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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의 후손들

무오사화와 사관 김일손 - 22회 김종직, 도연명의 ‘술주’ 시에 화답하는 시를 짓다.

무오사화와 사관 김일손 - 22회 김종직, 도연명의 ‘술주’ 시에 화답하는 시를 짓다.

  • 기자명 푸드n라이프 
  •  입력 2025.02.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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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연명의 「술주(述酒)」 시를 계속 음미해보자

平王去舊京  주나라 평왕은 옛 도읍을 떠나고,
峽中納遺薰  골짜기 가운데로 연기가 스며들었네.

평왕(平王)은 동주(東周)를 개국한 임금이다. 기원전 770년에 견융(犬戎)의 침입을 받아 동쪽의 낙읍(洛邑), 즉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낙양시(洛陽市)로 수도를 옮겼다. 구경(舊京)은 호경(鎬京), 즉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서안시(西安市)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안제(安帝)가 환현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하고 평고왕(平固王) 으로 강등되어 건업(建業)을 떠나 심양으로 옮겨간 것을 가리킨다.

둘째 구절의 훈(薰)은 연기이다. 옛날 월(越)나라에서 임금이 3대에 걸쳐 피살당하자 왕자 수(搜)가 골짜기의 굴로 도망쳤다. 그러자 월나라 사람들이 쑥을 태운 연기를 굴속으로 보내어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해 수레에 태워 데리고 가서 왕으로 추대하였다. 
여기서는 유유가 황제의 자리를 노리며 안제를 목 졸라 죽인 뒤, 공제를 억지로 세운 것을 의미한다.

雙陵甫云育  남은 것 겨우 두 개의 능뿐이지만,
三趾顯奇文  세 발 달린 새 기이한 글을 나타냈다네.

쌍릉(雙陵)은 낙양에 있는 진(晉) 무제(武帝)와 혜제(惠帝) 두 황제의 묘이다. 여기서는 관중(關中)과 낙양(洛陽) 일대의 중원 지역을 가리키는데, 유유가 북쪽으로 진군하여 잃었던 관중과 낙양 일대를 수복한 것을 뜻한다.

‘삼지조(三趾鳥)’는 세 발 달린 새이다. 이 새는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낸다.

王子愛淸吹  왕자 진은 피리 불기 좋아해,
日中翔河汾  대낮에 황하와 분수(汾水)에서 날아올랐네.

왕자(王子) 진(晉)은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이다. 생황(피리의 일종) 부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나중에 학을 타고 승천하여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왕자 진이 신선이 되어 떠나간 일은 동진의 멸망을 은근히 말하고 있다.

朱公練九齒  도주공은 9년 동안 장생술 수련하여
閒居離世紛  한가로이 살며 세상의 분란을 떠났네.

도주공(陶朱公)은 범려(范蠡)를 가리킨다. 그는 전국시대 월(越)나라 대부(大夫)로 있으면서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킨 뒤 도(陶 지금의 산동성 정도현 定陶縣 서북쪽)에 이르러 이름을 도주공이라 바꾸고 장사하여 부자가 되었다 한다. 범려는 신선술을 수련하였고 부를 축적하여 말년에 한가로이 살았다.

峨峨西嶺內  높고 높은 서산(西山) 안에,
偃息常所親  내 항상 존경하던 분 누워 쉬고 있구나.

서산(西山)은 백이(伯夷)와 숙제(叔弟)가 은거했던 곳이다. 백이, 숙제의 삶은 도연명의 이상이었다.

天容自永固  임금의 훌륭한 그 모습 영원할 것이니,
彭殤非等倫  팽조를 요절한 아이와 똑같이 볼 수 없다네.

도연명은 천용(天容), 곧 임금의 모습이 영원할 것이라고 하
였다. 임금의 모습이 영원할 수 있는 것은 왕도를 행하였기 때문이다.

도염명이 말한 임금은 왕위를 찬탈한 사람 ‘유유(劉裕)’가 아니라, 왕위를 찬탈당한 공제(恭帝)이다. 

팽상(彭殤)은 팽조(彭祖)와 상자(殤子)이다. 팽조는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그는 요임금 때부터 주나라에 이르기까지 8백 살을 살았다고 한다. 반대로 상자(殤子)는 요절(夭折)한 어린아이를 가리킨다.

이처럼 부정한 행위로 왕위를 찬탈한 사람의 나라는 상자(殤子)처럼 그 수명이 짧지만, 정도(正道)를 행하다가 힘이 약해 왕위를 빼앗긴 사람은 팽조처럼 역사에 길이 역사에 빛날 것이다.
(도연명 지음·이치수 역주,도연명 전집, 문학과지성사,2005, p 186-191)

# 김종직, 도연명의 술주시에 화답하는 시를 짓다 
   
김종직(1431∽1492)은 도연명(365∽427)의 ‘술주(述酒)’ 시를 읽고 ‘도연명의 술주시에 화답하는 시(「화도연명술주시[和陶淵明述酒]」)’를 지었다. 

김종직은 시를 지으면서 서문을 썼다.

서문은 「연산군일기」 1498년 7월 17일 4번째 기사에 나온다.

“나는 젊어서 술주시(述酒詩)를 읽고 그 뜻을 알지 못했는데, 뒤에 도연명의 시에 화답한 탕동간(湯東磵 : 송나라의 학자 동간 東澗 탕한 湯漢)의 주소(註疏 본문에 해석을 붙인 것)를 보고서야 소상히 영릉(零陵 : 동진(東晋 317-420)의 공제恭帝)을 애도하는 시임을 알게 되었다. 아아, 탕공(湯公)이 아니었다면 유유(劉裕 363~422)의 찬시(纂弑)한 죄와 도연명의 충분(忠憤) 어린 뜻이 거의 숨겨질 뻔하였도다.

그 은어(隱語)를 쓰기 좋아한 것은 바로 도연명의 생각에, 당시는 유유가 한창 날뛰는지라 그의 힘이 용납될 수가 없는 형편이니, 그는 다만 몸이나 깨끗하게 할 뿐이요, 언어(言語) 가운데 그런 일을 드러내서 멸족(滅族)의 화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던 때문이나, 지금의 나(김종직을 말함)는 그렇지 않다.

나는 천년 뒤에 태어났으니 어찌 유유가 두려울소냐. 그러므로 유유의 흉역(凶逆)을 모조리 폭로하여 탕공의 주소(注疏) 끝에 붙이노니, 후세의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나의 시를 보고 두려워 할 줄을 알게 된다면 이 또한 외람되이 『춘추(春秋)』의 일필(一筆)에 견준다하리라.” 하였는데, 그 시(詩)는 없어졌다.”

 「연산군일기」에는 김종직의 시(詩)는 없어졌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고전번역원』홈페이지의 ‘한국고전 종합DB 점필재집(시집 제11권)’에는 ‘도연명의 술주시에 화답하다[和陶淵明述酒]’ 시가 수록되어 있다.

그러면 시를 읽어보자.

솥에도 오히려 귀가 있는데     鼎鐺猶有耳
사람이 어찌 듣지를 못하리오   人胡不自聞
임금과 신하는 존비가 달라서   君臣殊尊卑
하늘과 땅의 자리가 나누어졌네 乾坤位攸分
간악한 이름은 반역을 한 때문이라 奸名斯不軌
멸족되어 후손이 끊어져 버리고  赤族無來雲

당시에 사마씨는 남으로 건너갔으니 當時馬南渡
중원에는 무덤만 남았을 뿐이었네 神州餘丘墳
천심은 아직 떠나지 않았기에 天心尙未厭
마치 새벽이 두 번 온 듯했는데 有若日再晨
처중이 맨처음 난을 일으키었고 處仲首作孼
이리 새끼는 길들일 수 없었으며 狼子非人馴
악명을 남긴 어리석은 사나이는 蚩蚩遺臭夫
자식에게 그 몸을 죽게 하였네 斅兒戕厥身

네 올빼미가 무슨 공이 있으랴 四梟者何功
하늘의 보답을 참으로 자상했도다 天報諒殷懃
온화하였던 안제와 공제는 婉婉安與恭
바로 이 유씨들의 임금이었는데 乃是劉氏君

푸른 하늘을 속을 수 있다고 여겨 蒼天謂可欺
높이 요순의 훈풍을 끌어댔으나 高把堯舜薰
선위를 받는게 끝내는 역적이였네 受禪卒反賊
사씨는 글을 교묘하게 꾸미어 史氏巧其文

사령이 응했다고 핑계를 대서 諉以四靈應
태산에 봉선하고 분음에 제사하니 宗岱且祠汾
거짓 천명을 만들 수는 있으나 僞命雖能造
세상의 혼란은 의당 분분하였지 世亂當紛紛
천리란 본디 순환하길 좋아하기에 好還理則然
소가 마침내 천친을 멸하였도다 劭也蔑天親

술주시에는 은어가 하도많으니 述酒多隱辭
팽택에게 비할 자가 없겠구려 彭澤無比倫

이  「화도연명술주」시는 다섯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그 구성은 6구, 8구, 8구, 6구, 2구로 이루어졌다. 시의 특징은 많은 고사(故事)를 사용하고 우의(寓意)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면 다음 회에 김종직의 시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예림서원 (경남 밀양시)
예림서원 현판
예림서원 내부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국민권익위원회 청렴 강사> 
 

▲ 1953년생
▲ 전남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전남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석사), 영국 워릭대 대학원 노사관계학과(석사) 졸업
▲ 1983년 행정고등고시(27회) 합격
▲ 1986년부터 고용노동부 근무
▲ 2011년에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고위공무원)으로 퇴직
▲ 2011.9-2013.6 한국폴리텍 대학 강릉 캠퍼스 학장 역임
▲ 저서로는 <대한제국망국사 (2023년)> <거북선을 만든 과학자 나대용 장군 평전 (2023년 비매품)> <아우슈비츠 여행(2017년)>, <부패에서 청렴으로(2016년)>,<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2>·<정유재란과 호남사람들>, <임진왜란과 장성 남문의병>,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아서- 義의 길을 가다>, <퇴계와 고봉, 소통하다>, <도학과 절의의 선비, 의병장 죽천 박광전>, <청백리 박수량>, <청백리 송흠>, <송강문학기행 - 전남 담양>, <남도문화의 향기에 취하여>, <국화처럼 향기롭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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