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해방정국 깊이 보기 ③건준 부위원장 안재홍
[프라임경제] 1945년 8월15일 해방 다음 날인 8월16일 오후 3시부터 경성중앙방송국은 건준 부위원장 안재홍(1891~1965)의 연설을 20여분간 방송했다.
안재홍은 일제 강점기 총독부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민족적 양심을 지켜온 민족주의자였다. 그는 건준의 결성 소식을 알리면서 질서유지를 위한 경비대와 정규병의 편성, 식량 확보와 배급, 통화와 물가 안정, 미결의 정치범 석방 등의 문제를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안재홍은 일본에 있는 조선 동포가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수난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가 절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재홍의 라디오 연설은 8월16일 오후 3시와 6시 그리고 9시, 3번에 걸쳐 방송됐고, 건준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방송이 끝나자 안재홍은 곧바로 휘문중학교로 이동했다. 송건호는 저서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에서 휘문중학교에서 본 안재홍을 이렇게 묘사했다.
"해방 다음 날인 1945년 8월16일 오후 늦게 종로 계동 휘문중학교 교정에 운집한 시민들 앞에서 말할 수 없이 초라한, 어떻게 보면 걸인(乞人) 같은 모습의 한 50대 중반의 신사가 해방된 민족의 앞날에 관하여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얼굴이 영양실조와 고생으로 윤기 없이 까맣게 탄 이 노신사(老紳士)야말로 민중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 민족지도자 안재홍이었다. 삼엄한 일제의 총검 치하에서, 그들의 온갖 유혹과 협박을 물리치고 끝내 조선 민족의 양심을 지킨 민족지도자 민세 안재홍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김기협, 해방일기 1, 너머북스, 2011, p 85)
(그런데 일제 강점기 때 신간회 창립에 관여했고, 조선일보 사장을 역임한 안재홍은 송진우, 여운형과 함께 변절하지 않은 민족주의자로 명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송진우나 여운형만큼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안재홍이 1950년 9월 6.25 전쟁 때 납북되어 1965년에 북한에서 사망하였기 때문이리라.)
8월15일과 16일에 건준은 전국적으로 정치범 및 경제범을 석방하는데 입회했다. 당시 석방된 죄수는 남한에서만 1만6000여명이었다.
한편 건준은 16일에 건국치안대를 조직했는데, 여기엔 약 2000명의 청년과 학생들이 동원되고, 100여명 이상이 지방치안대 조직을 위해 지방으로 파견됐다. 치안대는 지부가 전국에 걸쳐 162개소에 설치되어 8월말에는 경찰 대체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치안대는 일제의 주구 노릇을 했던 조선인 경찰관들을 추방하는 역할을 했다. 8월15일부터 9월8일 사이에 일제강점기 경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던 조선인 경찰관의 80% 정도가 쫒겨났거나 도망쳤다.
그런데 조선총독부는 38도 이북은 소련, 이남은 미군이 점령할 것이 확실해지자, 단 하루 만에 건준에게 준 행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어서 조선총독부는 "민심을 교란하고 치안을 해치는 일이 있으면 일본군은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포고령을 내리고 일본 군인 3000명을 동원해 특별 경찰대를 조직하고 건준이 접수한 경찰서·방송국 등을 다시 빼앗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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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호남역사연구원장
'한국 공산주의의 가장 위대한 영도자'로 불렸던 박헌영(1900~1956)은 1942년 12월 일본 경찰이 검거망을 좁혀 오자 전라도 광주에 피신해 김성삼이라는 가명으로 기와 공장 인부로 일하고 있었다.
해방이 되자 박헌영은 8월17일 서울에 돌아와 20일 명륜동에서 '조선공산당 재건 준비위원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강준만, 한국현대근대사 산책 1940년대편 1권, p35-38,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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