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백리 칼럼

공직부패의 네가지 특징,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칼럼] 공직 부패의 네 가지 특징
공직 부패의 네 가지 특징
 
뉴스24 기사입력  2015/12/24 [15:29]
부패(腐敗)는 한자로 썩을 부, 무너질 패로 말 그대로 ‘썩어서 무너진다.’이다. 영어로는 corruption인데 ‘함께(cor) 파멸하다(rupt)’는 의미이다. 부패는 ‘공적인 지위를 오 · 남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이다’(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     © 뉴스24
한국의 공직 부패는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1) 정부는 부패척결을 외치고 있으나 부패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2) 공무원들 스스로 부패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3)부패공직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다. (4) 상당수의 부패 사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하여 드러나나, 내부고발자는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정부는 부패척결을 외치고 있으나 부패정도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는 점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14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보다 부패한 국가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멕시코 7개 국 뿐이다.
 
또한 홍콩 ‘정치경제리스크 컨설턴시(PERC)’의 ‘2015 아시아·태평양 국가 부패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16개국 중 9위를 차지했다.     

PERC는 한국에 대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부패인식지수가 높고, 부패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부패를 줄이자는 말은 많았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다 보니 국민들의 실망과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공무원의 뇌물 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와 국세청이 김태흠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접수된 뇌물사건은 2,256건으로 2013년의 1,782건에 비해 26% 이상 늘었다. 2015년은 7월 말 현재 벌써 1,729건이다. 적발된 뇌물 금액도 연간 300억원에 이른다. 거의 하루 1억 원이다.(문화일보 사설 2015.9.14.)

둘째, 공무원들은 스스로 부패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점이다. 2013년에 실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53.7%가 우리사회에 부패가 만연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공무원들은 13.5%만 그러하다고 응답하였다.

2013년에 구속된 전 국세청장이 기업으로 받은 30만 달러와 5천만원 상당의 금품이 대가성이 없는 관행적인 취임축하금이라는 주장은 공무원들의 부패 인식에 대한 대표적 사례이다.  

 

 셋째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하다.

대법원은 내연남인 변호사 최모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샤넬 핸드백과 벤츠 승용차 등 5,59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소위 ‘벤츠 여검사’에게 무죄를 확정하였다.

1심은 금품의 성격을 청탁 대가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연인 관계에서의 경제적 지원이라고 판단해 대가성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벤츠여검사가 2007년경부터 최 씨와 내연 관계를 맺고 사건 청탁이 있던 2010년 9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금품이 청탁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대가성과 관계없이 공직자가 한 번에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도록 한 ‘김영란법’을 탄생시킨 계기였다.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면 벤츠여검사는 금품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졌을 것이다. 

넷째 상당수의 부패 사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하여 드러나나, 내부 고발자는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안상구(이병헌)는 정치·경제·언론인 사이의 유착을 폭로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온갖 헛소문에 휩싸여 오히려 궁지에 몰린다. 끝내 내부고발에 성공하는 우장훈(조승우)도 검사로 승승장구하기는커녕 조직에서 나와 생계형 변호사가 되었다.
 
실제로 A 발전은 금품수수 간부를 신고한 내부고발자를 징계하여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전순옥 국회의원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A 발전은 내부신고자 시스템을 도입한 후 실제 비리를 제보한 직원을 징계조치했다"고 비판했다. A 발전은 직원 갑이 사내 내부비리를 감사실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하고 본사에서 500km 떨어진 사업소로 좌천시켰다.


이처럼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은 뿌리깊은 '연고주의' ‘조직이기주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