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14) 에르미타시 박물관(8) - 루벤스 방
승인 2019-10-28 11: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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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년에 루벤스는 ‘정원에서 헬레나와 함께 있는 루벤스’를 그렸다. 이 그림은 아내 헬레나가 루벤스와 함께 안트베르펜 저택의 정원을 지나 현관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노란 모자를 쓰고 손에 부채를 든 헬레나 옆에는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을 입은 루벤스가 있다. 헬레나 옆에는 이사벨라 브란트가 낳은 아들 니콜라스(12세)가 있다. 이들 앞에는 공작새가 있다. 제우스신의 부인 헤라(Hera)는 결혼과 가족의 수호신인데, 공작새는 헤라의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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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2~1633년에 루벤스는 ‘사랑의 정원’을 그렸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이 그림은 정원에서 선남선녀들이 사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운데엔 다양한 의상을 한 여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고, 왼편엔 모자 쓴 남자가 어린 천사가 등을 밀고 있는 젊은 여인과 춤을 추고 있다. 이들이 바로 루벤스와 헬레나이다. 그 옆에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오른 편 맨 위에는 돌고래 위에 앉아 있는 여인상의 가슴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는 사랑과 다산을 상징한다. 하늘에선 천사들이 꽃과 비둘기로 축복하고 있고, 뒤편에도 은밀한 사랑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은 펠리페 4세가 특히 좋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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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2년 1월에 루벤스와 푸르망 사이에 첫 딸 클라라 요한나가 태어났다. 1633년 7월에는 큰 아들 프란츠가 태어났다. 너무 기쁜 나머지 루벤스는 헬레나와 아이의 그림을 여러 장 그렸다.
루벤스는 1635년경에 ‘큰 아들 프란츠를 안고 있는 헬레나 푸르망’을 그렸다. 헬레나가 집의 테라스에서 알몸의 프란츠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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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6년에는 ‘클라라 요한나, 프란츠와 함께 있는 헬레나 푸르망‘ 그림을 그렸다. 특히 이 그림은 루벤스가 죽는 순간까지 그의 화실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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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는 헬레나에게서 5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막내딸은 그가 죽은 후 8일 후에 태어났다.
한편 1635년에 루벤스는 메헬렌 근처의 스텐 성을 구입했다. 그는 이 성에서 헬레나와 함께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헬레나를 모델로 그림을 여러 장 그렸다.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것이다.
1636년부터 1638년까지 루벤스는 ‘미의 세 여신 (三美神)’를 그렸다. 삼미신은 비너스를 모시는 세 여신이 정원에서 서로 회동하고 모습을 담은 그림인데 삼미신은 아글라이아(미),에우프로시네(은총). 탈레이아(풍요)이다. 풍만하고 아름다운 세 여신은 장미 넝쿨 아래서 나신으로 서로 안고 있다. 루벤스는 늘 키 크고, 붉은 뺨의 풍만한 금발 여인을 그렸는데, 그 모델은 다름 아닌 아내 헬레나 푸르망이었다. 필자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보았는데 복제품을 한 장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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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는 1636~1638년까지 ‘파리스의 심판’을 그렸다. 여기에도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 데 벌거벗은 아프로디테의 모델이 역시 젊은 아내 헬레나였다.
그런데 루벤스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그림은 1638년경에 그린 ‘욕실에서 나오는 헬레나 푸르망’이다. ‘모피를 걸친 헬레나 푸르망’이란 제목으로도 불린 이 그림은, 헬레나가 거의 벗은 채 어깨를 휘감은 모피만 걸치고 진홍 카펫 위에 서 있다. 갓 목욕하고 나온 헬레나의 몸매는 유백색(乳白色)으로 빛나고 있는데 에로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그림은 루벤스가 가장 아껴 늘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유언장에서 경매목록에서 제외하고 헬레나 소유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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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는 1640년 5월30일 통증으로 심장발작이 일어나 별세했다. 그는 헬레나와 결혼한 1630년에서 1640년까지 10년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의 그림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불탔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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