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11) 에르미타시 박물관(5)- 라파엘로 회랑
승인 2019-10-03 1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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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패널에 유화로 그린 작은 그림인데 마리아 막달레나가 두 손을 모으고 누구인가를 쳐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일곱 마귀가 나간 여인이었다. 누가복음 8장에 나온다. 그런데 591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마리아 막달레나가 창녀였다고 강론한 이후에 그녀는 1400년 가까이 매춘부로 낙인찍혔다. 이는 로마 가톨릭에 의한 조작이었다. 1988년 8월 15일 ‘마리아의 해’에 즈음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여인의 존엄과 소명에 관한 '여성의 존엄' 16항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녀를 ‘사도들의 사도’로 격상시켰다.
한편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을 때 그 곁에 있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고 (마태복음 27:56, 마가복음 15:40-41), 예수님이 무덤에 묻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며 (마가복음 15:47). 부활절 아침 무덤에 갔던 세 여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또한 예수님은 부활하신 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다(마가복음 16:9-11,요한복음 20:1-18).
여기에서 마가복음 16장의 관련 구절을 읽어보자
'일요일 이른 아침, 예수께서는 부활하신 뒤 막달라 여자 마리아(마리아 막달레나와 동일인)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는데 그는 예수께서 일찍이 일곱 마귀를 쫓아내어 주셨던 여자였다. 마리아는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이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과 그 여자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요한복음 20장은 더 자세하다. 시신이 없어졌다고 울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난 예수는 마리아와 대화를 하고 형제들에게 가서 말씀을 전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그녀는 제자들에게 가서 저기가 주님을 만나 뵌 일과 주님께서 자기에게 알려주신 말씀을 전했다.
막달라 마리아는 2003년에 댄 브라운이 출간한 '다빈치 코드' 추리소설, 그리고 톰 행크스가 출연한 같은 이름의 영화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2018년에는 ‘막달라 마리아 : 부활의 증인’ 영화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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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라파엘로 회랑(227번 홀)을 걷는다. 이 회랑은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라파엘로 로지아’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1783년에 예카테리나 2세의 주문에 따라 11년간 작업 끝에 완성되었다.
사실 필자도 바티칸 박물관을 두 번이나 갔지만 라파엘로 로지아를 보지 못했다. 바티칸 박물관의 추억은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가 만든 아테네 학당과 성모자 그림,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만든 시스티나 예배당 천정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성 바오로 성당의 ‘피에타’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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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화가 라파엘로는 1516년에서 1518년까지 바티칸에 한쪽 벽면이 탁 트인 복도인 로지아를 만들었다. 로지아가 설치된 건축물의 외관은 기둥과 기둥이 아치로 되어 있어 고대로마의 건축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 로지아는 바티칸에 지어진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가장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꼽힌다. 또한 넓이 4m에 길이 65m나 되는 넓고 긴 복도에는 13개의 아케이드가 줄 지어 있는데 아케이드 천장은 프레스코화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아울러 13개의 아케이드에는 구약과 신약성서 이야기가 52장면 그려져 있는데 일명 ‘라파엘로 성서’라고 부른다.
그런데 교황으로부터 신임을 받은 라파엘로는 많은 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천장화 작업을 직접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라파엘로는 기본계획만 구상하고 그림은 그의 제자들이 그렸다.
예카테리나 2세는 이탈리아 예술가들에게 바티칸의 라파엘로 로지아를 그대로 본 따서 만들도록 했다. 특이한 점은 에르미타시 박물관에는 바티칸과 같이 라파엘로의 성서 이야기 그림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지만, 문장(紋章)만은 바티칸이 아닌 로마노프 왕조의 쌍두 독수리가 그려져 있다. 러시아의 정체성(正體性)에 신경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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