들은 동성애자 였다.
그런데 한 망령이 단테 옷자락을 붙잡고 외쳤다.
“놀랍군!”
“브루네토 선생님을 여기서 만나다니요?”
“오, 나의 아들아! 나 브루네토가 잠시라도 이야기 하고 싶으니 꺼려하지 말게나.”
브루네토는 단테의 라틴어 선생인데 동성애자 지옥에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상당시간 대화하였는데, 단테가 동행자들 중 유명한 사람이 누군지 묻자, 브루네토는 성직자와 문인도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편 보티첼리는 단테와 브루네토와의 대화를 삽화로 그렸다. 삽화에서 빨간 옷은 단테, 하얀 옷을 입은 이는 브루네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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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단테는 피렌체 출신 동성애자 세 명을 만났다. 그중 한 사람은 루스티쿠치로 아내의 사나운 성격 때문에 동성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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