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腐敗)는 한자로 썩을 부, 무너질 패로 ‘썩어서 무너진다’이고, 공적인 지위를 오 · 남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한국의 공직 부패는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정부는 부패척결을 외치고 있으나 부패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2)공무원들 스스로 부패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3)부패공직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다. (4)상당수의 부패 사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하여 드러나나, 내부고발자는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정부는 부패척결을 외치고 있으나 부패정도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는 점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14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보다 부패한 국가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멕시코 7개 국 뿐이다.
또한 홍콩 ‘정치경제리스크 컨설턴시(PERC)’의 ‘2015 아시아·태평양 국가 부패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16개국 중 9위를 차지했다. PERC는 한국에 대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부패인식지수가 높고, 부패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부패를 줄이자는 말은 많았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다 보니 국민들의 실망과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 공무원들은 스스로 부패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2013년에 실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53.7%가 우리사회에 부패가 만연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공무원들은 13.5%만 그러하다고 응답하였다.
2013년에 구속된 전 국세청장이 기업으로 받은 30만 달러와 5천만원 상당의 금품이 대가성이 없는 관행적인 취임 축하금이라는 주장은 공무원들의 부패 인식에 대한 대표적 사례이다.
셋째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하다. 2013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보공개청구 자료에 의하면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건수는 2010년 1,436건에서 2012년 1836건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대한 처벌은 오히려 가벼웠다. 파면은 2010년 9.09%에서 2012년 4,25%, 해임은 2010년 5.15%에서 2012년 2.45%로 갈수록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한편 법원의 판결도 문제이다.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 받지 않은 사례가 흔하다. 2015년 12월 말에 교사가 받은 촌지를 둘러싼 법원의 무죄 판결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3월부터 반년 동안 학부모 2명에게 460만원의 촌지를 받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은 금품을 받은 부분은 인정했지만, 학부모들의 청탁이 교사의 직무권한 범위에서 자녀를 잘 보살펴달라는 취지이며,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것 같지 않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대법원은 내연남인 변호사 최모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샤넬 핸드백과 벤츠 승용차 등 5,59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소위 ‘벤츠 여검사’에게 무죄를 확정하였다.
1심은 청탁의 대가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연인 관계에서의 경제적 지원이라고 판단해 대가성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벤츠여검사가 2007년경부터 최 씨와 내연 관계를 맺고 사건 청탁이 있던 2010년 9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금품이 청탁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대가성과 관계없이 공직자가 한 번에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도록 한 ‘김영란법’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면 벤츠여검사는 금품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졌을 것이다.
넷째 상당수의 부패 사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하여 드러나나, 내부 고발자는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와 구(舊) 부패방지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검찰ㆍ경찰ㆍ감사원 등에 이첩한 1,271건 가운데 내부신고에서 비롯된 사건은 전체의 50.1%인 637건으로 집계됐다. 내부신고의 ‘혐의 적발률’은 74.2%로 전체 이첩사건의 혐의 적발률인 71.3%보다 3%포인트 가량 높았다.
2002년에 비해 2013년에 내부신고 건수가 많아지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02년에 이첩된 74건 가운데 내부신고 비중은 38%(28건)에 불과했지만 2013년은 이첩사건 139건 중 70%(96건)가 내부신고였다.
그런데 내부 고발자는 종종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조직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 제주도 세계 7대 경관 전화 투표 조작, 하나고 입시 비리는 내부 고발자에 의해 알려졌지만, 정작 내부 고발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앙대 박흥식 교수 등 5명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사회 이슈가 됐던 108명의 내부 고발자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고발자 108명 가운데 무려 70명이 해고된 걸로 나타났다. 40명은 제보 직후에, 나머지 30명은 얼마간을 버티다 결국 해고됐다.
한편 A 발전은 금품수수 간부를 신고한 내부고발자를 징계하여 2015년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모 국회의원은 "A 발전은 내부신고자 시스템을 도입한 후 실제 비리를 제보한 직원을 징계조치했다"고 비판했다. A 발전은 직원 갑이 사내 내부비리를 감사실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하고 본사에서 500km 떨어진 사업소로 좌천시켰다.
이처럼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은 뿌리깊은 '연고주의' ‘조직이기주의’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