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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해방정국 (20)- 송진우 암살의 배후는? (3)

해방정국 (20)

- 송진우 암살의 배후는? (3)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1946424일에 서울신문과 동아일보는 경기도 경찰부의 암살범 취조 결과 발표기사를 보도했다. 이를 살펴보자.

 

 

경기도 경찰부, 송진우 암살범들의 취조결과 발표

 

1 관구 (경기도)경찰청 발표

 

송진우 암살피의자 한현우에 대하여 그 배후와 사상 관계를 엄밀히 취조한 결과 한현우는 194112월에 동경 와세다 대학교 정경과를 졸업하고 19435월경 동경에서 국수주의자 일인 중야(中野正剛)와 그의 동지 혜적(穗積五一)을 숭배하고 이와 5년간 직접 간접으로 교양을 받고 혜적(穗積)의 지지로 재일조선인 유학생 5천 명으로 조선독립동맹(朝鮮獨立聯盟)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지하운동을 한 자인데 당시 일본 경비청의 탄압이 심하므로 혜적(穗積)의 지도로 한현우는 일본단체연구소(日本國體硏究所)라는 간판을 내걸고 일본황실중심주의를 표방하다가 19443월에 비밀이 탄로되어 인심교란죄로 징역 10개월, 4년 집행유예를 받고 1945225일경 강원도 춘천 한현우의 처가 집에서 수양하다가 817일 상경하여 시내 종로 2정목, 마포 노량진 신당정 등으로 전전하던 중 1230일 미명 송진우를 암살한 주범자이다.

 

한현우는 동경 시대로부터 철저한 민족주의자인데 해방 직후 상경하여 각 방면의 정세와 동향을 정시한즉 자주독립촉성을 표방하는 정당이 속출하여 자유 해방이다 하기만 하고 통일이 안 됨을 보고 동경 시대의 동무인 이용봉(李龍鳳)의 소개로 8월 하순에 현재 시내 신당정 3336의 경남 양산 출신 전백(全柏 42)을 방문하고 의견을 교환한 다음 11월 초순 경에 이 두 사람은 이론 투쟁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하여 정치적 야심가, 브로커 등을 암살 숙청할 계획을 세우고 무기를 얻는 한편 심복 부하를 물색하여 여운형, 박헌영, 송진우 씨 등을 매국적 행동자로 규정하고 이상 제씨를 살해하려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첫째로 신탁 문제가 일어나 격분하고 있을 즈음 1229일 하오 5시경 부하를 소집하고 내일 미명에 먼저 송진우를 암살할 것을 부하들에게 발표한 다음 유근배가 30일 상오 610분경 송진우를 권총으로 암살하였다.

 

그리고 한현우는 전백의 명령을 받고 194613일경 서북 지방으로 반탁을 선전하러 갔다가 117일 서울에 돌아왔는데 그 후로 여운형과 박헌영의 거소를 찾고 있었다. 주범들은 공산주의자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자료 대한민국사 제2> 1946> 경기도경찰부, 송진우암살범들의 취조결과 발표, 서울신문, 동아일보 1946424)

 

경기도 경찰청 발표 끝에 범인들이 공산주의자 즉 좌익의 소행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 이채롭다.

 

요컨대 경찰청 발표에는 송진우 암살의 주범인 한현우와 한현우 배후에 전백이 등장한다.

 

한현우는 법정에서 왜 송진우 선생을 죽였냐고 물으니 좌익에선 여운형, 우익에선 송진우가 나라를 망치려 해서 둘 다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서 한현우는 이어 '둘 다 죽일 생각이었는데, 먼저 여운형 선생을 죽이려고 따라다녔다. 그러다 한현우는 종로3가 파고다 공원 근처에서 여운형이 걸어오는 걸 보고 죽이려 했는데, 여운형이 멀리서 자신을 알아보고 , 현우군! 오랜만일세하고 다가와서 어깨를 탁탁 두드리니 차마 못 죽이겠더라고 진술했다.

 

이어서 한현우는 법정에서 '송진우는 미국의 후견을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전백(全柏)은 한현우 일당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사람이다. 그는 한현우에게 범행에 쓸 권총을 주었고, 10여만 원의 현금도 주었다.

 

그런데 전백은 한현우에게 범행에 쓸 권총을 준 것을 시인하면서도 권총을 고쳐달라고 준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한현우가 계몽의숙(啓蒙義塾)같은 것을 만들어 청소년을 훈련한다기에 자금을 줬다고 허위진술 했다.

 

송진우 암살 후에 한현우는 북한에도 다녀왔다. 북한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가졌는지, 어떤 새로운 모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여운형과 박헌영을 암살하려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